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손이라는 래퍼가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복면 속 그의 정체를 알지만 정작 핑크색 복면을 쓴 그 자신은 본인은 마미손이고 사람들이 말하는 '그'와 다르다고 말한다.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쇼미 더 머니 777'에서 탈락을 했지만 탈락 이후의 행보가 오히려 그를 더 주목하게 만들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잘 알던 마미손의 이야기였지.
그런데, 어젯밤 요즘 한창 한 래퍼에 푹 빠진 여자 친구와 함께, 쇼미 더 머니 777을 다시 처음부터 정주행을 하는데, 마미손이 나오더라. 지금은 너무 잘 알려져 있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에도 (YTN 뉴스 프로그램까지 출연했었지) 나오다 보니 저렇게 새롭게 돈을 벌고 살 수도 있구나라는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되던 사람이었는데. 출연 당시에 왜 복면을 쓰고 나왔냐는 물음과 탈락 이후 소감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
'내 안에는 수많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나'가 있다. 그런데 한계가 느껴졌고 이 '마미손'이라는 캐릭터는 여러분들이 정체를 이미 아시든 모르시든 온전히 나를 위한 즐거움이고 나의 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출연하는 것에 대해 정말 단 한 명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떨어지면 마이너스뿐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어떤 의미로든 분명히 내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마미손에 대해서는 새로운 캐릭터로 쇼미 더 머니 탈락 이후에 잘된 것만 봤을 뿐이고, 그렇게 복면을 쓰게 되기까지의 이유에 대해서는 귀 기울여 듣지도, 관심도 없었던 것 같아.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영상을 다시 보고 나니까 뭔가 이 사람의 노래처럼 정말 '계획대로 되고 있다'라는 게 느껴졌지. 동시에 정말 고민을 많이 한 결정이겠다는 것도.
본인이 하고 싶어서든,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쨌든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든, 지금껏 만들어온 행보를 통해 남들이 보는 나 자신, 그리고 내가 보는 나 자신에 갇혀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길 수 있지. 그런 것들이 '부캐'(;부캐릭터, 원래는 게임에서 나온 용어로 내가 키우고 있는 캐릭터(본캐) 이외에 키우는 다른 캐릭터)라는 문화를 만든 게 아닌가 싶어.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라는 한 사람이 다양한 부캐를 만들면서 각각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 이름도 달리하면서 하프, 드럼을 연주하기도 하고 트로트, 댄스 음악을 부르기도, 또 걸그룹 제작자로도 활동을 해. 단지 개그맨 유재석이었다면 절대 시도해보지 않았을 법한 분야로 '유프 페우스', '유두래곤', '유산슬'의 이름을 걸고, 다른 옷을 걸치고,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면서 '부캐화' 시켰지.
'복면 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 몇몇 사람들은 무대에 설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그 순간에는 본인이 아닌 다른 캐릭터로서 무대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는 사람들도 있어.
이름, 복장을 달리하거나 얇은 가면 하나를 쓰는 것뿐인데도 마치 그 전과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거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복면, 부캐가 비단 연예인들의 이야기일까. 나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고 있는 게, 본명이 아닌 q mark라는 필명을 쓰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 실제 생활에서의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거나, 평을 하기 시작한다고 하면 좀 더 자기 검열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물론 내 이야기일 뿐이라서, 현실에서의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적는 건 아니지만 내 부족함에 부끄러움이 생길 수 있을 것 같거든. 더 솔직해지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복면을 쓴다는 건, 그러니까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낸다는 건 현실 부정이나 도피만을 위한 수단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미손의 말대로, 사람들이 그 가면 안의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든 모르든, 내가 그 가면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내게 있다면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물론, 써봤는데 내게 어울리지도 않고, 심지어 재미까지 없다면 빨리 벗어버리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그리고 이런 가면, 복면은 우리는 모두 하나씩은 쓰고 있다고 생각해. 꼭 음악가가, 연예인이, 필명을 써야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말이야. 게다가 때론 우리에게 그 가면을 주변에서 씌워주는 경우도 있어. 내가 원한 게 아닌데도.
가령, 너무 착한 친구라는 철가면을 써버린 한 사람은 무조건 친구들의 부탁을 들어주기에는 곤란한 상황에서도, 들어줘야 하고. 화를 낼만한 상황에서도 화를 참아내지. 그 가면을 쓰고 있는 게 너무 무겁고 불편한데도 그 가면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으니까. 이럴 때는 벗어버리는 용기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해 나는.
오늘까지의 내가, 또 그런 나를 봐온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 자신에게 좀 더 다른 모습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면 한 꺼풀의 가면을 써보는 것도 혹은 내게 맞지 않은 가면 뒤에 숨어있다면 벗어보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해. 그 잠깐의 용기를 가진 후의 네 삶에서 더 가치 있는 걸 찾게 될 거라고 난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