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그 작은 행복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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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 mark

안녕, 한국에서는 추석 명절을 보내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고 있겠구나. 여기서는 딱히 추석의 분위기를 낼 만한 건 없지만 그래도 회사 근처 한식당에서 추석이라고 부침개랑 잡채를 서비스로 내주셨어. 추석 명절을 핑계 삼아 한국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했네. 올해로 벌써 세 번째 독일에서 맞는 추석인데 오히려 작년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도 있고 해서 더 못 간다는 생각 때문인지 조금 아쉽긴 하더라. 그래도, 독일에서 쓸쓸하게 혼자 보내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지.


가을이 와서 그런 건지, 감성이 조금 예민해진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요즘 문득문득 마주치는 아주 소소한 것들이 반갑고 기분 좋게 하더라.

요즘 아침에 만나는 공기는 정말 기분 좋게 해. 물론, 여름보다 훨씬 어둑해진 아침에 몸을 일으켜 세우고 준비하고 나가는 건 훨씬 힘들어졌는데 현관문을 나서서 차가운 공기가 코 안으로 훅하고 들어오면, 그래 하루 시작해보자 싶어. 확실히 가을, 겨울 아침 공기는 시원하고 청량한 것 같아.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커피는 아주 산미가 강하고 바디감이 적은, 이를테면 케냐 AA 같은 커피를 좋아하는 것처럼 공기도 가볍고, 청량한 게 마음에 들더라. 따뜻한 봄날의, 빵을 막 구운 것 같은 따스한 공기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촉촉한 혹은 조금은 축축한 한 여름 장마철의 물내 섞인 공기 냄새를 좋아할 수도 있지. 내 공기 취향은 이렇다는 거야. 내 취향에 맞는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이 계절을 다시 한번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해.


또, 주말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에서 별생각 없이 틀어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귀에 익은 듯 낯선 노래를 만났는데 기분이 묘했어.

이런 노래를 마주칠 땐 듣는 순간 어떤 이미지들이 짧은 순간에 스쳐 지나가거든. 오늘 내게 이런 노래는 '푸디토리움'의 Viajante였어. 간주가 시작하는 순간에, 난 서울이었고 형이 운전하는 차 옆자리에 앉아 밖을 보면서 햇살을 즐기고 있었어.

분명 내 기억에 이렇게 남아 있는 걸 보면 처음 듣는 노래가 아닐 거야. 그 노래를 아마 차 안에서 들었겠지. 햇살도 좋았을 거고. 트리거처럼 그 노래는 내 서랍 속 그 기억들을 끄집어낸 거고, 난 잠시 동안 그 이미지를 마주한 거고 말이야. 그래서 귀에 익은 것도 같고, 낯설기도 했었던 건가 봐. 하지만 이렇게 감성이 예민할 때에는 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고, 잠시나마 그 안에서 즐거웠다는 것 자체가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가을이 다가와서 날씨도 흐리고, 차분해져서 그런지 최근에 손이 잘 가지 않던 책들도 읽기 시작하니까, 그 마저도 기분이 좋더라.

요즘 나는 그래. 하늘은 우중충하고 쌀쌀하고, 해가 뜨지 않은 아침에 눈을 떠 회사에 출근하지만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들 때문에 한번 더 힘을 내고 있어. 너는 요즘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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