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교회에 갔을 때 뭔가 초월적인 느낌이 그를 감 쌓다. 그렇게 시작된 믿음이 삶의 궁극적 의미로 자리 잡아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사가 되었다. 30에 목회에 인생을 걸기로 결심했지만 아주 가끔씩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스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는 집을 나서 자연 속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까만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로 가득한 광대한 우주를 바라보며 문득 강력한 신의 현존을 느꼈다. 신은 확실히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신비한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확신에 차 더욱 목회에 헌신해 신의 위대함과 그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로 20년을 보냈다.
50이 되던 어느 날, 그는 유튜브에서 허블 망원경을 통해 촬영한 별들의 영상을 보았다. 그는 우주의 신비에 다시 한번 흠뻑 빠져들었다. 저 많은 별들 중 태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이 빛의 속도로 4.3년이 걸리는 곳에 있고 그런 별들이 우리 은하 안에 1천억 개가 넘게 있다는 것과, 그런 은하가 우주 안에 1조 개가 넘게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신의 전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주를 알아갈수록 그런 광대한 우주를 창조한 신이 우주에선 먼지보다 작은 지구행성 위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80억 인간들의 개인적인 삶에 일일이 관여하는 인격적인 존재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저 신이니까 가능하겠지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은 어쩜 그의 게으른 사유의 현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밤하늘의 별들이 20년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그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지금까지 믿음을 바탕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시간차를 두고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의식의 차이처럼 믿음도 절대적이지 않으며, 차연을 통해 넓어진 인식의 지평에서 변해가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오늘도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고 있다. 동일한 별들이 20년 후에는 또 어떤 의미로 다시 다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