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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Sep 26. 2024

나빌레라

너의 몸짓, 당신의 몸짓

'나빌레라'는 '나비 같다'라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단어의 뜻도 소리도 예뻐서 마음에 든다.

농촌 유학 온 지 얼마나 됐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갔다. 한적한 시골에 커다란 공원이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우리는 궁금한 마음에  공원을 찾아갔다. 공원에는 쉴 수 있는 공간과 여러 종류의  꽃이 심어져 있다. 도시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였을 공원에 사람 찾기는 쉽지 않았다. 공원 맞은편에는 넓은 논이 있는데  그곳 또한 우리가 좋아하는 장소이다.

"00아! 엄마  사진 좀 찍어줘."

셋째와 나는 시골 논밭을 배경 삼아 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00 이가 이름 모를 풀꽃을 발견했다.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을 뽐내고 있는 풀꽃이 참 예쁘다. 풀꽃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이는 논길에서 워킹을 시작했다. 저만치서 어깨를 흐느적거리며 걸어오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하하하! 00 이가 워킹을 잘하는데? 진짜 모델 같다."

장난스레 워킹을 시작했던 아이는 엄마의 칭찬 이내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더니 아이의 아름다운 몸짓이 시작됐다. 초록색 논밭 사이에서 춤을 추는 아이의  몸짓을 보고 있노라니 '나빌레라'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논밭뷰  워킹, 작은 몸짓...


무엇이 이 아이를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얼마 전 강진에서 '하맥 축제'가 열렸다. 1만 원 입장권을 내고 축제장 안에 들어가면 무제한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윤도현 밴드가 오던 날, 우리는 축제장을 찾았다. 축제장 밖에서도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주변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장 전체로 퍼지는 뻥 뚫린 음향, 청량감을 주는 목소리에 축제장이 들썩였다. 아이들이 윤도현 밴드를 알까 싶었지만 초등학생 아이들도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펜스로 둘러진 축제장 밖에서 윤도현 밴드의 노래를 으며 나도 모르게 몸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공연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커다란 전광판을 바라보며 노래에 들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펜스 안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어떤 분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시는 것이 아닌가?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내 시야에 점점 그분의 몸짓이 들어왔다.

'사람들 많은 곳에서  추기가 쉽지 않은데  용기가 대단하시다.'


그녀의 몸짓은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분은 노래와  하나가 되어 물 흐르듯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나의 눈길은 그녀의 몸짓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국 무용을 전공하셨나?'나는 부채를 펼치며 미끄러지듯 또다시 일어서며  예사롭지 않은 우아한 몸짓의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노래가 끝나자 그녀의 춤사위도 멈추었다. 주변에서 우렁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상하게도 나의 마음은 윤도현 밴드의 다음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그녀의 춤을 기대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공연을 보러 온 것처럼...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춤을 잘 추세요?"

"발레 전공했어요! 우리 아이들도 발레를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음악에 맞추어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취기와 땀으로 버무려진 그녀의 표정에서 행복이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 이어질 듯했던 그녀의 춤은 뒷좌석에 앉아 계시던 분들이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인해 중단됐다.

왠지 그분의 춤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았던 그녀의 춤은 내 머릿속에 '아름다움'이라는 모습으로 깊게  남아 있다.


우리 아이들도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감정을 예술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표현에 서투른 '나'라는 '어른'을 되돌아보며 나빌레라와 같았던 아이의 몸짓, 그녀의 춤사위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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