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맨하탄 한가운데 한국식 돼지 곰탕 브랜드 <옥동식>이 론칭해서 큰 화제를 얻은 바 있다. 계속해서 한식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고 더 이상 피상적인 비빔밥, 불고기가 아닌 곰탕 같이 현지식 그 자체에도 관심을 두는 흐름이 보인다. 이 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많은 탕반 중에서 곰탕이었을까? 우리가 더욱 친숙하게 소비하는 순댓국이나 뼈해장국이 아닌 곰탕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을까. 평소 곰탕이라는 카테고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필자였기에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그동안의 경험을 기반으로 고찰하는 글을 써보려 한다. 아울러 이번 콘텐츠에서는 곰탕을 통해 비추어본 한식 세계화에 대한 주관적 의견과 앞으로 국내 탕반 아이템 창업에 관한 전략을 담아보려 한다.
뉴욕 맨하탄에 오픈한 돼지곰탕 브랜드 <옥동식>
한식의 세계화 좀 더 가벼워져야 한다
확실히 한국에 대한 이미지 호감도가 많이 올라갔다.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나 역시 어느 나라에만 가도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인사해 주는 외국인을 쉽게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전 세계의 트렌드가 한 곳에 모인 도시 뉴욕 맨해튼에만 가도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더욱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한국식 고깃집이 미슐랭을 받기도 하며, 지금의 한국 홍대나 연남동에 있을법한 힙한 술집들이 즐비하다. 뿐만 아니라 전통 기사식당을 새롭게 해석한 브랜드 역시 최근 주목받은 바 있다. 더 이상 현지화된 비빔밥, 불고기를 외치는 게 아닌 우리가 즐기고 느끼는 있는 그대로의 방식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한국이라는 콘텐츠는 특별함을 부여함에는 확실하다. K-드라마에 나오는 현지식 포장마차와 고깃집은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한식을 일상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한식이 더욱 많은 사람들과 밀착되기 위해서는 경험적 소비재에서 일상적 소비 카테고리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가 바로 한식 특유의 무거움이다. 보통 '해비(Heavy)한 음식'이라고도 표현된다. 한국의 정을 담아 푸짐하게 깔아주는 한 상차림, 맛있는 고기, 나누어 먹는 찌개 등 한식만큼 만족감이 큰 음식 찾기도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 역시 자아도취된 한식 세계화일 수 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둔다. 앞서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로 전 세계에 침투된 스시와 롤의 고급스럽고 깔끔한 이미지만 보아도 음식 자체가 갖는 컬러는 현재 인기 있는 한식과는 상반된다. 최근 미국 대형 마트의 냉동김밥이 인기 있는 이유 역시 기존의 한식에 없는 간편함과 라이트함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식 세계화는 특정 부분의 트렌드라면 전 세계적인 흐름은 라이트 한 음식의 소비라 생각한다.
뉴욕 대표적인 샐러드 브랜드 <sweet green>
전 세계적으로 소비하는 라이트 한 한 끼 메뉴 중 하나가 샐러드다. 비슷한 군으로 포케, 랩(warp) 등이 있겠다. 맨해튼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투고형 샐러드샵을 보면 그 트렌드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브랜드 <sweetgreen>에서는 다양한 채소와 곡류 그리고 단백질과 드레싱을 취사선택하여 건강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샐러드를 판매한다. 나는 이 브랜드를 떠올리면 신선함과 건강함 그리고 가벼움이 연상된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면 생각했던 것들과 상반되게 서브되는 양이 상당하다. 대식가인 나도 몇 번에 나누어 먹어야 하는 푸짐함이다. 결코 가볍지많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소비하는 거라면 햄버거를 들고 다니는 것보다 샐러드를 포장하는 게 제법 폼이 나는 것 같다. 샐러드는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기는 현명한 소비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우리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이런 샐러드샵 카테고리에 다양한 키워드를 접목시킨 브랜드들이 보이는 게 흥미롭다. 예를 들면 지중해식 레시피와 재료, 이미지의 샐러드샵 <CAVA>, 멕시칸 그릴이 더해진 <CHIPOLETE> 등 샐러드라는 카테고리에 다양한 이미지를 부여해 같은 메뉴군을 다르게 판매하고 있다. 물론 한국식 샐러드, 포케 브랜드인 <ONGI>도 맨해튼 주요 오피스 상권애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식 전통 장류를 응용한 드레싱과, 볶음 고기류 등을 활용한 비빔밥(포케)과 샐러드를 판매하는데 필자가 경험한 한식 브랜드 중 가장 가볍고 참신하게 풀어낸 케이스라 생각한다. 미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멕시칸이나 압도적인 클린 한 이미지의 지중해풍에 비하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이지만 한식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나침반 역할이 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식 샐러드샵 <ONGI>
