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섯맘 May 23. 2024

작은 학교 입학식

유학생 환영식

드디어 강진에서 첫 등교날이 되었다. 이 날 유학생 부모도 아이들과 함께 입학식 및 시업식에 참석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두근두근... 시골 학교의 입학식은 어떨까?

첫 등교였기 때문에 아이들과 설레는 마음으로 체육관에 도착했다. 우리 아이들이 유학온 팽나무 학교는 전교생이 20명 남짓한 학교이다.

질서 정연하게 놓아있는 의자에 우리 부부는 앉았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학년별로 아이들이 오기 시작한다. 교감 선생님은 벌써 유학생 이름도 외우셔서 우리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셨다.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한 세심한 관심이 느껴졌다.

다행히 유치원, 1학년 입학생이 몇 명씩 있었고, 입학생 중엔 유학생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규모가 작은 학교이다 보니 학부모, 전교생, 선생님들 모두 모여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입학식이 진행이 됐다.

00면 주민들도 학교 학생들에게 관심이 큰 것 같다. 입학생에게 00면 장학회에서 장학금도 주셨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쳐주었다.

드디어... 유학생을 소개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전교생 중 절반 가까이 되는 유학생들이 팽나무 학교에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엔 전국의 다자녀 가정이 모였나 싶을 정도로 다자녀 가정이 많았다. 우리 가정은 3명의 아이들이 왔고, 아이가 넷인 가정도 여러 가정이 있었다.

"유학생 소개가 있겠습니다. 유학생 아이들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선생님 말씀에  유학생 아이들이 앞에 나왔다. 유치원을 포함하여 다양한 학년의 남녀 아이들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왔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참 어여쁜 아이들~ 이곳은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하다.

앞으로 나왔던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설레는 마음이 앞설까? 두려움이 앞설까? 기대감이 컸을까?

아이들이 한 명씩 호명될 때마다 환호와 함께 우렁찬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혹시나 아이들이 인사하는 건 잊지 않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또  이 장면을 놓칠세라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기대반 설렘 반을 갖고 참석했던 입학식이 끝났다.


입학식을 마치고 남편은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광주에 있는 송정역에 남편을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선생님께 오늘 아이들이 몇 시에 끝나는지 여쭤보았다. 오늘부터 전교생 돌봄이 시작한다고 하셨다.

"우와~정말요? 오늘부터 시작한다고요?"

광주까지 왔다 갔다 하기에 어중간한 시간이었는데, 4시 반까지 돌봄이라니 천만다행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전 학년 전교생이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아이들의 천국이 아닌 엄마들의 천국 아닐까? 하하하!!!


집에 가려고 하는 데 우리 부부 쪽으로 어떤 분이 다가오셨다.

00면 장학회 관계자셨다.

작년까지 00 내에서 우리가 살게 될 '떡집'을 관리해 오셨는데, 올해부터 구청에서 관리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건조기는 집에서 가져왔는지부터 물어보셨다. 사실 서울에도 두 명의 아이들이 있어서 건조기는 이곳에 가져올 수가 없다고 말씀드렸다. 빨래 건조대가 있기 때문에  그걸 사용할 예정이라고...

아이가 셋이라서 신경이 많이 쓰이셨던 걸까?

잠깐 고민하시더니 OO내에 건조기가 있는데 그걸 빌려주시겠다고 하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생각지도 못한 호의에 입학식 첫날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이분은 어디엔가 전화를 거시더니 시간이 되냐고도 물어보시며, 지금 당장 건조기를 옮겨주시려고 부단히 애쓰셨다. 그 마음이 참 감사했다.

다행히  우리 차에 건조기가 들어갈 것 같아서  우리 차에 건조기를 옮기기로 결정됐다.

 "그럼  차를 따라오세요"

그렇게 우리 부부는 안내해 주신 대로 파란 트럭을 따라갔다.  파란 트럭이 참 정겹게 느껴졌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OO 내가 있었고, 그분의 도움으로 남편과 함께 건조기를 차에 실었다. 무거운 가전을 남편과 함께 옮겨주시며, 내 집안일처럼 챙겨주신 낯선 분께 또 다른 감동을 느낀 날이다.

'어쩜 이곳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이 많을까?'

이렇게 강진에서 두 번째 인심을 느꼈던 날이다.


이곳은  말이죠~ 천사님만  사시는 걸까요??


이전 02화 따뜻함으로 다가온 시골 인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