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섯맘 Jun 20. 2024

방정환 아저씨

좋은 이웃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밖에 나가더니 다급히 와서 이야기를 했다.

"엄마! 집 앞에 박스가 있어요."

"무슨 박스지? 택배 주문한 거 없는데...."

떡집 문을 열어보니  박스가 놓여있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과자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납작한 박스 안에는 참치캔, 스팸, 다양한 종류의 과자들이 줄 맞춰서 들어있는 게 아닌가?

상자 안을 살펴보니 보내주신 분의 정성과 섬세함이 느껴졌다.

'응? 누가 집 앞에 놓고 가셨지?'

우리 집 앞에 놓여 있으니 누군가 갖다 놓은 게 분명한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져오긴엔 조심스럽다.

일단 옆으로 조금 옮겨서 그대로 놓아두었다. 천사님을 찾기까지...

'혹시 그 천사님은 옆집 아저씨일까?'

'어제  아이들과 따온 마늘종을 조금 드렸는데 답례로 갖다 놓으신 걸까? 설마?'






오늘도 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놀기에 여념이 없다. 해가 떨어지고 주변이 어둑해지자 아이들을 찾으러 나섰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침 옆집 아저씨가 계셔서 아이들과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아저씨께서 집 앞에 아이들 선물을 놓아두셨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천사님을 찾았다.

"아이고~어제 마늘종 조금 드렸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시다니요? 감사하게 잘 먹겠습니다."

"네~화분을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번에 집 앞에 화분도 놓아두었는데...

그런데 주변에 경계가 심하신 것 같아요."

'나는 경계가 심한 사람은 아닌데, 이웃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네~화분 주인이 아저씨셨군요~! 한동안  집 앞에 화분이 있었는데, 또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누가 집 앞에 둔 건가 궁금했어요. "


강진 오일장이 열렸던 어느 날, 남편과 나는 예쁜 꽃이 피어있는 화분 하나를 샀었다.

한 번씩 떡집 앞에 놓아두었는데, 오며 가며 보셨나 보다.


"선물해 주신 과자는 아이들과 감사하게 잘 먹겠습니다."

"네~이 집에 사시는 분들은 6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하시더라고요. 그전에도 선물을 종종 드렸어요. 혹시 문 앞에 무언가 놓여있으면 제가 드리는 겁니다."

'아~ 말씀만으로 감사합니다. 오늘 아이들에게 주신 선물로도 충분할걸요?'

아저씨의 따뜻한 말씀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이들과 집에 와서 선물을 열어보았다. 아이들은 보물찾기 하는 것 마냥 스낵과 젤리, 다양한 과자들을 꺼내보며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했다. 옆집에 따뜻한 이웃분이 계신다는 게 참 감사하다.


"엄마, 그런데요! 옆집 아저씨 방정환 아저씨 닮았어요."

 아저씨는  둥그스름한 얼굴에 중절모를 쓰고 있어서인지 방정환 님과 비슷해 보였다.

"그럼 얘들아~! 옆집 아저씨를  방정환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할까? "

"좋아요!"

"그런데 상자 안에 과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참치캔도 있고 햄도 있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골고루 다 넣으신 것 같은데? 이거 준비하시느라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그러니까요. 저희들이 좋아하는 과자가 잔뜩 들어있네요. 아저씨 정말 좋은 분이세요."







강진에 와서 이웃분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나는 어떤 이웃이 되어야 할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오늘도 강진에서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새겨본다.





#강진 #팽나무 학교 #작은 학교 #농촌 유학

이전 06화 쥐가 나타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