<ONGI> 대표 샐러드 메뉴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때 무거운 한식 이미지와 상반되는 라이트 한 이미지와, 특유 곰탕 서비스 동선으로 코리안 패스트푸드라는 잠재적 키워드를 갖는 <옥동식>의 뉴욕 진출은 매우 타당성이 있는 전략이었다. 현지인인 우리가 자주 찾는 순댓국과 뼈해장국에는 없는 글로벌 DNA가 존재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도 탕반 소비가 변화하고 있다
외식 시장에서 불황으로 인한 소비자가 위축되는걸 절실히 체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혹독했던 코로나 때도 그랬고,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일상식에 대한 시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시절 다른 외식업이 약세였을 때 1인 만원 전후 일상식 점포들은 꾸준히 유지되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든 안 먹고살 수는 없는 셈이다. 새로움만으로 소구 하는 트렌드는 빠르게 꺼질 수밖에 없고 앞으로는 생계와 직결되는, 그리고 실리적 근거로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대두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외식업 트렌드를 바라보면 일상적인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거 같다. 일상식이란 분식, 면류, 국밥 등 과같이 우리가 자주 소비하는 음식을 뜻한다. 경험적 소비와는 상반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더 많은 재구매를 위해서는 새로움을 쫒기보다는 고객이 질리지 않도록 보다 본질적인 접근법이 필요한 카테고리다.
실제로 자사에서도 오마카세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해마다 사람들의 호기심이 줄어드는 걸 경험한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 국수나 국밥, 분식 점포들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양상을 보이니까 말이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새로움을 쫒는 듯 보이지만 결국 먹는 것만 먹는, 정말 보수적인 타겟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분야가 외식업이다.
이러한 흐름 때문일까, 파인다이닝 또는 고급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 셰프들을 포함해 젊은 외식 창업가들이 일상식에 도전해 보는 양상이 요즘 크게 눈에 띈다. 특히 탕반 메뉴, 그중에서도 최근 다양한 곰탕 브랜드가 앞장섰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앞서 이야기한 뉴욕 사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업계에서 '육수필승'이라는 말이 있다. 노하우가 담긴 시그니처 육수 개발만 잘해도 대대손손 먹고 산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물 중심의 식사 문화인 한국에서는 잘 끓인 육수 한 모금은 많은 사람들을 견인하는 매개채가 된다. 물장사 물장사 하는데 사실 술이 아니라 육수 장사야 말로 진정한 물장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젊어지고 있는 곰탕 *출처: <안암>
올해 특히 인건비 못지않게 식자재 상승폭이 가팔랐다. 육수 개발이야 말고 이러한 원자재 상승난을 뚫을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많은 재료들 사이에서 비교적 변동폭이 적은 식자재 대부분이 육수를 만드는 데 사용이 된다. 나는 이러한 부분울 원가가 살아 있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한우 사골이나 국물용 비선호부위 등 불경기일수록 살아있는 원가의 재료들을 건드려야 한다. 식재료에 레시피 노하우가 더해져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군을 만드는 행위를 궁극적으로 외식업에서 추구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육수로 접근하는 곰탕은 살아있는 원가 재료에 전문 셰프들의 손길이 더해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외식업의 꽃이라 볼 수 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상품군들이 나오는 변혁기인 지금을 사업적으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수상권에서 모셔가는 곰탕 아이템
요즘 업무를 하면서 많이 대면하는 업군 중 하나가 바이어, MD 다. 그들은 발 빠르게 새로운 브랜드를 찾고 그들이 담당하는 특수상권이나 다양한 빌딩, 건물에 입접 시키는 일을 담당한다. 곰탕이라는 아이템이 앞으로 더욱 사업적 타당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 가능한 이유 역시 실무자들이 움직이는 패턴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라임 빌딩을 포함한 특수상권의 경우 F&B브랜드를 론칭하는 프로세스가 일반 로드 상권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보통의 브랜드를 론칭한다면 아이템과 브랜드를 개발하고 이에 어울리는 상권을 찾아 개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특수상권의 경우 초기부터 빌딩에 입점하고자 하는 상품군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는 브랜드를 찾아가는 과정을 갖는다. 다시 말해 '고객의 유입 즉, 트래픽은 빌딩이 책임질 테니 사람들이 선호하고, 꾸준히 먹을만한 아이템과 브랜드를 접목시켜라'라는 암묵적 메시지다. 실제로 준공 전의 빌딩을 담당하는 바이어들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을 때, 그들이 미리 기획한 브랜드 입점 도면을 보게 되면 어떠한 아이템들을 사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단 번에 알 수 있다.
