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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Aug 01. 2024

3개교 연합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내가 어렸을 적, 운동회가 열렸던 날에는 부모님이 학교에 오셔서 응원도 해주시고 엄마가 싸 오신 간식과 도시락도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득한 기억이지만 운동회 열리는 날은 늘 즐거웠다. 운동장에서 흙먼지 날리며 긴장감을 가득 안고 달리기 했던 기억, 콩주머니를 던져서 커다란 박을 터트리면 '박'이 쪼개지면서 알록달록한 종이가 흩날리던 기억, 이어달리기, 아이들의 환호성... 그날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로 운동장을 가득 메웠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축제이기도 했다.


어느덧 나는 오 남매의 학부모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회에 참석해 본 적이 언제였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큰 아이가 유치원 다녔을 때 운동회에 참석했던 기억 말고는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다. 당시 나는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건 늘 남편 몫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배부된 통신문을 통해 3개교 연합 운동회가 열린다는 안내를 받았다. 강진에 있는 작은 학교 3개교가 모여 운동회를 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운동회가 열리는 장소는 팽나무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다. 이번 기회에  다른 곳에 위치한 작은 학교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운동회가 열리는 날 아침, 팽나무 앞에 노란 버스가 도착했다.

유학생 엄마들과 나는 운동회가 열리는 작은 학교로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가며 낯선 곳을 찾아가는 설렘을 만끽할 무렵, 아담한 학교에 도착했다. 이 학교 또한 팽나무 학교처럼 초록 잔디가 있었고 학교는 깔끔한 옷을 입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아이들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운동장에 걸려있는 만국기, 경쾌한 음악소리는 신나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 같았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놀이터 쪽 천막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을 했고, 20명 남짓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아이들의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아! 사실 엄마도 너희들과 같은 마음이야.'



5월 어느 날, 날씨는 무척 맑았고 햇빛은 강했지만 바람이 불어 운동회 열기 좋은 날이었다.

학교에서는 감사하게도  아이들과 학부모의  간식까지 풍성하게 준비해 주셨다.

도시에서는 체험 학습을 갈 때 개인별로 간식을 준비해서 보냈었는데, 팽나무 학교에서는 모든 걸 다 준비해 주시니 마음속으로 얼마나 놀라는지 모르겠다.

3개교 아이들이 함께 모이니 제법 숫자가 많았다. 아이들은 홍팀 청팀 나뉘었다. 첫 번째 경기는 공 굴리기 게임이다. 아이들 키만큼 큰 공을 굴려서 반환점을 돌아 결승전에 먼저 도착하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아이들은 질세라 커다란 공을 빠르게 굴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어떤 아이는 마음이 급했는지 공을 굴리다 넘어졌다. 주변에서 안타까운 탄성 소리가 들렸다. 

어떤 곳에선  "오메~ 오메~!"소리도 들린다.

넘어진 아이를 향한 안타까운 소리인 것이다. 강약과 빠르기가 섞여 있는 '오메'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귓가에 맴돈다. 다행히도 넘어진 아이는 씩씩하게 일어나더니 공을 굴려서 결승전에 도착했다.

이날 운동회는 팀별, 단체전 경기도 있었고 학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게임도 있었다.

나는 지루할 틈이 없이 이어지는 경기를 보며, 때로는 함께 참여하면서 그날만큼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운동회 열기로 후끈해질 무렵, 운동회를 개최했던 학부모회에서 수박을 썰어서 가져오셨다. 올해 처음 먹어보는 꿀맛 같은 수박을 먹으며 학모님들과 함께 운동회를 즐겼다.


이제 운동회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학부모 대 선생님과의 줄다리기 대항전이 시작됐다. 나 또한 묵직하고 두툼한 줄을 만져보며 줄다리기에 참여할 준비를 했다. 여기저기서 학부모님들이 우리 팀이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세우느라 바쁘다. 나는 한쪽 귀를 쫑긋 열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본다. 비장한 눈빛으로 상대 쪽을 바라보는 순간, 휘이익!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영차' '영차' 구호를 외쳤다. 아이들의 응원 소리도 점점 더 커졌다. 뜨거운 햇빛만큼이나 양 팀은 이기고자 하는 열기가 강했다. 팽팽했던 경기는 결국 학부모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와~이겼다!"

학부모님들 마음속엔 승리했다는 짜릿함이 컸을까? 아니면 선생님팀을 이겼다는 짜릿함이 컸을까? 하하하!!!



마지막 순서는 운동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이어달리기 순서였다. 아이들은 바람을 가르며 온 힘을 다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얼굴을 찌푸린 아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아이, 총알처럼 달려오는 아이... 모두 다 최선을 다했고, 학부모님과 선생님은 하나가 되어 아이들을  응원했다. 마지막 팀이 결승점에 가까워질수록 응원의 열기는 더해갔다. 결승점에 있는 기다란 테이프는 바람에 흔들리며 마지막 순서인 아이들을 맞이했고, 이렇게  운동회는 끝이 났다. 


이날 연합 운동회는 3개교 작은 학교가 함께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 나에겐 어렸을 적 옛 추억을 떠올려준 추억의 운동회이기도 하다.



나는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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