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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Aug 15. 2024

으악! 뱀이 나타났다!

뱀 사진 주의하세요!

그날은 아이들과 읍에  다녀온 날이었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학교와 가까운 천에서 개구리울음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드문 드문 지나갔던 차들도 밤이 되니 보이질 않았다.

신호등 불빛 주위에는 하루살이와 이름 모를 벌레들만이 어지럽게 춤을 추고 있었다.



아이들과 길을 건너려는데 저만치에 구불구불한 줄이 눈에  띄는 거 아닌가?

"얘들아! 저기 도로에 가운데  뭐가 떨어져 있는 거 같은데... 저게 뭐지?"

아이들과 길을 건너며 정체불명의 줄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보았다.

"으악! 얘들아~뱀이다!  엄마는 줄이 떨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뱀이야~어떡하지?"

"진짜요? 어디 있어요?"

"으~저기 도로 가운데 있잖아!"

"엄마! 무서워요! 전 안 볼래요"

"아! 진짜 뱀이네요~ 너무 징그러워요!"

셋째는 뱀을 확인하더니 더 이상은 못 보겠다며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쌍둥이는 무서워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뱀을 보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떡집 주변에는 산이나 나무가 없는 도로 쪽인데, 도대체 이렇게 큰 뱀은 어디에서 온 걸까 의아했다.

나는 아이들과 저만치 떨어져서 뱀을 바라보았다.

쌍둥이는 뱀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몇 발자국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했다.

"얘들아~멀리 떨어져서 봐야 돼~ 혹시나 독이 있을지 모르잖아~더 멀리 떨어져서 보자!"

"엄마! 시골에 오니까 뱀도 보고 신기해요~!"

"그러니깐... 엄마도 집 앞 도로에서 뱀을 볼 줄이야 상상하지도 못했지."


아이들이 뱀 쪽으로 몇 걸음 다가간 순간, 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몸이 인도 쪽을  향하더니 '쓱' '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뱀은 기다란 몸을 움직인가 싶더니 순식간에 인도 위를 올라가 학교 담장에 자리를 잡았다.

"엄마! 뱀이 학교 담장 위로 올라갔어요~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하죠?"

"어~?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큰일인데~ 어떻게 하지?"


우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뱀을 바라보았다. 담장 위에 올라간 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아서  초등학교 엄마들한테 문의를 했다.

"집 앞 도로가에 뱀이 나타났어요~ 뱀이 도로에 있다가 지금은 학교 담장으로 올라갔는데요

학교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죠?"

유학생 엄마들은 집 앞 도로에 뱀이 나타났다는 것을 신기해했고, 혹시나 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위험할 것 같아서 119에 신고하는 게 낫겠다고 의견을 주었다. 나는 엄마들과 대화하는 순간에도 뱀이 학교로 들어가지는 않는지 주시하면서 황급히 119를 눌렀다.

"여보세요? 지금 학교 담장 위에 뱀이 있는데요~ 119에 신고하는 것이 맞을까요?"

"네~ 말씀하세요!"

"학교 안으로 뱀이 들어갈까 봐 걱정돼서 연락드렸어요~."

"00 초등학교 앞으로 가면 될까요?"

"네~ 맞습니다."

다행히 뱀은 학교 담장에서 꿈쩍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아이들과 초초한 마음으로 소방차를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저기 멀리서 빨간 불빛이 반짝이더니 소방차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기 저 쪽에 뱀이 있어요."

"네~오면서 확인했습니다."

소방관 한 분이 집게처럼 생긴 기다란 도구와 커다란 봉지를 꺼냈다.

뱀은 소방관의 인기척을 느꼈던 것 같다. 소방관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뱀이 학교  담장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소방관은 집게로 뱀을 집었지만 뱀은 교묘히 집게를 피해 담장으로 내려갔다.

두 번째 시도 끝에 뱀은 기다란 집게에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우리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나는 멀리서 바라만 봐도 뱀이 무섭고 징그러운데 소방관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감사합니다. 애쓰셨어요."

건조한 표정으로 떠나는 소방관의 뒷모습을 보며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그날 밤, 뱀 소동 사건은  119가 출동한 후에 일단락이 됐다.


아이들은 집에 들어온 이후에도 한참 동안 뱀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려보면 무섭기도 하지만 삼남매에게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시골 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이 닥칠 때도 있지만, 이런 점이 시골생활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뱀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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