MD 제안서를 통해 본 곰탕 아이템에 대한 중요도
위 제안서만 보아도 바이어들이 원하는 카테고리는 의외로 심플하다. 분식, 면류, 카페, 샐러드, 돈가스, 쌀국수 등 그리고 여기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것이 바로 탕반 메뉴다. 아무리 힙하고 유명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해도 상품군이 맞지 않다면 입점할 수 없는 것이다. 똑똑한 바이어들이야 말로 새로움은 금방 사라지고 일상정 아이템이 주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소가능성에 대한 관점을 장착했다면 그다음 일반 상권은 다른 특수상권과 결이 맞는 브랜딩 감도를 갖춘 브랜드를 연결 지어야 한다. 아무리 동네맛집이라 해도 백화점이면 그에 어울리는 브랜드를 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특수상권 입점 목표 시 아이템과 브랜드 감도를 동시에 갖춰야 함을 명심하자. 단순 '맛' 만으로 승부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브랜드 '감도' 까지 고루 잘해야 하는 진정한 리그인 것이다.
'경쟁강도'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운영자에 의해 아이템이 확정된 특수상권이라는 제한된 판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떤 접근해야 할까? 예를 들어 돈까스만 보아도 최근 프리미엄 저온카츠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났고, 쌀국수나 국수류 역시 쉬운 접근성 때문인지 콘셉트를 갖춘 브랜드들이 수두룩하다. 둘 모두 꽤 과열된 경쟁군이다. 반대로 한식 그중에서 탕반만 해도 우리 주변에 접근 가능한 식당은 많지만 특수상권에 입점할 만한 웰메이드 브랜딩이 된 것을 막상 찾기 힘들다. 브랜딩 감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는 부분이다. 아마도 그동안 탕반 시장을 이끌어온 주체가 대부분이 노포 식당이 많고 세대 자체가 보수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스템화를 갖추지 않은 대형 가마솥을 기반으로 정직한 조리동선은 빌딩 입장에서 봤을 때 오히려 혐오 시설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볼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탕반 아이템이 역발상으로 경쟁강도가 낮은 분야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일반적 시선에서는 레드오션이라 볼 수 있지만 관점을 바꾸니 오히려 블루오션처럼 느껴진다. MZ 트렌드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주요 특수 상권 중 하나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에 최근 돼지곰탕 브랜드가 론칭했다. 백화점에 돼지곰탕 브랜드라니? 싶겠지만 서두부터 지금까지 내용을 이어오면 시기성이 아주 잘 맞는 사례라 생각된다. 아이템과 브랜딩 감도룰 동시에 갖춘 브랜드의 경쟁강도가 낮은 현재의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 앞으로 어떤 다양한 곰탕 브랜드들이 나올지 기대되는 요즘이다.
여의도 더현대 오픈한 <공탕>
저녁도 잘되는 해장국집을 만들기 위한 브랜딩
우리 회사에서 총 세 번의 탕반 브랜드 론칭 경험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서울목해장국> 이다. 용산과 서울역 사잇길에 위치해 있어 '서울을 오고 가는 길에 누구나 와서 편히 쉬는 곳' 이라는 뜻을 담아 네이밍 한 곳이다. 이곳은 오픈한지 얼마 안되 2022년경 서울목해장국 역시 오픈 초기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에 입점 제의를 받은바 있다. 순전히 브랜딩 감도에 의해서라고 생각한다. 그 때 당시 해장국 바운더리에서 신규 브랜드 자체를 찾기 어려운 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입점은 실패했다. 백화점 간부선에서 해장국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너무 험플하고 서민적인 느낌이 강해 백화점이 추구하는 결과 맞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특히 해장국에 사용되는 양과 선지 식재료가 백화점에 입성하기에 아직 문턱이 높은 듯 했다. 만약 해장국이 아니고 곰탕이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서울목해장국> 브랜딩 기본 콘셉트
<서울목해장국> 메뉴구성
해장국, 국밥, 곰탕 등 비슷한 탕반 메뉴지만 따지고 보면 정말 우리는 한 끗 차이로 다르게 한 끼를 소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곰탕이 아닌 해장국이라 표현한 이유는 1호점을 오픈한 용산구 청파로 라인의 주요 고객이 택시기사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점심에는 해장국으로 식사는, 저녁에는 반주용 요리들을 더해 술을 판매하려는 직관적인 목적으로 볼때 상호에 국밥이나 곰탕보다는 해장국이라는 단어가 보다 술을 부르는 힘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일상식이라는 카테고리 때문인지 점심 고객은 안정적으로 채워져 갔다. 하지만 저녁 매출는 오를듯 말듯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이로 인해 하나씩 하나씩 저녁 안주용 요리를 더하다 보니 세미 한식주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메뉴가 많아졌다. 물론 해장국과 저녁 한식요리가 합쳐진 하이브리드형 주점형 식사짐은 분명 시기적으로 사업 타당성이 있는 논리다. 하지만 단일점포 외 부가적인 사업확장을 염두했던 사업 초기 목표로 볼때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메뉴가 많아지는건 오히려 독이 될거라 판단했다. 고깃집에서 점심을 채우기 어렵 듯, 식사집에서 저녁을 채우는 것 역시 어려운 숙제였다.
