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집 매매기

Feat. 정권교체와 불장,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by 워케이셔너

이 답이 없는 불장 속에서,

기어코 나는 집 계약을 했다. 약 10번 정도의 집주인의 거절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그것도 빚을 9억이나 얻어갈 시나리오를 써가며.

사실 최상의 선택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호가에 어느 정도 끌려간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말 집을 팔고 나서의 그 허전함과 불안함은 나와 남편을 그저 관망하지 못하게 했다.

집값이 떨어지든 오르든, 우린 정말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집을 내놓은 건 대략 1년 전쯤. 탄핵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다. 집도 3년 정도 살았고, 주담대 남은 금액도 이제 적정 선으로 많이 갚아둔 상태여서, 이쯤이면 집을 내놓아도 될 것 같았다.

우리 아파트가 2001년 식의 상대적으로 소단지 아파트라서 처음엔 소식이 없었다.

당근도, 부동산도, 연락도 없고, 인기도 없고. 나름 역세권 아파트 (5-6분 거리) 였음에도 약간 언덕배기라는 점도 한몫했다. 분명 작년에도 불장이 있었다고 했는데, 왜 나만 못 느꼈는지 모르겠다. 집값은 우리 아파트만 빼고 요동치는 것 같았다.


입질(?) 이 온 것은 탄핵 뉴스가 나오고 난 뒤였다. 차츰차츰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더니, 대선이 끝나자마자 하루에 부동산에서 전화가 3-5 통씩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가 들어와서 실거주할 목적으로 인테리어를 많이 해 두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인 건지 우리 아파트에서 인기 매물로 떠오르더니 우리 집을 정말 마음에 들어 하던 신혼부부에게 낙찰이 되었다. 약 2천5백만 원 깎은 금액으로 집은 팔렸다.

사실 우리가 처음 집을 매물로 올려놨을 때에 비하면 약 5천5백만 원이 깎인 금액이었지만, 지금도 이 집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판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불장일 경우엔!)

차라리 이렇게 집값 폭등이 오기 전에 가격이 눌려 있을 때 내 집을 싸게 팔고 싸게 나온 새 매물을 샀더라면. 이게 내가 깨달은 첫 번째 러닝 포인트다.


집 계약을 할 때, 그리고 내가 뼈저리게 깨달은 두 번째 러닝 포인트는 중도금을 어느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중도금을 5천만 원만 받는 조건으로 나는 집값 5백만 원을 더 올렸다. 5백만 원이 뭐라고..

이러면서 내 새 집 매매 스케줄이 꽤 복잡하게 되어버렸다. 우리가 갈 새로운 집은 중도금을 40%에 맞추어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중도금 받는 금액이 너무 적다 보니 내 잔금 일자에 맞춰 계약한 집의 중도금을 납입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우리 집 짐을 빼고 새 집으로 이사 가기까지의 스케줄이 붕- 떠버렸다. 결국 단기 월세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생겨버렸다. (그래도 월세 구하는 앱이 잘 되어 있다 - 리브애니웨어, 33 엠투 등) 하지만 이 또한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지출하는 것이기에 좀 아깝다는 생각은 많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는, 부동산에 내 실수요를 잘 알려라 하는 것이다.

결국 이쪽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나는 흑석동의 매물을 눈여겨보았었다. 워낙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는 지역인 데다 뉴타운 호재도 있고, 우리 아이가 곧 초등학생이 된다면 그 동네에 있는 중대부초나 은로초와 같은 곳에 보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년 전부터 알았던 흑석 쪽 부동산 사장님이 내 간절함을 알았는지, 네이버 광고에도 올리지 않은 귀한 매물을 나에게 우선순위로 넌지시 알려주었다. 이 점이 너무너무 눈물 나게 고마웠다. 실수요자로 눈도장을 찍었던 내게 단비 같은 소식을 전해주신 그분께 심심한 감사를..

결국 아쉽게도 이쪽 집주인분도 자신이 갈 집이 팔리는 바람에 보류를 하셨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에 아직도 너무 감사하다.


결국 2순위로 보았던 집을 중개업자분들이 열심히 네고를 해 주어 계약하게 되었다. 재개발 호재가 넘쳐나는 곳은 아니지만,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받쳐주고 있고 초품아에 옆에 대단지 아파트가 신축이 지어지고 있어 상권이 더 많이 생길것으로 기대되는, 강남과 거리가 가까운 집이었다.

공원과 녹지가 보이는 나름의 뷰와 집을 깨끗하게 써주신 것도 한몫했다. 집주인분들이 파는 것을 아쉬워 하시며 집계약을 하시는 상황이.. 나에게는 오히려 안도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요즘 같은 불장에, 혹시 나와 같이 집을 구하는 실수요자가 있다면,

나와 같은 실수를 똑같이 하지 않기를 바라고,

집값이 오를 것 같은 느낌에 매물을 거두어들이거나 기존 가격보다 1억을 갑자기 올려 부르는 집주인들의 기행과,

정말 많은 매매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인지하면 좋겠고,

꼭 지금 사야 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조금 하락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라는 걸 말해드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집값이 떨어지든 오르든 내 집 하나가 있어야겠다 싶은 분들은, 그냥 빨리 사는 게 답이다.


이제 또 하나의 산인, 주담대가 남아 있다.

사실 정부가 은행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은행이 어떤 상품을 제시하고 거둬들일지, 얼마나 많은 대출이 가능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혹시 잔금일부터 3달 반 전에 대출 신청을 받아주는 은행이 있으면 알려주시길.. ^^..

한 가지 바라는 점은, 무주택자나 나와 같은 1 주택 갈아타기 수요자가 지금보다 더 나은 집에 살고자 하는 꿈을 실현하는 것만은 막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가용 가능한 범위에서 대출을 받고 그것을 알아서 잘 갚겠다는데, 그것마저 만약 막는다면 집계약까지 마친 나로서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길 것 같아서이다.

그냥 시장의 원리에 제발 맡겨두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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