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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을 Sep 01. 2024

작은 파동이 파동으로 남더라도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배우이자 작가가 쓴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었다. 유퀴즈를 먼저 본 탓에 원하지 않았던 스포를 당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책의 중간 부분 부터 눈물을 계속 쏟아냈다. 


전쟁 성노예.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아파하고 분노했지만 그 이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베트남 전쟁때 우리나라 또한 그 나라 사람들을 성노예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혹시라도 우리가 한 행동은 숨기고 우리가 당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분노하는 꼴이 될까봐 무고한 100% 피해자인 척 하기 싫었다. 두번째, 우리가 힘이 있었다면, 우리가 일본 처럼 섬나라에 땅을 정복하고 세계를 재패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은 나라였다면. 그렇게 잔인하게 전쟁을 일으키고 일본과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틀렸다. 나는 마치 재판관처럼 정의를 따졌다. 나는 대통령이 아니다. 시민으로, 개인으로 아파하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자유함이 있다. 나는 편하게 책과 영상으로 이 사건들을 접했고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지만 행동하지 않았다. 생각할 수 있는 머리를 굴리며 고상하게 생각만 했다. '만약에'는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한국인으로 태어났다고 한국의 과거에 아파하고 동참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적으로 누군가를 평가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온갖 생각들과 질문을 뒤로하고 나는 일제강점기 시절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고 심장이 빠르게 뛸 정도로 분개한다. 나는 그렇다. 책에 적힌 몇글자의 사건 뒤에는 두려움에 숨죽여 떨었을 순간들, 내가 대신 죽어줄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이 눈 앞에서 고문을 당해도 '나라'를 위해 싸운 순간들. 설령 그 나라가 나를 배신하더라도. 나열 할 수 없는 각 사람의 결심들이 숨겨져있다. 


차인표 작가님이 이 책을 집필할 때도 그 사기를 꺾는 말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나도 앞으로 쓰게 될 글들이 굳이 필요할까, 왜 쓸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아 참 가슴 아픈일이야. 하고 지나 갈 수 있다. 지나간다는게 잊는다는게 아니다. 지금 다른 할일에, 나의 일상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항상 가슴에는, 머리에는 저장되있을 거다. 


나한테는 그게 잊는거다. 중학교 3학년 무렵, 역사시간에 분개하던 소녀는 벌써 20대 후반이 되었다. 전쟁은 없지만 세계의 힘 경쟁은 계속 되고 해외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왜 이렇게 안쓰러운지.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유튜브에, 네이버에 계속 올라온다. 과거는 과거이고 나는 내 할일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울분이 터지는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역사 시간에 함께 욕했던 탐관오리들은 어느 때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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