<서울목해장국> 브랜딩 준비과정 (1)
<서울목해장국> 브랜딩 준비과정 (2)
저녁 고객 유입에 상호에 사용된 '해장국' 이라는 단어가 가장 큰 문턱이 될거라 생각했다. 내가 대부분의 브랜드를 기획할 때 중의적 상호를 선호하는 이유기도 하다. 저녁 매출 활성화 방안으로 곱창전골과 곰탕수육전골을 착안했다. 기존의 메뉴들과 연결성도 좋았고 조리동선 및 식자재 호환에도 타당했다. 한우곱창을 사용한 곱창전골은 사용 원가 되비 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어 세일즈 하기 좋았고 무엇보다 시장내 경쟁강도가 낮아 고객 수요대비 공급이 적어 빠른 재구매 전환이 이뤄질거라 판단했다. 수육전골은 기존의 해장국에 사용한 국물을 베이스로 샤브용 콘셉트를 녹여 미나리와 배추를 풍성하게 넣어 구성했다. 특이점을 준다기 보다 대다수의 고객이 선호하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상호 변경이나 별다른 마케팅 없이 신메뉴 도입과 입간판만으로도 저녁 매출이 평균 30% 신장됐다. 잠재됐던 고객의 니즈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해장국 상호를 달고 저녁형 메뉴를 판매하는게 이정도 결과값이라면, 저녁형 메뉴 상호를 달고 점심 메뉴를 판매했으면 매출 볼륨적으로 더 큰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저녁 매출 활성화에 주효했던 전골 요리
아쉽게도 <서울목해장국>은 회사 내 대표 브랜드 집중을 위해서 점포 양도양수를 결정했다. 결정 직전까지 대대적인 리뉴얼을 목표로 했던 터라 리뉴얼 예정이었던 콘셉트를 소개하려 한다. 2년 간 해장국집 운영을 통한 고찰이 담긴 방향이다. 기존의 메뉴의 틀은 유지하되 주와 부를 바꿔 포지셔닝을 달리하는 전략을 모색했다. 그래서 메인 메뉴를 곱창전골을 앞세워 <영일곱창> 이라고 네이밍 했다. '하루 종일 생각나는 곱창전골' 이라는 뜻이다. 전골메뉴는 주방의 화구 사용이 적고 테이블 조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프랩만 잘 된다면 바쁜 시간에도 오퍼레이션이 좋은 장점이 있다.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이 심화된 요즘 더욱 타당한 아이템이다. 기존까지의 탕반 전문점들은 모두 점심형 상호를 띠고 있다. OO해장국, OO국밥 과 같이 우리가 쉽게 접하는 것들이다. 친숙함에 안정성을 갖출 수는 있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하는 곳들은 모두 시간을 견뎌낸 오래된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는 일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탕반 브랜드 론칭 시 높은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해장국집도 매출 다각화를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식당을 찾는 고객의 용도를 넓혀야 하는 것이다.
