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ENOUGH / by 호 선 자
50년을 사는 동안 나는 항상 남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다. 생일이 일 월이라 일곱 살 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내성적인 데다 동급생들이 대부분 나보다 한 살이 많아 그냥 기가 죽었고 뭔가 뒤떨어진 기분을 느끼면서 학교 생활을 했었다. 여상을 졸업하고서는 엄격했던 아버지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어 바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일 년 후 결혼을 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가정을 돌보며 일도 하면서 바쁘게 살다 보니 또래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못했고, 다른 학부모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어디에도 끼지 못한 채 살았다.
30대 초반엔 우연한 계기로 호주로 오게 되었는데, 외국 생활도 처음이고 영어도 전혀 하지 못하던 나에게는 고학력에 똑똑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집합소인 것처럼 느껴졌다. 한 살 어린 나이에 초등학교를 입학한 것 같은 어리둥절한 생활을 하면서 나는 그들과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몇 년 전부터 갱년기가 시작되어 내 몸은 여러 곳이 삐걱거렸고 마음은 우울함과 무기력에 휩싸였다.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떤 일을 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행복했던 걸까? 어떤 말을 듣고 기뻤던 걸까?'생각해 보았다. 내가 발견한 것은 요리를 할 때 내가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었다. 관심 있는 요리 레시피를 찾거나 다른 곳에서 색다른 음식을 먹을 때, 그 맛을 기억하고 식구들에게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주면 다들 맛있다고 칭찬해 주었고 나는 행복했다.
나는 한식에 관심이 있다.
모든 요리가 그렇지만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생각지도 못한 재료나 방식의 요리법을 보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창조과정을 거쳐 일품요리가 되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다.
또한,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2년 전부터 요가와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습관이나 나쁜 자세로 인해 몸의 균형을 잃으면 질병이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고 운동을 하면서 온몸이 아팠다. 운동을 한 다음 날은 이전 날 험한 등산을 한 것 같은 피로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니 운동을 하면 몸이 풀리는 변화를 점점 느끼게 되었다. 아침에 운동을 하러 가기가 싫고 귀찮을 때도 많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운동복을 입고 마음의 준비를 한 후 운동을 하니 그런 불편한 마음도 점점 사라졌다.
몇 주 전 남편과 함께 요가를 하러 갔을 때, 강사가 "I am enough"라고 여러 번 따라 하게 했는데 난 그 말이 내 마음에 꽂혔다.
그렇다.
난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지금까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요리 연구를 계속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고, 운동하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할 것이다.
I AM EN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