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며 읽었던 책이 있었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내 삶의 방향을 확 바꿔줄 만한 엄청난 답이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기대는 더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고 허탈함마저 느꼈다. 이번엔 꼭 어떤 비법이라도 찾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책을 읽은 시간과 지불한 돈이 아까웠다.
그랬던 이 책을 며칠 전에 다시 꺼내 들었다. 1년도 훨씬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같은 느낌일지 궁금했다. 내가 책을 잘 읽었는지, 왜 그렇게 부정적이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책을 쭉 읽다 보니 빈 공간에 적어 놓은 글이 보였다. 느낀 점을 여백에 적어 놓은 것이다. 이미 글씨체부터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너무 웃겨서 그 옆에 '두 번째(두 번째 읽는다는 표시), 많이 화나 있네.. 그때의 나ㅋㅋ'라고 적어두었다. 그리고 이런 말도 적었다. '처음 읽었을 땐 엄청 기대가 컸나 보다. 이 책에서 큰 걸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저리 실망이 크구나.'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지 알기 때문에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갔다.
처음 책을 발견했을 때 책 제목과 띠지에는 내가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부분이 그대로 적혀있었다. 드디어 답을 찾겠구나, 나도 달라질 수 있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내용은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거나 책을 많이 읽어야 된다 등 이미 알고 있거나 다른 책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내용이었고 믿음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런 일반적인 내용 말고 더 자세한 노하우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하루빨리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나 이미 알고 있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노트에 적었다. 여전히 생각이 바뀌지 않은 부분은 그대로 넘겼다. 다 읽고 나니 노트 한 페이지 반 정도 분량이 되었고, 그 내용을 다시 키워드로 바꿨다. 큰 틀은 첫 번째 읽었을 때와 같았지만 새로 적용하고 싶은 내용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처음과는 달리 그렇게 부정적인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다시 한번 노트에 적힌 세세한 내용을 살펴봤다. 여느 자기 계발서와 같이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알고는 있어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일들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왜 그때의 감정과 다른지.
나는 퀀텀점프하길 바랐던 것이다. 책 한 권 읽은 노력으로 남들은 오랜 시간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를 너무 쉽게 얻어낼 생각을 했다. 과정은 건너뛰고 바로 성공의 길로 들어설 완벽한 방법이라도 알아낼 줄 알았던 것이다. 세상에 그런 방법은 없다는 걸 알지만 하루라도 빨리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는 불안감이 부정적 감정을 더 크게 만들었고 조바심은 헛된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래서 책을 읽고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다. 생각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마음이 다르다. 여전히 조급하지만 조바심은 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고 중간과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우울한 마음은 버리고 내일은 좀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란다. 책은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이나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그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은 것이다.
아마 이 책을 다시 읽지 않았다면 여전히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으로 남았을 것이다. 같은 책을 겨우 두 번 읽었을 뿐인데 변화된 나의 생각과 느낌이 신기했다. 이런 게 책을 반복해서 읽는 묘미인가 보다. 시간이 지나 이 책을 또다시 읽었을 때 변화된 생각과 느낌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세종대왕도 어렸을 때부터 같은 책을 100번 이상 읽었다고 한다. 일찌감치 반복해서 읽는 것에 대한 묘미를 깨달으셨던 것 같다. 읽을 때마다 변화된 생각과 느낌들이 지식과 더해져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것이고 그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책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들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아닐까?
반복해서 좋은 것으로는 다꾸도 있다.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아주는 다이어리 꾸미기!!!
자꾸자꾸 들춰봐도 언제나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