리뉴얼 목적 새롭게 기획했던 브랜드
곰탕이 매력적인 이유 블렌딩 육수
돼지곰탕 브랜드 기획을 주도한 적이 있다. 지금부터 7~8년 전이니 지금 유행하는 곰탕을 오래 전 떠올린 스스로 역시 꽤 빨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당시 곰탕이라는 메뉴에 주목했던 이유는 지금과는 달랐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국밥 맛집을은 모두 라이트한 국물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맑은 국물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름의 선견지명이었다. 그때의 인사이트와 지금의 판단이 융합되니 더욱 곰탕에 대한 사업적 타당성에 확신이 든다. 돈사골을 약탕기를 활용해 에센스를 추출하고, 곰탕의 맛을 위해 약탕기로 100그릇 까지만 판매한다는 철학을 담아 <백그릇국밥> 이라고 네이밍 했다. 1호점은 대전 둔산동에 위치해 있었다. 고압으로 추출한 육수였기에 감칠맛이 좋았지만 혹 돈사골이라는 식자재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까 우려해 한약재를 배합해 마지막 터치를 더했다. 서울에서도 흔치 않았던 돼지곰탕을 일반 순대국과 동일한 가격으로 대전에서 선보였으니 반응이 좋을 수 밖에. 역시 일상식을 베이스로 한 브랜드라 그런지 프랜차이즈 문의도 빈번했다. 몇 년 전에는 곰탕도, 브랜딩된 국밥집도 모두 생소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점은 서울처럼 과감하게 한 그릇 만원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가격을 좀더 높이 받았으면 프리미엄 국밥 이미지가 더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결국 모든 것은 가격이 결정한다. 우리는 일상적인 음식들에 평가 잣대는 높으면서 지불 금액인 인색한 듯 하다. 우리가 소비하는 일상재들의 질을 높이려면 판매 가격을 높일 필요가 있따. 아메리카노 가격처럼 국밥 판매 가격도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백그릇국밥>1호점 오픈 당시
<백그릇국밥> 기본 메뉴 구성
앞서 <백그릇국밥>의 레시피에서 마지막 한약재를 사용한다는 말을 언급했다. 이 때문인지 매장을 찾는 고객 중 몇분은 돼지국밥에서 닭곰탕(삼계탕)과 같은 맛이 느껴진다고 하셨던 분이 계셨다. 결국 돼지로 만든 육수나, 닭을 사용하는 육수나 감칠맛이라는 관점에서 같은 궤를 가고 있다면 마지막 차별은 향미로 결정되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예로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집 육수 비법을 보면 돼지와 닭 육수를 배합하는 정도로 각 매장마다의 시그니처 육수를 만들기 때문이다. 양식 대표적 수프인 콘소메 역시 곰탕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고기와 야채 육수의 블렌딩으로 만들어진다. 이렇듯 곰탕이라는 아이템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렇듯 블렌딩이라는 조리법을 통해 무궁무무진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사이트를 배경으로 작년 서울 중구 무교동에 곰탕 브랜드를 론칭했다.
<무교동닭곰탕> 은 지금까지 서술해온 곰탕에 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완전체다. 서울권 내 닭곰탕 전문 브랜드에 대한 경쟁강도가 낮았고 일률적인 닭요리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일종의 도전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먹자 골목인 무교동. 터줏대감이 많은 이 동네에 빠르게 기억되기 위해 노란색 컬러 사용과, 동네의 무드에 어우러지도록 레트로풍 옷을 입혔다. 무교동닭곰탕에서는 무엇보다 백그릇국밥에서 느꼈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이곳에서는 블렌딩 육수를 선보였다. 이제서야 말하지만 무교동닭곰탕은 모두가 닭곰탕 전문점인지 알지만 사실 돼지곰탕과 닭육수를 블렌딩하여 메뉴를 선보였다. 돼지곰탕의 비율이 더 높았으니 일종의 닭곰탕의 옷을 입은 돼지곰탕이라고 볼수 있다. 맛을 그려보는 상상력으로부터 발현된 브랜드 기획이었다. 확실히 이 점은 고객에게 강하게 어필됐다. 국물 맛 하나는 자신있었으니까! 매장을 찾는 고객분들 모두 국물에 만족해 했다.
<무교동닭곰탕> 점심풍경
<무교동닭곰탕> 기본 메뉴 구성
뚝배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그릇에 퍼나가는 방식을 빠른 조리동선은 거창하지만 한국식 패스트 푸드의 가능성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게 했다. 설렁탕에 대한 온도 기대치와 곰탕에 대한 온도 기대치는 다르다. 끓여 나가지 않고 따듯하게 나가도 되는 음식인 곰탕이 간편식이라는 관점에서 한식을 가볍게 풀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점을 알수 있다. 당분간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식 탕반 브랜드가 강세일거라 예상한다. 관점을 달리하여 바라본 곰탕이 주는 인사이트를 통해 우리네 외식업과 한식 세계화의 미래가 좀 더 발전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