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섯맘 Jun 27. 2024

음식물 쓰레기통이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

그날은 광주에 일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차를 탔다.

이곳에서 광주까지는 1시간 넘게 걸렸기 때문에, 아이들이 귀가하는 4시 반까지 오려면 부지런히 서둘러야 했다.


내가 사는 곳은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이 화요일과 목요일이다.

파란색 음식물 쓰레기 통에 칩을 꽂고, 집 앞에 통을 내놓았다.

무사히 볼일을 다 미치고 집에 왔는데, 집 앞에 놓여있어야 할 음식물 통은 없고 뚜껑만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집 앞 도로를 둘러봐도 음식 쓰레기통은 없었다.


얼마 전 어떤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줌마 집 앞에 음식 쓰레기통이 저만큼 굴러가서 내가 갔다 놨어."

"네? 저희 집 음식물쓰레기통은 저희 집에 있어요. 다른 집 음식 쓰레기통이었나 봐요."


설마 음식 쓰레기통이 어디로 굴러간 건가?

그날은 유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음식 쓰레기통을 찾아 나섰다.

일단 집 주변엔 없다. 집 옆 골목길도 살펴보고, 집 앞 도로도 살펴보고...


마침 아이들 친구 엄마가 차를 타고 지나갔다.

"언니! 어디 가요?"

"음식 쓰레기통이 사라져서 찾으러 다니고 있어요. 뚜껑만 있고 통만 사라졌지 뭐예요?"

"아~ 진짜요?"

황당한 상황에 서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좀 더 마을 아래쪽으로 내려가보았다.

몇 발자국 내려가보니 또 다른 음식 쓰레기통과 뚜껑이 주인을 잃은 채 흩어져 있었다.

바람의 소행인 게 분명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저만치 멀리에 파란색 통이 보인다.

'응? 저게 맞나?'

가까이 다가가보니 뚜껑 없는 통이 있는 것 아닌가?

'찾았다. 바람이 이렇게  멀리 음식 쓰레기통을 굴려 보냈구나. 시골에 사니 이런 일도 다 있네'


그런데 음식 쓰레기통을 발견한 기쁨도 잠시...

바람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와~ 멋있다! 바람이 나무를 맞잡고 소리를 내는 것처럼, 나무가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내는 소리에  한참을 바라봤다.

음식 쓰레통이 굴러가지 않았다면 들을 수 없었던, 그리고 볼 수 없었던 광경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무는 그렇게 바람과 함께 시원한 소리를 냈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싶어서 잠시 핸드폰을 열었다.

내친김에 학교 앞 팽나무에 나가 보았다.

'팽나무는 어떤 모습으로 소리를 내고 있을까?'

세찬 바람은 팽나무를 흔들고 있었지만, 크게 요동하지 않고 잔잔한  바람소리를 다.

300년 가까이 된 팽나무답다.


알고 보니 그날은 장흥지역에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었고, 내가 살고 있는 강진에도 강한 바람이 불었던 날이었다. 어찌나 바람이  강했던 건지 음식 쓰레기통을  먼 곳가지 굴려 보냈다.


음식 쓰레기통을 주우러 갔다가 만난 뜻밖의 선물~!

바람 소리를 함께 나눠본다.








이전 07화 방정환 아저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