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장사, 언제까지 열정으로만 해야하나요?
프롤로그_ 열정만이 정답이 아니었다.
2021년 9월. 나는 지금 캄보디아 프놈펜 어느 호텔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사업하고 있는 코리안 비비큐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동남아시아 세 번째 매장을 출점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시국에 외식업으로 해외 출장이라니… 이 상황이 퍽 나쁘지는 않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브랜드가 해외에서 더 인기가 있을 거라는 것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초기 기획부터 그렇게 되도록 설계를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을 것이다. 현재 내가 몸 담는 외식업은 옛날과는 다르다. 정직함과 시간으로 쌓아 올린 기존 것들이 갖는 논리가 아닌 초기 기획 그리고 사업 모델 설계에 따라 브랜드의 방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깨닫는데 꼬박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나는 국내 20개의 직영 및 가맹점이 있고 해외에 3개의 매장이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대표이자 외식 브랜드 기획을 외주로 받아 일하고 있는 기획자이기도 하다. 나는 20대 초반 작은 잡지의 기자에서 외식업 컨설턴트 그리고 장사의 시작부터 지금의 프랜차이즈 대표까지. 20대 때 3번의 직업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음식을 다룬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직업이 달라지니 이에 따라 외식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했다. 관점이 변화하니 이에 따라 외식업의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고 친숙했기에 누구나 할 수 있고 쉽게 봐온 게 외식업이다. 이런 외식업을 바라보는 눈이 트이기 시작하니 전혀 다른 전략들이 떠올랐다. 외식업. 이제는 무작정 열정만 갖고 몸으로 덤빌 산업이 아니었다.
나는 나이에 비해 운영 중인 사업체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았던 터라 매번 나이에 대한 오해를 많이 산다. 금수저인가, 뒤에 투자가가 있는 것인가… 나는 이러한 오해가 썩 나쁘지 않았다. 내가 하는 비즈니스의 모양새가 꽤나 보기 좋다는 의미라 생각했다. 진정한 정신승리다. 나는 현재 나이 32살이고 올해 외식업에 플레이어로써 활동한 지 딱 10년 차다. 이제 좀 어디에 가서도 전문가라고 떠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속이 시원하다. 사실 이보다 더 기분이 좋은 이유가 따로 있다. 나는 청년 외식업 종사자에게는 열정을 강요했던 시대에 살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요구에 나는 늘 반대였고 또 그 오랜 시간을 나는 버텨냈다. 열정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사실에 한쪽 가슴이 간질 거린다.
누군가 내게 외식업을 일찍 시작해서 좋은 점을 묻는다면 빠른 경험, 빠른 성취감, 산업 내에서의 빠른 입지 구축, 그리고 동년배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일시적인 경제적인 만족감(사실 이 부분은 외제차를 탔을 때 그때 뿐이었다) 등이 생각난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스스로의 업을 빠르게 결정했을 때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성공해가며 쌓아 올린 단단한 나의 자존감이었다.
견고한 자존감은 나를 나로서 빛날 수 있게 했다. 또한 여러가지 불안으로부터 벗어날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됐다. 만약 내가 열정만으로 부딪히는 시간을 보냈더라면 분명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들어 했을 것이다. 경험하고 사고하고 고찰하며 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련의 반복 과정은 열정과는 또 다른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나의 생각 그리고 몸 전체에 스며들고 있었다.
내가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 많은 분들이 꿈 꾸는 젊은 창업, 더이상 열정에 몸 던지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