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슬프지만 그래도

흉터는 남았지만, 아프진 않아

by 워케이셔너

엄청난 한 해였다. 눈코 뜰새 없이 바빴고, 좋은 일도 힘든 일들도 많았으며, 그랬기에 아프기도 했고 (호르몬 사이클이 망가졌다.. 아직도 치료는 진행중이다) 그래서 브런치에 돌아오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차곡차곡 글감과 사진들은 모아두었다지.

10월 중순에 이사를 마치고 학회 참석 차 간 곳은 베를린이었다. 유럽 종양학회가 이번엔 정말 독특한 곳에서 열렸는데, 길을 잃기가 너무 쉬워서 모두들 “rabbit warren” (토끼굴 마냥 너무 정신없는 곳을 비유) 이라고 얘기했더랬다.

아직도 독일은 동독과 서독의 격차가 크다. 글로벌 컴퍼니의 본사들이 거의 대부분 다 서독에 밀집되어 있고, 실업률 등의 비율 역시 동독이 더 높은 편이다. 동독 주민들은 아직도 '우리는 2등 국민' 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로, 통일 이후의 독일은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유대인과 나치의 역사는 독일 내/외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아주 유명한 역사이다. 그러다보니 관련된 박물관이나 묘지, 기념비들 역시 상당히 많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슬픈 역사를 가진 도시인 베를린에서, 학회일정 중 짬짬히 들렀던 곳들을 소개해본다. 하루만에 가볼 수 있는 코스일 듯 하다.

다행히 숙소의 위치가 너무 좋아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소니센터(Sony center) 가 있었다. 천장 디자인도 너무 아름답고 안에 입접한 식당은 뭐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나 재밌는 공간이긴 했다. 독일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없었던 탓인지 여기 별점이 높은 이탈리아 식당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소니센터 내부에는 레고 월드가 있다. 우리딸은 요즘 너무나도 레고에 빠져있어서 하나 사다주니 너무너무 좋아하긴 했다. 근데 한번 기대치가 올라가니 자꾸 더 원하고 더 원하게 되는것 같아 빈도를 적당히 조절해줘야할것 같은 느낌은 든다. 위의 앵그리버드 역시 모두 레고로 만들어진. 이 친구 말고도 어마어마한 레고들이 많았다.

Sony center 옆에는 Bahnhof Potsdamer Platz 역이 있고 그 바로 앞에는 베를린 장벽의 일부를 자른 것이 전시되어 있다. 베를린 장벽은 굳이 따로 볼 필요가 없을 듯 했다. 잘린 장벽과 함께 베를린 역사에 대한 설명이 쓰여져 있다.

길을 지나가다 보면 차이나타운 스러운 Zoo Berlin 도 보이는데, 여긴 들어가보진 못해서 곁에서 구경만 했고,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는 10월의 베를린은, 한번은 꼭 둘러볼 만한 곳인 것 같다.

위의 Friedrichstadt plast 는 대규모 공연장처럼 보였다. 계속 LED screen 에 쇼의 일부가 상영되고 있었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쇼 관람을 해보셔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베를린엔 그 유명한 브란덴부르크 문이 있다. 밤에는 라이트 쇼를 하는 모양인데, 역시 곁눈질로 보기만 했다. 문 자체는 멋지나 나는 주변에서 크게 들릴 만한 곳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주변을 걷다가 발견한 우편 박물관이 있었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8 유로를 내면 들어가서 볼 수 있는데, 어린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도 많이 보였다. 정말 놀라웠던 것은, 갖가지 상설전시를 함께하는데, 여기서도 성교육에 대한 주제에 대해서 전혀 터부시 되지 않고 더 오픈하려고 하는 태도가 보였다는 점이다. 위의 성관계 관련 질문의 경우에도 아이들과 함께 보는 전시로 등록이 되어 있고, 부모와 자녀가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를 권장하는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크게 달랐다. 한국서 이런 전시를 열면 좀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려나.

다음으로 간 곳은 체크포인트 찰리. 사실 Checkpoint C 정도로 명명되었던 곳이나 C를 Charlie 로 말하면서 해당 이름이 굳어진 듯 하다. 동/서독이 분리되어 있을 시절, 한쪽은 미국이 다른 한 쪽은 소련의 관할구역이어서 이 사진을 보면 왼쪽이 독일 오른쪽이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의 느낌이 물씬 난다.

또한 유대인 박물관에 들리면, 하기와 같이 세계를 빛낸 유대인들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안네의 일기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 그런지 안네 프랑크가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다.

아래의 가면의 숫자는, 학살당한 유대인의 숫자를 의미한다고 했다. 한 얼굴 = 한 사람의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해당 가면을 보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많이 먹먹했다.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송구스런 마음이 들었달까. 어른, 아이, 노인, 분명 임산부도 있었을건데.. 어떻게 사람이 사람의 종교를 가지고 박해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왜 그들은 그렇게 당해야만 했나.

그리고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로 향했다. 역시 장벽을 활용하여 갖가지 멋스러운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아티스트들의 센스가 돋보인다.

그 유명한 '사회주의자 형제의 키스' 그림을 봤다.

바로 옆에 강가가 있어 멍 때리기도 좋다.

그 밖에도 관심있게 보았던 다른 그림들을 공유한다. 긴 설명보다는 눈으로 즐겨주시기를.

독일의 발포비타민은 유명하다. 그 이유가 품질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격때문인 것은 확실하다. 하나 당 천원도 안하는 발포비타민을 싹쓸이 해온다.

근처에서 또 볼 수 있을만한 주요 장소들은 TV 타워, 그리고 국회의사당이다. 효율성의 도시인 독일 답게, 예약하지 않으면 그날 당일에 바로 찾아가기는 힘든 곳들이니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해 두고 방문하시기를 추천한다.


자. 독일 베를린의 맛보기가 되었을까 모르겠다.

나는 너무 힘든 과정을 겪고 나서 간 곳이라 좀 한숨 돌리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다시 쓰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내년에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 독일인들이 과거의 아픈 역사와 상처를 딛고, 지금은 깔끔하고 효율적이며 자유를 외치는 나라가 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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