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네 여자
/ 김동관
오늘도 내 전화 기다리는 그녀는
내 마음의 오랜 슬픔
열일곱에 옆 동네 중매쟁이 통해
세상 물정 모르는 외동아들 만나
시부모 모시고 자식 여덟 낳아 기르느라
밤낮으로 뛰며 뒤 볼새 없이 사시다가
야속도 하지, 병이 들어 고통에 지치셨네
농사일로 막일로 생선장사로
한평생 고생한 게 풀 수 없는 한이 되어
반복 또 반복 나에게 말하시네
행복해 보이시던 모습 떠 올려 보고자 하나
두 번 밖에 생각나지 않아 안타깝고 서글프다
짧은 인생 웃고만 살아도 허망한데
좋았던 일들 기억 속에 사라져 없고
원망스런 일들만 가슴에 생생해
쏟아내고 풀어내도 끝날 줄 모르니
한 여자의 일생이 슬프고 또 슬프다
오늘도 버거운 삶에 허둥대는 그녀는
내 인생의 풀기 힘든 화두
어릴 적 아픈 엄마 잃을까 불안 속에 살다
열 살 때 엄마 잃고 우울증으로 고통받은 너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나에게 보물을 셋이나 선물했지만
자신도 감당 못하는 상처받은 철부지
홀로 아이 셋 키워야 하는 하루하루
전쟁처럼 살아가는 생기 없는 모습에
내 마음은 무겁고 안쓰럽고 안타깝다
날 보면 뛰어 와 내 품에 안기는 그녀는
근심에 일그러진 내 얼굴의 환한 미소
할아버지 알러뷰 사랑해요 들을 때
세상 시름 모두 잊고 모든 것이 아름답다
내 마음이 외로울 때 다섯 살 예쁜 그녀
코맹맹이 사랑고백 듣고 또 들으며
내 마음의 어두움 다 날려버린다
내가 지쳐 외로울 때 고향 같은 그녀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나의 동반자
낙타처럼 묵묵히 무거운 짐 지고
뒤 볼새 없이 앞만 보고 50년을 걸어온 그녀
이제는 짐을 벗고 자아 찾아보겠노라
오늘도 이곳저곳 뒤져보고 찾고 있네
갱년기 우울증에 문득문득 눈물 쏟지만
아침이면 꿋꿋이 일어나는 해 같은 여인
함께 꿈을 꾸며 미래를 희망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내 사랑 나의 동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