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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Jun 13. 2024

쥐가 나타났다.

드디어  약속한 날짜에 주유차가 왔다.

푸근한 인상에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아저씨가 오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저씨는 기름을 넣으러 우리 집 쪽으로 오지 않고 옆집으로 가시는 거다.

"아저씨! 저희 집은 이쪽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이 집 주인이 세 번째 바뀌었네요"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농촌유학 가정이 거주하는  집으로, 대부분  단기 거주자이다 보니 나포함   집주인이 세 번째 바뀌었다는 말씀이신 거다.

아저씨는 능숙하게 옆집으로 들어가셔서 우리 집 화장실 작은 창문을 열더니 기름을 넣을 호스를 휙휙 밀어 넣으셨다.

그리곤 다시 으로 들어오셔서 화장실 안에 있는 작은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내 콧속을 밀고 들어온다.

컴컴한 보일러실 문을 열어보니 이 집의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불을 켜도 어둠 컴컴한 공간,

보일러통 위에 작은 똥, 널브러진 낙엽  그리고 거미줄... 무엇인가 갑자기 튀어나올 듯하다.

잠시 머리를 넣어 들여다보고  황급히 빠져나왔다.

'쥐똥같은데... 이곳에 설마 쥐가 살진 않겠지?

윽... 이 퀴퀴한 냄새는 무슨 냄새일까?'


주유소 아저씨는 참 친절하셨다.

"요즘 아이들 보기 힘든데~아이들이 많이 있네요~"

"네~농촌 유학 왔어요~""

"여기, 벚꽃 피면 축제도 하고 벚꽃길이 멋있어요. 한번 가보세요."

 이곳 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 몸을 바쁘게 움직이시며 애쓰는 모습이 참 감사하다.

무사히  보일러통에 기름을 채웠다.

기름 떨어지랴 전전긍긍하지 않고, 당분간 마음 놓고 보일러를 틀 수 있게 되었다.




다음날 저녁,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설치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쾅! 쾅! 쾅!

문을 부수는 듯한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쾅쾅... 쿵쿵 쿵쿵...

비몽사몽 상태였지만 , 덜컥 내려앉는 무서움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도둑이 든 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도둑일 거라 생각하니 요통 쳤던 심장이 다시금 방말이질 하기 시작했다.

짧은 몇 초 동안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순간, 다시  두다다다...

몇 초 후~

두다다다...

잠이 깨면서 공포의 소리가 분명해졌다.

'휴우... 도둑인 줄 알고 깜짝 놀랐네...'


문을 부수는듯한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였다.

뭔가 쫓기듯  쥐들이 천청을 뛰어다녔다. 고요한 밤에 얼마나 소리가 크게 들리던지..


이젠 다시 조용하다.

시계를 보니 깊은 새벽이었다.

혹여나 아이들이 깨진 않을까 들여다보니 여전히 숙면 중이다.

다행이다...

놀라서일까?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나의 생각은 과거로 태엽을 돌리고 있었다.

농촌 유학 사전 방문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담당 선생님께서 질문지를 주셨었는데,

그 문항이 이제야 마음속으로 쏙 들어왔다.


면담지 3번 질문

농촌지역 교육 여건 및 생활 시 불편함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는지?

(뱀, 벌레, 바퀴벌레 등등)(도시와 처리 방식 및 문화가 많이 다름)


쥐가 뛰어다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 질문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알 것 같다.

우리 집에 쥐가 사는구나...

시골집에서 제대로 된  첫 신고식을  치른 것 같다.

하하하!


아침이 되자 아이들이게 새벽에 일어났던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아이들은 화장실 갈 때마다  보일러실 안에 쥐가 있을까 봐 겁을 냈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엄마~! 보일러통 위에 있는 작은 똥이 쥐똥이었나 봐요~"

"응~엄마도 혹시나 했는데 쥐똥이었나 봐."

"엄마! 보일러실에서 찍찍 쥐소리가 났어요!"

"엄마! 보일러실에서 쿵쿵 무슨 소리가 나요~"

"응~그래? 괜찮아~ 보일러실 문 닫혀 있잖아

쥐가 문 열고 뛰쳐나오진 않을 거야~"


시골학교, 시골집에 와서 매일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네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겐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강진 #농촌유학 중 #시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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