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효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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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 mark


요즘 나는 뭔가가 궁금하거나, 필요할 때에 이전처럼 초록검색창보다는 유튜브에 검색하게 되더라. 음식 레시피도 상세하게 잘 나와있고, 영화의 평이나 리뷰가 궁금하면 간략하게 소개도 해주고, 심지어 뉴스도 중요한 뉴스만 읽어주기도 하더라.


그렇게 이것저것 보다가, 한 시간 반에서 길게는 세시간씩 되는 영화를 이십분에서 삼십분만에 요약해서 소개해주는 영상을 보기 시작했어. 짧은 시간에 영화 내용을 다 파악할 수 있게되고, 또 몇 시간이나 투자해서 보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영화들은 요약해서 정리해주니까 보지않아도 본 것 같고 영화를 본 것 만큼 재미있기도 했거든. 그래서 연달아서 보다보면, 주말에 두 세 개씩 보게되면 금방 한 시간이나 지나있고는 했지.

한국에서 일요일 아침에 해주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처럼 대략적인 흐름만이 아닌 결말까지 나오게되니까,

몇 편이나 되는 영화 내용을 다 알게되었지.


이렇게 자주 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이거 문제있다' 싶었어.

첫 번째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데 너무 길게 느껴졌어. 영상이 한 시간이 넘어가게되면 집중력이 떨어지더라. 특별히 재미가 없거나, 지루한 게 아니라도 한 영화에 이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게 맞는지 시간의 효율을 따지게 되더라고. 똑같은 영화 내용은 유튜브에 검색하면 내용이 몇 분 안에 요약되고, 드라마는 한 시즌이 불과 삼십분 안에 정리된 내용이 있으니까.


두 번째로는, 이렇게 영화를 보다보니 내가 영화를 봤는지, 안봤는지, 유튜브로 봐서 내용을 알고 있는건지 헷갈리더라. 짧은 시간에 내용만 훑고 지나가다보니 영화에 대한 감상은 전혀 남지 않고, 내용만 기억하게되고 그래서 이 영화는 봤는데 재밌었지, 나한테는 별로였어 라는 기본적인 느낌도 기억나지 않는거야. 그래서 영화를 본건지 헷갈릴 수 밖에 없었지.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만 해도, 여유가 있을 때 명동에 '스폰지 하우스'(지금은 없어졌지)라는 독립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그 때 그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 생각나는 영화가 있어. '라스트 데이즈'라는 영화인데,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의 죽기 전 마지막 순간을 영화화한 영화 였지.

KakaoTalk_20201128_082337528.jpg LAST DAYS by q_mark_


영화 내용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무 내용이 없었어. 내 기억에는 거의 배경음악도 깔리지 않았고 주인공은 약에 취한 듯 했고, 별다른 행동을 하는 것도 없었고 그러다가 끝나는 영화였어. 그런데도 아직도 기억나는 이유는 그 영화를 보고 난 내 감정이나, 기분이 생각이 나기 때문인 것 같아.


너바나의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커트 코베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어느정도 영화에 기대했던 게 있었을 꺼야. 그래도 뮤지션의 죽음을 다룬 영화니까 음악 영화이면서, 그 화려한 모습 뒤에 쓸쓸한 그의 모습, 그래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나오고, '그래, 스타라도 어쩔 수 없구나'하는 그런 영화를 기대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뿌연 영상에 딱히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은 약에 취해있고 대사보다는 주변 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나로서는 처음 보는 영화였고 당황했지. 자리에 앉아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쯤에서야 '아, 이게 전부구나. 진짜 이런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충격이기도 했을 뿐더러, 영화 하나를 감상했을 때 이렇게 공허해지고, 기분이 다운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


이렇게 오래 전에 영화 한편을 온전히 감상하고, 그때의 내 감정까지도 생각이 나는데, 지금은 사실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보는 것 조차 어려워. 비단, 짧은 편집본 영상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조금 보다가 흥미가 생기지 않으면 바로 다른 영화로 넘어가기도 하고, 그냥 끄기도 하니까.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문화에 효율을 따지기 시작하니 여유는 없어지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위해 감상하려 했던 문화는 내게 점점 남기는 것이 적어진다.


사실 영화 한 편도, 한 곡의 음악도, 한 권의 책도 내가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서 인생 영화, 인생음악, 인생도서가 될 수 있는데 요즘 나는 마음에 담지 않으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말하고 있는 효율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효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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