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엄마 일어나 봐아."
"...."
"나 백 원만, 말 아저씨 왔어!!!"
일주일에 한두 번 우리 동네에는 리어카를 끌고 말 아저씨가 오셨다.
그럼 밖에서 뛰어놀다가도 냅다 집으로 들어가 잠깐 눈을 붙이던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어느새 조용했던 동네가 아이들로 시끌벅적 해졌다.
아저씨가 리어카를 대고 스피커에서 동요가 나오기 시작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준비를 마친 아저씨가 번쩍 안아 올려 말에 태워주면 그때부터 신나게 달렸다.
동요가 리어카 천막 안을 빵빵하게 울려대니 놀이동산 못지않았다.
운이 좋아 내 맘에 드는 말을 골라 탈 수 있을 때면 더 기분이 좋았다.
스프링에 연결되어 공중에 떠있던 말을 타고 있노라면 내 몸도 덩달아 공중을 날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말을 타는 내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때 맡았던 봄 냄새, 여름 냄새가 그리워진다.
따뜻하고 포근한 냄새, 약간 달콤하면서도 눅눅함이 녹아 있는 공기 냄새.
그때 들었던 소리가 그리워진다.
키가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깔깔대는 소리, 걸음걸음마다 났던 삑삑이 소리, 어느 아이가 으앙 하고 터뜨리던 울음소리.
그 특유의 냄새가 아직도 코 끝을 맴도는 것 같다.
그 특유의 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그곳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시절에만 만날 수 있는 맑은 미소가 있다.
아무 걱정 없이, 그저 열심히 뛰어놀기만 하면 됐었던 그때에만 볼 수 있는 밝은 웃음이 있다.
그 시절의 냄새가, 소리가, 미소가 아직도 떠오르는 이유는 어제도 내일도 아닌 현재를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루가 너무 길어서, 잠시 잠깐이라도 무언가 하지 않으면 지루하고 따분해 몸이 배배꼬일 만큼 온전히 오늘을 살았다.
진정한 현재를 사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 미소가 그 시절에 냄새와 소리를 기억하게 했다.
점차 나이를 먹을수록 현재를 살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더 이상 냄새와 소리는 특별하지 않았다.
시간의 농락인지 급하고 초조할수록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지루하고 따분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그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 속에 열심히 살아가는 내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지만, 과거로 밀렸다 미래로 밀렸다 하는 통에 우리는 미소를 찾을 수 없다.
초조함 대신 지루함을 택하면 미소를 찾을 수 있다.
이 시절에 냄새와 소리를 기억할 수 있다.
그렇게 내 삶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
진정한 현재를 사는 사람의 미소는 언제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