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은 강진에 내려오기 전, 아이들과 농산어촌 홍보 영상을 통해 팽나무학교에서 말 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었다. 어쩌면 이 영상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승마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학교 운동장에서 말 타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기에...
학교는 천연 잔디 운동장이있었고, 이 때문에 학교에서 승마 교육이 가능했다는 말도 들었다.
4월 어느 날,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들뜬 목소리로 재잘댔다.
"엄마! 내일 학교에 말이 온대요~!
"와~ 좋겠네~! 드디어 너희들이 말 타는 날이 왔구나!!
"홍보 영상에서 봤던 말을 탈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잠이 들기 전에도 아이들의 화제는 말 이야기였다.
"엄마! 저 잠이 안 와요~" "저... 잘 탈 수 있겠죠?"
"당연하지~!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타고 와~ 그리고 엄마한테 소감 좀 알려줘."
아이들은 기대감과 설렘을 가득 안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했고, 서둘러서 학교에 갔다. 나 역시 아이들과 한 마음이었다. 학교에 말이 도착했는지 궁금한 마음에 떡집문을 자주 열어보았다.
우리 집은 문을 열면 학교 운동장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세탁기를 돌릴 때 종종 떡집 문을 열어놓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이런 게 행복이지...'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하는 아이들,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대는 목소리는 나를 동심을 세계로 이끌어주는 ASMR이었다.
팽나무 학교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공간이자 행복한 놀이터이다.
최근엔 학교에 방방놀이시설이 설치되었다.
어른도 들어가서 타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만큼 널따란 방방놀이.
서울에서는 키즈카페에 가야만 탈 수 있는 있는데, 이젠 멀리 가지 않아도 학교에 가면 방방 놀이를 탈 수 있다.
까르륵~! 깔깔!!
팽나무 학교 아이들의 웃음꽃은 멀리멀리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떡집 문을 열고 보니 팽나무 옆에 말의 뒷모습이 보였다.
'와! 드디어 말이 도착했다.'
말이 학교에도착한 걸 확인하니 내 마음도 덩달아 바빠졌다.
학교에 사전 방문 했을 당시, 선생님께서 승마교육에 참관할 수 있다고 말씀했던 기억이 났다.
때마침 아이들도 팽나무로 옹기종기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서 나갈 채비를 마치고 학교 쪽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나는 낯섦과 어색함을안고 팽나무 쪽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았다.
"어머님~! 이쪽으로 가까이 오셔서 보셔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사실 서울에서는 학교에 방문하려면 보안관님께 허락을 받고 방문증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여러 절차들이 있었다. 그랬었기 때문에 나는 더 쭈뼜거렸는지 모르겠다.
선생님 말씀에 용기를 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들은 팽나무 데크에 앉아서 조련사 선생님의 말씀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을 소개해주셨고, 말을 탈 때 주의점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또 말먹이 주는 체험도 했다. 말이 기다란 혓바닥을 내밀어 당근을 먹자 깜짝 놀라는 아이의 모습에 아이들은 깔깔 웃어댔다.
독일에서 온 커다란 말 한 마리, 영국에서 온 작은말은 꼬마 손님들을 태울 준비를 마쳤다.
드디어 말을 탈 시간이다!
안전 장구를 착용한 아이들이 한 명씩 조심스럽게 말안장에 올라갔다.
몇 년간 말을 타보았던 재학생들은 유학생들과 달리 여유롭게 말을 탔지만, 초보 유학생들은 말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무섭기도 한 것 같다.
또 유학생 아이들은 큰 말을 타는 게 겁이 났는지 작은 말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어떤 아이는 말을 타지 싶지 않다고 거부하더니 점차 용기를 내어 말안장 위에 올라갔다. 운동장 한 바퀴를 돌자 아이의 표정은 점점 자신감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