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으로만 오기엔 너무 아까운 도시, 반일 여행기
이번에 체코에서 하는 리더십 미팅에 회사 측 초청을 받아 참석하게 되었다. 5일간의 일정 중 4일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진행되었고 많은 사람들과의 네트워킹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미팅을 마치자 딱 반나절 정도가 비행시간 전까지 여유가 있었는데, 이 짬을 활용한 여행기록을 공유한다.
광장에 나가니 밴드가 위플래쉬에 나왔던 수록곡 중 하나인 '카라반'을 연주하고 있었다.
프라하는 그래도 관광지이다 보니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춘 식당이 많았다. 동유럽 특유의 짠기가 많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점심 비즈니스 3코스를 제공하는 식당에 들어가 카를교 (영문으로 하면 찰스교 가 맞는 이름인 것 같다.)와 평화롭게 지나다니는 유람선 풍경을 잠시 만끽해 본다. 정말 잠깐이지만, 밝은 햇살 속에 선글라스를 쓰고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까를 교 근처에 붙어 있는 레논벽도 가본다. 동유럽 청년들의 자유의 상징적인 산물이 되어버린 레논벽은 레논 얼굴이 보이면 가려지고 또 그 위에 그림을 더 그리고 하는 식으로 명맥이 유지되는 것 같다. 내가 갔을 때에도 저 벽에 낙서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만 보니 체코 국기도 오른쪽 위에 있다. 각 색상마다 상징이 있었는데 지금은 붉은색이 체코의 독립을 위한 붉은 피라는 것만 생각난다.
카를 교에 가면 별이 다섯 개 머리에 붙어 있는 '얀 신부'를 볼 수 있다.
얀 신부야 말로 정말 종교권 다툼에 있어 희생양과 같은 신부님이다. 당시 왕이었던 바츨라프 4세가 종교권 확립을 위해 프라하 대주교를 자기의 성으로 불러들였는데 (죽이려고) 대주교가 이를 눈치채고 비서실장 급인 얀 신부를 대신 보내 얀 신부가 혀가 잘리고 다리가 잘려 카를교에서 블타바 강에 내던져졌다는 속설이 있다. 이때 그가 죽고 난 뒤 5개의 별 모양의 빛이 강 위에 떠올랐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가 있어서 별 5개가 얀 신부의 상징처럼 되었다. 이 사건으로 국민의 공분을 산 바츨라프 4세는 민심 회복을 위해 얀 신부를 기리는 조형물을 카를교뿐만 아니라 성비투스 대성당에도 무덤을 만들어 두었더랬다.
여기 밑에 쪽에 얀 신부, 그리고 바츨라프의 부인인 조피아 왕비, 강아지 조각이 보이는데
얀 신부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조피아 왕비를 만지면 프라하에 다시 오고,
강아지를 만지면 반려 동물의 행복을 빌어 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세 개 다 만졌다. 이전에 조피아 왕비를 만졌던 기억이 있는데 근 15년 만에 프라하에 다시 왔다.
여기서 그림이나 보석을 판매하는 분들도 그냥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오디션을 통과하신 분들이 판매하는 것이어서 정말 실력자들이 많았다. 퀄리티 있는 그림들!
그리고 그림과 현실세계를 구별하기 힘든 풍경들이 펼쳐진다. 프라하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도 그렇고, 실제 경기가 전 세계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체코도 피해 가기는 쉬운 상황은 아니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GDP 가 유럽 평균을 요새 넘어섰다고 하니 경기 호황기가 언젠간 오기를 바라본다.
다음은 황금소로를 왔다. 황금소로는 말 그대로 황금+작은 길 이 합쳐진 좁은 골목길인데,
여기 이름이 정해진 두 가지의 썰이 있다.
1) 연금술사들이 많이 와서 금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동네여서
2) 배수시설이 잘 안 되어있던 옛날 바닥에 배설물들이 너무 많이 나와 황금색처럼 보여서..
저 황금소로에 있던 집 중에 하나가 '변신'을 집필한 카프카의 작업실이다. 현재는 관광객 기념품샵으로 쓰이지만 카프카의 명패를 확인할 수는 있었다.
성 비투스 대성당을 비롯한 프라하 성의 면면을 탐험하러 가본다.
위의 오른쪽 그림은 잘은 보이지 않지만 그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이다.
루이 16세는 유명한 편집증이 있었다고 한다. 유리잔에 벼룩을 가두고 하루 종일 보는 게 낙이라던지, 혹은 열쇠를 너무 좋아한다던지. 나는 열쇠공이 되었어야 했다는 말도 반복했다고 한다.
이런 루이 16세에게 12살에 나이에 시집온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가 행복하고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했을 리가 없고, 그녀 역시 결국 단두대의 이슬로 사망한다.
투어 가이드님이 성 비투스 성당의 제일 멋진 부분 앞에서 사진을 50장이나 찍어주셨는데, 멋진 성당의 모습을 함께 감상하시길.
아래는 앞서 말했던 얀 신부의 무덤이다.
체코의 유명한 예술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인 '성 키릴과 성 메토디우스'라는 작품이 보인다.
저 중간에 있는 소년이 바츨라프 1세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옆에는 할머니인 성루드밀라가 그려져 있다고.
실제로 봤을 때는 이 작품이 제일 멋있었다.
프라하 성에서 전망을 바라다볼 수 있는 스타벅스가 있었는데, 공사 중이어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최고의 뷰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시내로 들어와서 거리를 좀 돌아다녀본다.
비건 레스토랑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체코의 국민 만두인 스비치코바를 비건 버전으로 먹어봤다. 콩고기 안심을 부드럽게 재운 뒤 당근 소스와 체코식 만두인 크네들릭 빵, 생크림, 라즈베리 잼과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독특한데 은근히 맛있다.
유람선도 잠깐 타본다. 아래 건물은 국가 기관중 하나였는데, 잊어버렸다.
마지막 사진은 프라하 시계탑이다. 시계탑이 참 유명한 나라인 만큼, 마그넷도 시계탑 그림이 많은데, 심지어 톱니바퀴가 마그넷 안에서 정교하게 돌아가기도 한다. 예술성 하나만 봤는데도 정말 다른 나라들과는 차원이 다른 면모가 있다.
프라하는 지금쯤 가야 조금 더 크게 다가오는 도시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명관에 감탄했다면,
지금은 이 나라가 형성되기까지의 그 수많은 피와 싸움, 그리고 그 기록을 잘 유지기록하려고 하는 지금 세대의 노력이 조금 더 돋보이는 나라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