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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 mark Sep 30. 2020

내향적, 외향적? 내성적, 외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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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잘 지냈어? 여기는 정말 엊그제까지만 해도 30도를 웃돌던 더위는 어느새 사그라들고, 갑자기 가을로 접어들었어. 낮이 점점 짧아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출근을 하려고 나올 때 하늘을 바라보면, 그때까지도 캄캄한 저녁 같아. 오랜만에 쇼핑을 나갔다 왔는데  확실히 가을이 왔다 싶었던 게, 마네킹에 걸려있는 옷들도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들도 채도가 낮아지고, 갈색, 회색, 그리고 검은색 옷들이 많더라. 파란 재킷을 입고 나간 나만 혼자, 가을이 왔는지 모르는 것 같았어.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를 본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내가 생각하는 가장 독일스러운 날씨가 되었어.


  지난번에 성격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 적이 있잖아. 내가 내향적이었던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꿨다는 걸 듣고, 혹시나 외향적인 성격을 더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물론, 그때도 외향적인 성격이 더 좋다고 생각했던, 내가 틀렸었다고 이야기는 진작에 했지만 말이야. 또 사실 성격을 바꾼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을 외향적이라고 느끼게, 쉽게 말하면 연기를 하는 거라고도 말했었지.


 근데 과연 외향적인 성격이 더 좋은 거고, 내향적인 건 좋지 않은 걸까? 그래서 나는 '연기'라고 할 만큼 외향적인 나 자신의 껍데기를 만들어낸 걸까?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더 좋은 건 없어. 그냥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

 나는 일단 우리가 생각하는 외향적, 내향적인 성격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 일반적으로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나서서 이야기할 수 있고, 쾌활하고, 사교적인 사람을 떠올리기 쉬워.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은 조용하고, 사람들과 만나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을 말하곤 하지.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니겠지만, 그럼 외향적인 사람들, 내향적인 사람들은 왜 서로 다르게 행동할까를 한 번 생각해볼까 해. 외향(外向)적이라는 말 그대로, 밖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나 자신의 밖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는 데서 힐링을 하는 거고, 기분전환을 하는 거지. 반대로 내향(內向)적이라는 말처럼 안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나 자신의 내면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혼자 있는 걸 즐기고 그러면서 에너지를 얻는 활동을 하기도 하고 말이야.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외향적인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을 볼 때는 음침하고 조용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을 나대고 시끄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말이야)


 일단, 서로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걸 아는 것부터가 우선이라고 생각해. 또, 앞에서 예를 들어서 얘기하긴 했지만,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한쪽 면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만 지낸다면 물론 너무 외롭겠지.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기력이 떨어질 거고 말이야. 나만 해도, 내향적인 성격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진 않아. 나가기 전까지는 귀찮고, 나가기도 싫지만 막상 나가서 이야기하고 놀다 보면 꽤 재미있기도 하거든.


 외향적 성격과 내향적 성격, 더 나은 건 없고 서로 다른 것뿐이다. 그리고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외향적, 내향적 성격으로 사람의 성격을 단순화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나는 외향적인 성격을 연기하고 있는 걸까? 서로 다른 것뿐이라고 했는데 말이야.

  여기서 다시 개념 하나를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내향성, 외향성과 별개로 내성적(內省的), 외성적(外省的)이라는 개념이야. 칼 융 심리학에서는 '내향적'과 '내성적'을 다르게 다루고 있어. 내향적은 말 그대로 내부로 향하는 방향성을 말하는 거고, 내성적은 앞에서 내가 말했던 일반적인 내향적인 사람의 특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남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기보다 혼자서 생각하는 성향인 거지.

 내성적인 것과 반대로 외성적인 건, 남들에게 표현하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고.

 그래서 내향적인데, 외성적인 사람 즉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자신을 표현할 수 도 있고, 즐기는 데 거침이 없는 사람도 있는 거지. 또 그와 반대로 외향적인데, 내성적인 사람, 가령 친구들과 시간 보내는 걸 즐기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는 의견은 숨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래서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향적인 건 맞는데 내성적이었던 나에게서 외성적인 나 자신을 만들어냈던 거 아닐까 싶어. 자꾸 연습하고, 연기하다 보니 이젠 익숙해진 거고 나 자신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도 없어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이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편해진 것 같아.

 사실 그때는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어. 그냥 사람들 사이의 관계 앞에서 막막해지는 내가 너무 싫었을 뿐이고 달라지고 싶었을 뿐이야. 지금에야 이렇게 공부하고, 알아가다 보니 내가 이랬던 거 아닐까 싶은 거뿐이지.


 말이 너무 길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단순해.

 어떤 너라도, 사람들에게 비치는 모습이 다를지라도 혹은 너 자신을 바라보는 너의 시선이 다를지라도 너는 소중한 너 자신이야. 더 나은 것도, 더 좋은 것도 없어. 있는 그대로 너 자신을 받아들여. 물론 달라지기 위해, 조금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너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야. 너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았으면 좋겠어.


 그럼 좋은 하루 보내고,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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