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에 대하여 (What is Truth?)
김동관
오늘은 금요일(TGIF, Thank God it's Friday)입니다. 즐거운 금요일이 되어야 할 텐데 날씨가 흐리고 몸도 피곤하여서인지 마음이 조금 무겁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은 지팡이를 짚고 무표정으로 힘겹게 걸어가는 노인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군요.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갈까 생각하다가 요양원에서 코에 호스를 연결해 음식을 섭취하며 힘겹게 연명하고 계시는 한국의 부친이 떠올라 마음이 더 착잡해집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언제 죽더라도 담담하게 죽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공부가 철학이라는 거겠지요. 나는 사춘기 때부터 죽음의 문제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종교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진리를 알고자 하는 열정도 컸었지요. 특별히 서양 종교인 기독교 내의 여러 종파들의 가르침을 두루 경험했고 성경을 학자처럼 꼼꼼히 오랫동안 공부했었답니다.
내가 50년 동안 내 삶의 최상의 가치로 믿고 살아왔던 기독교에 회의가 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 혁필을 하면서 호주 전역과 세계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부터였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접하면서 생각이 유연해져 갔고, 인터넷 혁명으로 인해 접근이 손쉽게 된 철학과 종교, 과학과 인문학 강의를 지난 10년 동안 밤낮으로 들으면서 내 생각의 지평이 넓어졌고, 인류의 문화와 지성의 발전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기독교 프레임에 갇힌 내 세계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나 깨닫게 되었지요.
최초의 교회들이 세워져서 기독교가 시작되었던 터키의 여행에서 기독교가 철저히 외면당한 현장을 보았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관광지로 변해버린 웅장하고 화려한 성당들을 보면서 기독교가 민중위에 군림하다가 어떻게 몰락했는가를 알 수 있었으며, 필리핀 여행에서는 상업화되어 지금도 성업 중인 프랜차이즈 교회를 보았고, 북한 여행 시에는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신격화된 신흥 종교국가를 목격했지요. 내가 객관적으로 바라본 기독교는 한 시대의 문화였고 정치였으며, 현실의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환상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다가 뭔가 찝찝하고 애매하게 죽게 만드는 인민의 아편이었답니다. 나도 오랫동안 중독되어 있었지만 한번 빠지면 참 벗어나기 어려운 일이지요.
그리고 나는 벨포 경의 시에서 처럼 내가 최상의 진리라 여겼던 기독교 신앙을 조용히 거두고 새로운 진리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답니다. 내가 그동안 진리라고 믿었던 것은 사실은 누군가로부터 나에게 심겨진 신념일 뿐이었으며, 진리는 결코 불변의 것도, 영원한 것도 아니며, 내 삶의 시간 속에서 이해되고 있는 현재의 해석일 뿐,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천상에서의 영원한 삶을 원하지도, 생의 목표로 삼지도 않게 되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그라들었고 지상에서의 한정된 삶에 내 존재의 모든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답니다. 오늘 죽는다고 할지라도 여한이 없는 삶, 오늘의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해도 좋을 그런 하루를 오늘도 추구하며 살아갈 뿐이지요.
누가 나에게 "진리가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한여름밤을 지낼 천막"이라고 답하겠습니다.
< 진리에 대하여 / 벨포 경 >
우리가 최상의 진리라고 여기는 것은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어떤 진리에도 머물지 말라
그것을 다만 한여름밤을 지낼 천막으로 여기고 그곳에 집을 짓지 말라.
왜냐하면 그 집이 당신의 무덤이 될 테니까
그 진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할 때
그 진리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감사히 여기라
그것은 침구를 거두어 떠나라는
신의 속삭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