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부엌 레노베이션 하기
Kitchen Renovation
부엌 공사가 거의 끝나간다. 아내의 오랜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수년간 조금씩 모아 두었던 아내의 통장 잔고는 텅 비어 가지만 아내의 얼굴엔 뿌듯함이 차오른다. 현재까지 비용이 $21,980이 들었고 앞으로 레인지후드 양 옆으로 캐비넷을 추가 설치하고 페인트 칠로 마무리하기 위해 약 $2,000 정도의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공사의 시작은 부엌 옆에 있는 작은 방을 1/3 정도 칸막이로 막아 부엌 물품을 보관하는 팬트리로 만들면 좋겠다는 아내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방의 삼분의 일 공간을 벽으로 막고 문을 달고 보니 아주 만족스러운 널찍한 팬트리가 생긴 것이다. 좋은 팬트리가 생기니 부엌도 새로 교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브리즈번 아줌마 카페에서 추천을 받은 부엌 캐비넷 제작 업체에 연락해 견적을 받아보았는데 $9,500 정도면 가능하다고 했다. 쓰던 부엌을 뜯어내는 작업과 페인트칠 작업은 우리가 직접 하기로 하고 부엌 레노베이션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부엌에 들어갈 쿡탑과 오븐, 레인지후드와 식기세척기를 구입하기로 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나는 이베이에서 저렴한 것을 구입하자고 했지만 아내는 딸들과 함께 전자 제품 전문점인 The Good Guys에 가서 고급 브랜드인 독일산 BOSCH 제품으로 인덕션 쿡탑과 오븐 그리고 레인지후드를 주문했고 식기세척기는 LG 브랜드로 세척 후 문이 조금 열리는 비싼 것으로 예약 주문하고 왔다. 특별히 신경 썼던 것은 폐 건강에 좋지 않고 화재 위험이 있는 가스쿡탑을 제거하고 화력도 좋고 화재 예방도 되는 80 센티미터 짜리 인덕션 쿡탑으로 교체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인덕션 쿡탑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미터박스를 설치하고 집안 전선을 두꺼운 전선으로 교체해야 하는 대형 전기공사다. 우선 아줌마 카페의 추천을 받은 한인 전기기사에게 연락해 견적을 받아보니 전기 시스템 업그레이드 공사비만 $4,000가 든다고 해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에 잠시 부엌 레노베이션을 망설였다. 그러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 집 전기 공사를 여러 번 해주었던 베트남 전기기사인 톰 아저씨를 불러서 견적을 받으니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인덕션 연결 및 부엌에 필요한 6개의 파워포인트 설치를 $2,870에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왕 부엌 레노베이션을 하기로 한 것 집 전선도 업그레이드할 겸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나와 아내 둘이서 기존 부엌을 어렵게 뜯어낸 후 팬트리와 벽을 제거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집 레노베이션 전문가인 믹 아저씨에게 팬트리와 벽 해체 작업과 다시 벽 복구공사하는 것을 맡겼다. 그리고 캐비넷 사장이 추천한 배관공에게는 싱크대 배관 작업과 식기세척기와 언더싱크 정수기 설치를 맡겼다.
부엌 레노베이션을 위해 아내가 작업을 총괄하였고 큰 딸 유정이는 오븐, 쿡탑, 후드와 식기세척기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걸 도왔으며, 작은 딸 유희는 케비넷 손잡이와 부엌 벤치탑 스톤과 벽에 붙이는 스플래쉬백을 고르는 걸 도왔다. 나는 아내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했고 작업자들에게 공사를 지시했다. 이번 부엌 레노베이션을 위해 투입된 인원이 총 10명이나 되었고, 현재까지 지출한 비용은 총 $21,980이 소요되었다. 상세한 비용 내역은 다음과 같다.
<뉴 팬트리 만들기 공사>
팬트리 공사비 1,000
팬트리 센서 전등 35
팬트리 문 손잡이 33
팬트리 선반 구입비 357
소계: 1,425
< 새 부엌 제품 구입 >
인덕션 쿡탑 1,700
오븐 421
레인지후드 799
식기세척기 1,148
싱크 수도꼭지 86
싱크 볼 sink bowl 385
부엌 벽 splashback 765
언더싱크 정수기 249
Led 전등 75
바닥 장판 97
소계: 5,725
< 케비넷과 스톤 상판 설치 공사 >
케비넷과 스톤상판 설치 9,500
<배관 공사 >
싱크 볼, 식기세척기, 워터탭과 정수기 설치 1,000
<인덕션 설치에 필요한 전기 공사>
전기 새 미터박스로 교체 770
미터박스에서 스위치보드로 연결 320
메인 케이블 16mm 두 줄로 교체 900
인덕션 32 amp 연결 300
파워포인트 6개 만들기와 Led등 달기 580
소계: 2,870
< 부엌 선반, 벽 해체와 복구공사 >
팬트리 해체와 벽 뜯어내기 400
천장, 벽 붙이기 및 쓰레기 버리기 520
후드 설치, 스플래쉬백, 창틀몰딩 540
소계: 1,460
총 경비: 21,980
2007년에 약 35년 된 집을 사서 지난 15년 동안 살면서 돈이 조금 모이면 계속해서 집을 레노베이션해 왔다.
1층의 더블 게라지를 개조해 두 개의 방을 만들었고, 울타리 역할을 했던 나무들을 베고 파내서 담장을 예쁘게 만들었으며, 드라이브웨이를 콘크리트로 새로 깔았고, 장비를 불러 앞마당을 골랐다. 낡은 지붕을 수리하고 페인트를 칠했고, 집 외벽을 현대식 건물처럼 미장을 했고, 창고를 짓고 카포트와 파골라를 만들었으며, 욕실을 새로 레노베이션했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2층 창문엔 안전 방충망을 달고 집 뒤쪽 발코니를 확장시켜 식당방으로 만들었으며, 방과 거실과 식당방에 에어컨을 7개나 달았다. 또한 1층 부엌을 뜯어내고 새 부엌으로 레노베이션했으며 샤시 문을 교체했고, 2층 카펫을 걷어내고 나무 바닥으로 직접 깔았다. 작은 방에 붙박이장을 새로 만들었으며, 가스 핫 워터탱크를 제거하고 솔라 핫 워터 시스템으로 교체 설치했고, 앞마당에는 애들 놀이터를 만들어 놀이 기구를 계속 추가했다. 정원에는 화단과 텃밭을 만들었고 망고나무, 매실나무, 브라질 포도나무 등도 심었다.
집과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지난 15년간 계속해서 집을 레노베이션하면서 허름했던 집이 점점 어엿한 저택으로 변해가는 걸 보면서 내 안의 힘도 점점 상승했다. 스피노자가 말한 코나투스, 니체가 말한 힘의 의지가 점점 증가해 가고 높아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 그만큼 내 안의 자아가 실현되어가는 것을 경험해왔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라고 했던가? 큰 행복을 한번 맛보는 것보단 작은 행복을 여러 번 맛보는 것이 어쩜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호주에서 단독주택에 살면서 주말이면 뻔질나게 건축자재 판매점인 버닝스에 들려 자재나 공구를 사서 집을 레노베이션하면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호주인들이 수 십 년을 살아도 별로 고칠 곳이 없는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한국인들보다 좀 더 자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추론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