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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Aug 08. 2024

'클레멘타인'을 부릅니다.

"얘들아~! 오늘  금요일이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오~ 예! 좋아요!"

"엄마! 저도 읍에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싶었어요. 우리 마음 어떻게 아셨어요?"

"하하하! 너희들하고 마음이 통했네! 얘들아! 우리 뭐 먹을까? "

"감자탕 먹고 싶어요! "

"저도요~"

"좋아! 우리 감자탕 먹으러 읍으로 출~발!!"

"오~예~!"

삼 남매의 환호성 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도시에서 살 때에는 배달은 물론이고 집 밖에 몇 걸음만 나가도 우리가 갈 수 있는 음식점들이 많았지만 이곳은 그렇지 다.

주변에 식당이 몇 군데가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려면 읍으로 나가야 했다.


나는 강진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음식이 배달이 되는지 찾아봤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음식 배달이 되지 않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 마트가 두 곳이 있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우리는 한 껏 들뜬 마음으로 읍으로 향했다.

읍으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산길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날씨가 무더워진 요즘에도 '숲 냉장고'로 들어서면 나무들은 저마다 짙은 초록잎을 뿜으며 시원함을 선물해 준다.

"얘들아~! 이제 '숲 냉장고'로 들어간다!  이곳에 오공기가 다르지 않니? 진짜 시원하지?"

아치형으로 둘러싸인 '숲 냉장고'는 시원한 그늘과 함께 코를 정화시켜 주는 신선한 공기를 내뿜어준다.


"엄마! 잠깐만요~! 저기 노을 봐요! "

"와~! 진짜 멋있어요~! 저 장면은 사진 찍어야 해요!"

아이들은 노을 지는 풍경을 담아내느라 분주했다.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과 아파트로 둘러 쌓여 있어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었는데, 이곳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눈에 보이는 논과 밭, 산,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다.

"엄마! 논에 모가 엄청 많이 자랐어요."

"얘들아! 진짜 신기하지~ 모를 심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많이 자랐네. 시골에 살면 시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겠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초록색 논과 산이 있잖아."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뀌는 풍경은 늘 아이들에게 새로움을 선물해 주었다.

'너희들 마음속에도 자연이 주는 감성이 새겨지길...

훗날 어른이 되어도 이 아름다움을 영원히 기억하기를...'


우리는 그렇게 15분 정도를 달려서 음식점에 도착했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감자탕의 향기가 아이들의 식욕을 자극했고, 아이들은 전골에 담긴 감자탕을 깨끗이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밖을 나오니 하늘이 깜깜해졌다.

강진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가로등이 없는 산길을 운전하는 것이 두려워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서 집에 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깜깜한 길도 여유롭게 갈 수 있을 정도로  이곳 생활에 익숙해졌다.

또 우리가 좋아하는 '숲 냉장고' 길도 밤이 되면 낭만의 장소로 바뀌었다.  

구불구불한  '숲 냉장고' 길을 지나 마을 쪽에 들어서면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신이 난 나머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넓고 넓은 바닷가에 ~"노래를 부르니 세 아이가 합창을 하듯 함께 노래를 불렀다.

사실 '클레멘타인'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굉장히 슬픈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삼 남매가 부르는 '클레멘타인'은 신나는 시골 생활을 표현하듯, 경쾌하게 노래를 불렀다.

"오~ 얘들아! 엄마 어렸을 적이 많이 불렀던 노래인데, 이 노래는 어떻게 알았어?"

"저희 방과 후 음악 시간에 배운 노래예요."

때마침  마을 주변에서 들려오는 개구리울음소리와 아이들의 '클레멘타인' 노랫소리가 함께 들렸다.

어둑한 길을 따라가며 개구리울음소리와 아이들의 노래 들고 있노라니 마치  숲 속 음악회에 초대된듯했다.

이곳 강진에 오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는...

시골 밤 감성에  빠져든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은 외출할 때마다 '클레멘타인'노래를 자주 불렀다.

당분간은 아이들에게 슬픈 가사 속 이야기를 알려주지 않을 예정이다.

가사를 개사해서 '강진 감성 한 스푼'을 담아 이 노래를 마음껏 부르고 싶다.


좁고 좁은 시골길에 오막살이 집 한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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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남매의 '클레멘타인'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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