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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Sep 05. 2024

선생님을 울리고야 말았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5월 어느 날, 쌍둥이 담임 선생님께서 군대에 가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팽나무 학교는 특이하게도 남자 선생님이  굉장히  많은 학교다.

"엄마! 우리 선생님 군대 가신대요~"

"뭐라고? 담임 선생님께서 군대를 가신다고? 선생님하고 정들었는데 군대 가셔서 어떡하니... 너무 아쉽다."

1년간 함께 할 줄 알았던 선생님께서 군대를 가신다고 하니 아이들 마음도 싱숭생숭한 것 같다.


다른 학년 기간제 교사로 오셨던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날이 되었다. 해당 학년 아이들이 선생님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열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쩜, 아이들 마음이 그렇게 예쁠까...'

이 소식을 들은 쌍둥이반 아이들도 담임 선생님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열고자 선배들한테 조언을 구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00 엄마!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이 군대 가신다는데 그냥 보내드리기는 아쉬워서요~ 우리도 선생님 몰래 이벤트 준비하는 건 어때? "

"언니! 정말 좋은 생각이."

00 엄마와 나는 비밀 작전을 하듯, 팽나무에 모여 선생님을 위한 이벤트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팽나무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이디어를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치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담임 선생님이 군대 가실 날이 며칠 남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둘러야 했다.

급작스럽게 진행된 비밀 이벤트를 준비하려니 우리는 마음이 바빠졌.




다음날, 우리는 카페에 모였다.

00 엄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창문 밖에 아이들과 선생님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마침 우리는 담임선생님과 아이들 사진이 필요했다.

'기회는 이때다'

"선생님께 단체사진 쫌 찍고 싶다고 요청하는 건 어때요?"

"그럴까요?" 우리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선생님께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군대 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너무 아쉬요~담임선생님하고 아이들하고 함께 찍은 단체사진이 없더라고요~ 사진 찍어드려도 될까요?"

선생님은 흔쾌히 승낙하셨다.

"하나, 둘, 셋! 찰칵!"

아이들과 선생님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니 마음이 흡족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벤트에 쓰일 사진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비밀 이벤트를 준비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ㅇㅇ 엄마! 전교생선생님을 위해 노래를 불러드리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이 모여서 노래 연습할 시간이 없으니까 전교생이 잘 아는 노래로 부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음...

'문어의 꿈' 노래 불러드리는 건 어떨까요?"

"언니! 그 노래 작년에 학교에서 배워서 아이들이 다 아는 노래예요~!"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그녀와 나는 역할을 나누어 조용히 비밀 이벤트를 준비했다. 


우리는 이벤트를 하기 위해 사전에  학교에 연락을 해 양해를 구했고, 담임 선생님 모르게 비밀을 지켜주시도록 부탁도 드렸다.

비밀 이벤트는 선생님 마지막 근무날인 점심시간에 진행하기로 했다.

감사하게 이 소식을 들은 다른 학년의 엄마들도 함께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비밀 이벤트는 전교생과 학부모님들이 함께  참여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되었다.

쌍둥이 반 아이들도 그날 선생님을 위해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선생님의 기쁨은 배가 될 것 같다.




점심시간이 시작될 무렵, 엄마들은 약속한 시간에 학교 안에 있는 정자에 모였다. 그곳에서 우리의  비밀 작전 회의가 시작 됐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급식을 먹으러 밖에 나가면 우리는 몰래 교실에 들어가 이벤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소녀 같은 우리들의 수다를 들으셨던 걸까?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쪽으로 오시는 것이 아닌가?

"안녕하세요? 말씀 들었습니다. 곧 있으면 아이들 급식 먹으러 가는 시간인데요~선생님과 아이들이 급식실로 갔는지 제가 망보고 오겠습니다!"

"어머나! 교장 선생님~감사합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교장선생님의 도움에 오늘 이벤트는 성공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이들이 급식실로 갔습니다. 교실에 들어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비밀요원처럼  후다닥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한쪽은 플랑카드를 걸고, 한쪽은 풍선을 불기 시작하고, 또  다른 쪽은 아이들 사진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사이에 선생님이 들어오실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전교생을 교실로 데리고 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고학년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담임 선생님 몰래 전교생을 데리고 오라는 첩보명령을 내렸다.


학생들은 영문모른 채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나둘씩 교실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교생이 모두 모이자  우리는  예행연습을 시작.

"얘들아~! 선생님이 앞문을 열고 들어오시면 불을 키는 순간, 다 함께 문어의 꿈 노래를 부를 거야. 

잘할 수 있지?" "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깜깜한 교실에서 나지막이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러보았.

이제 선생님을 맞이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모두가 컴컴한 교실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선생님이 오길 기다렸다.

두구 두구 두구~!

우리의  비밀 이벤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모두가 숨죽이며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 드르륵! 앞문이 열렸다!

앞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교실 전등을 환하게 켰고,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몇몇 아이들은 선생님을 향해 꽃가루를 날렸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됐다.

"나는 문어~꿈을 꾸는 문어~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깜짝 놀란 선생님은 몇 걸음 교실 안으로 들어오다 멈칫하며 상황을 살피시더니,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여주기가 부끄러우셨던 건지  복도로 잠시 나가시더니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아이들은 커다란 눈망울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맑은 목소리로 힘 있게 노래를 불렀다.

"밤하늘을 날아가면 나는 오색찬란한 문어가 되는 거 야 아아아 아아."

선생님도 울고, 아이들도 하나둘씩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시울을 적시는 학부모들도 늘어났다. 


그날 아이들이 불렀던 '문어의 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아니었을까?

전교생이 오롯이 선생님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그 시간은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응원, 그리고 그분을 향한 존경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팽나무 학교에서 아이들과, 선생님과, 학부모님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선생님 기억 속에...

아이들 기억 속에...

학부모님들 기억 속에...

그 순간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한참을 우셨던 선생님은 멋쩍은 듯 휴지로 눈물을 닦으셨다.

선생님의 감정이 추스러진 , 해당 학년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포옹하는 시간을 가졌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며 한 명씩 안아주었다.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마지막 순서는 선생님의 말씀을  전교생이 선생님과 함께 기념 촬영을 .


그렇게...

우리의  비밀 이벤트는 막을 내렸다.

헤어짐은 늘 아쉽지만, 이 시간 또한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준비했던 팽나무 학교에서의 비밀 이벤트는 다행히 성공했다.

군대를 가시는 선생님 마음에도, 아름다운 노래로 선생님을 울렸던 아이들 마음에도, 함께 준비를 했던 학부모님 마음에도 장면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이 땅에 수고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내며, 그때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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