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섯맘 May 30. 2024

산 넘어 산

떡집 사용 설명서가 필요해

농촌 유학을 와서 이사 문제로  처리할 일들이 있었다. 이삿짐은 최소한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다행히 정리는 간단하게 끝났지만 말이다. 3월 초는 겨울 날씨처럼 추웠고, 보일러를 틀어야 버틸 수 있다.  보일러실을 열어보니 기름보일러이다. 아파트 생활에만 익숙해있던 우리 부부는 당황했다. 기름이 약간 남아있긴 하지만, 조금 남아 있던 기름조차 떨어져서 고장 날까 봐 쉽게 돌리지 못했다. 당장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일요일에 이사를 하다 보니 문의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지나가는 어르신께 이 근처 주유소가 있는지 여쭈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우리 가족은  시골 경치를 구경삼아 주유소를 찾아갔다.

따뜻한 햇빛마저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안녕하세요? 보일러 기름 좀 넣으려고요~ 떡집에 기름 좀 넣어주세요"

그런데 이럴 수가~!

오늘 당장 주유차가 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예약된 순서대로 며칠뒤에나 보일러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날씨가 추워서 기름을 당장 넣어야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말통을 사 와서 기름을 채우고  보일러통에 넣으면   며칠 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네? 말통요? 네~ 알겠습니다."

'말통?? 말통이 뭐지? 기름을 담는 통인가...'

듣기에도 생소 말통을 마트에서 사서 다시 주유소로 향했다. 보일러통에 기름을 넣는 방법을 아저씨께서 설명해 주셨는데 나는 도통 모르겠다. "여보~! 잘 넣을 수 있지? 잘할 수 있는 거지?" 불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몇 번씩 되물었다.

드디어 보일러가 돌아가니 방바닥에 온기가 돈다.

집안이 따뜻하니 움추러들었던 몸도 펴졌다. 

알고 보면 어렵지 않은데...

 주유차가 오기까진 따뜻하게 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다음날 제일 먼저 면사무소를 방문했다. 강진에 이사 오면 면사무소에 들리라고 했던 직원분말씀이 기억났다.

"서류 작성은 다 되셨고, 6개월 이상 거주하시면 1인당 10만 원씩 강진 사랑 상품권이 지급됩니다."

"네~정말요?? 이곳은 정말 많은 혜택을 주시는 것 같네요~ 하하하!!"

강진에  오니 어딜 가나 주민들이 반겨주며  환대를 받아서 기분이 참 좋다.

이제 가장 중요한 인터넷을 신청을 할 차례이다.

그런데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보고, 돌고 끝에 알게 된 건....

내가 살고 있는 이곳 00면은  KT 만 설치 가능한 지역이었다.

'아..... 다른 통신사는 전혀 되지 않는 곳이구나...

KT만 가능하다는 정보만 알았어도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텐데...

특정 통신사만  인터넷 설치가 가능하다는 건 적지 않는 충격이었다.

이 외에도 해결해야 할  몇 가지가  남아 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이곳 환경이 주는 여유와 위로가 컸고, 이로 인해 마음마저 평화로운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단조로울 것 같은 일상이지만 단조롭지 않는 이곳...

조용하고 아름다운 환경, 집 문을 열고 아이들이 축구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매일 행복감에 젖어든다.

강진에 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고민도 많았지만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

나는  우리 가정 다음으로  떡집에 거주하게 될  유학 가정을 위해 글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는 겪지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제목은

 '팽나무 학교 떡집 사용설명서'







이전 03화 작은 학교 입학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