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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Sep 19. 2024

농촌유학 와보니 어때?

1학기를 보내고...

지난여름 방학, 아이들은 서울에서 10여 일간의 방학 보내고 강진에 내려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서울 공기, 자동차 소리, 잠 못 드는 불빛, 높은 건물들, 정들었던 놀이터, 오남매가 함께 지냈던 아파트를 떠나 강진에 내려가려니 아이들도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다.

"아~서울집에서 좀 더 있고 싶어요."

"서울 친구들하고도 더 놀고 싶어요."

"형이랑 누나랑 더 있고 싶어요."

강진도 좋지만 서울도 좋은 이 갈대와 같은 마음을 어찌하랴...

삼남매는 방학 후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가서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도 타고 놀이터에서 놀며 신나게  방학을 보냈다.

아이들과 여러 날 에 있다 보니 강진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치 미래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떡집 가족은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을 아껴가며 알찬 시간을 보냈.


강진으로 내려온 아이들가족들, 친구들과의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했다. 나 역시 서울에 두고 온 두 아이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하면서도 저만치 밀려오는 복잡한 심경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큰 아이들은 엄마의 생각과 달리 내가 곁에 있지 않아도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 않을 만큼 어느새 부쩍 커버렸다. 나는 첫째, 둘째가 조금  어릴 때 시골에 내려와 다 함께 지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짐을 정리하다 쌍둥이가 속닥이는 소리를 듣고 '피식'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

"00아! 우리 내일 학교 가는 거 기대되지 않냐?"

"응! 나도 학교 가는 거 설레."

아이들이 서울에 더 있고 싶다는 투정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개학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럼, 그렇지.'

아이들에게 설렘을 주는 학교, 그런 팽나무 학교가 좋다.




삼남매은 1년 동안 단기 유학 온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 다녀오면 늘 나에게 물어보곤 했다.

"엄마~! 우리 팽나무 학교에 더 있으면 안 돼요?"

"아니요~우리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있으면 안 돼요?"

학교가 얼마나 좋은 건지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심 흐뭇했다.


"얘들아~! 우리가 팽나무 학교에서 1학기를 보냈는데 어떤 점이 좋았어?"

"저는요~ 학교에서 발표할 기회가 많아서 좋았어요. 도시에서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제가 발표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여기서는 발표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선생님과 가깝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아요."

팽나무 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적다. 어떻게 보면  이곳에서 가장 이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쌍둥이반 학생은 모두 다섯 명으로 팽나무 학교에서 학생수가 가장 많은 학년이다.

"그럼 00이 생각은 어때?"

"저는 학교에서 말 타는 게 정말 좋아요."

00 이는 학교 홍보영상을 보던  중  말 타는 장면에 홀딱 반해서  농촌 유학을 가고 싶어 했던 아이다.

역시나 그때나 지금이나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럼 00 이는?"

"저는 체험학습을 많이 가서 좋아요."

사실 00 이는 유치원에서도 체험학습을 가지 못했었다. 유치원은 어린이 보호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구하지 못해서 외부로 체험활동을 가지 못했고, 유치원으로 찾아오는 체험활동에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에는 초등학교도 차량 문제로 인해  현장체험을 가지 못했다. 다행히 올해는 팽나무 학교로 농촌유학을 와서 다양한 체험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1학기에 다녀온 체험학습은 숲체험, 장흥 편백나무 숲, 나주 워터파크, 고학년 야영... 이렇게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배움의 기회를 넓혀 가고 있다.


강진에 와서 삼남매가 공통적으로 했던 말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말이다. 나 역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한 학기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낯선 땅에 와서 적응하며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다 보니 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어느덧 달력은 9월 중순을 지나가고 있다. 이렇게 뜨거웠던 추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더운 추석을 보냈고, 여전히 강렬한 햇빛과 매일 마주하며, 또 우수수 떨어지는 팽나무 잎을 바라보며 시원한 가을을 기대해 본다.


우리 가족은 누렇게 물들어가는 들판을 바라보며 강진에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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