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남매가 시골집에 모였다. 일곱 식구가 좁은방안에함께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티브이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단칸방에서대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있던그 장면이 지금 우리 집 상황과 비슷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대가족이 모이다 보니 욕실사용도 전쟁이었다.
일곱 명이욕실에 들어갈 순번을 정하고 아이들이 한 명씩 들어가 씻고 나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끝에 오남매의 샤워가 마무리 됐다.
나는 오랜만에 듣는 오남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형과 뒹굴며 장난치는 동생들, 동생이 귀엽다며 뽀뽀해 주는 누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훈훈함이 느껴지는 밤이다. 아이들은그렇게늦은 밤까지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우리 식구는 아침 일찍 서둘러 진도로 출발했다.무더위를 뚫고 가족과 함께 가는여행은 늘 즐겁다. 7명의 식구가 차에 탑승하니 이 빠진옥수수같이 듬성듬성 비어있던 자리가 꽉 채워졌다.
오남매는 모두들떠있었다. 때마침 아빠의 휴대폰 벨소리였던 18번 노래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은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차 안은 축제 분위기였다.
음악에 맞추어 기타 치는 흉내를내는 아이,춤을 추는 아이...
첫째는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겠다며 핸드폰으로 노래를 들려주자 오남매는 합창하듯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가다 보니 벌써 진도에 들어섰다. 우리는 진도 대교를 지나서 진돗개 박물관에 들렸다.아침이지만 태양은 뜨거웠고, 강한 햇빛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흘러내렸다. 우리 가족은 진돗개에 얽힌 일화를 읽어보며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밖으로 나오니 마침 진돗개 공연이 시작됐다.
저만치 관람객 몇 명이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더위를 먹은 진돗개가 훈련사의 말을 따르지 않고 헥헥거리기만 했다. 훈련사는 간식을 먹이며 진돗개를 타일러보았지만 진돗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진땀을 쥐며 진돗개를 바라본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진돗개가 훈련사의 요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사랑아! 이 더하기 삼은 무엇이지?"
월월월 월월~
"우와~!"
진돗개를 격려하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간식만 먹기만 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사랑이는 다행히도 어려운 문제를 제법 잘 맞혔다.
무사히 사랑이는 임무를 수행했고, 뒤이어 나왔던 대한이도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다.
다음 코스는 진도해양박물관을 방문해 바닷길이 열리는 체험을 해보았고, 오남매 아빠가 군대 시절 훈련받았던 바닷가도 들렸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아빠가군대에서 훈련받았던 옛이야기를 들었다.
바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다.
세월이 흘러 남편은 오남매를 데리고 그 장소를 다시 찾았다. 우리 가족은햇빛에 반짝이는 바다 물결을 함께 바라보며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남편 또한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추억에잠겨있었다.우리 가족은 그 시간을 남편에게 온전히 내주었다.
출출해진 우리 가족은 점심식사를 한 뒤해남 자연사 박물관을 들렸고 아이들과모노레일을 타고 땅끝 전망대도 올라가 보았다. 하루 일정을 빽빽하게 보낸 우리 가족은 또다시 강진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강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는 둘째의 소원을 들어주기위해 우리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축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아이들은 땀범벅이 됐지만 삼남매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팽나무 학교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배웠던 축구 실력을 발휘했다.
오남매가 함께 축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막내인 쌍둥이가 어느새 자라서 형, 누나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짧고 굵었던 축구 경기, 그리고 1박 2일의 휴가 일정을 마치고 아이들과서울집에올라가기 위해 차를 탔다.
"기름이 조금밖에 없어서 주유를 해야겠는데?"
"여보! 읍에서 가까운 곳에 주유소가 있어."
우리는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갔지만주유소는 불이 꺼져 있었다.
남편과 나는 강진읍에 있는 주유소를 검색해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주유소는 하나같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큰 도시와는 달리 이곳은 주유소도저녁이 되면 빨리 문을 닫는다는 것을 몰랐었다.
남편은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남편은다음날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서울에 올라가야 했다.우리는 강진읍에서 주유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주로 향하는 큰 도로 쪽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우리 가다가 차 멈추는 건 아니겠지?"
"엄마! 저기 저 반대편에 주유소 불이 켜져 있어요." "와~찾았다!"
다행히도 가까운 고속도로에 24시간 주유소를 찾았다. 우리는 반대방향에 있는 주유소로 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켜고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길은 가로등이 없는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주변이 온통 깜깜하니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고,우리는 자동차 라이트에 의존해서 천천히 출발했다.
"아빠! 여기 깜깜해서 별이 잘 보일 것 같아요.
별 보고 싶어요. 잠깐 별보고 가면 안 돼요?"
둘째의 말에 아이들도 모두 별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자동차 시동을 끄고 가로등이 없는 컴컴한 시골길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빛조차 새어 나오지 않는 컴컴한 곳에서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