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물품 추천 8가지
새 학기를 맞아 SNS가 복작복작해졌다. 학급 운영, 교실 환경을 걱정하는 신규 쌤들을 보고 있자니 몇 년 되지도 않았지만 신규 발령 받았던 때가 떠오른다. 옆반 선생님이 쓰는 용품이 좋아보여 따라 샀다가 서랍장 한 구석에 처박아두기도, 환경용품비로 살 필요 없는 쓸데 없는 물건만 잔뜩 사기도 했다. 한 해, 두 해 지나고 SNS에서 다른 선생님들께 팁을 전수 받으며 자연스럽게 나만의 교실을 꾸려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오늘은 나처럼 청소/정리, 만들기 똥손인 선생님을 위한 교실 용품 추천 글을 써보려고 한다.
교사가 일과 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컴퓨터 작업일 것이다. 가감 없이 하루 근무 시간의 1/2 정도는 수업 자료를 만들고, 공문을 처리하고, 문서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일반 마우스를 쓸 경우 손목 건강이 나날이 망가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금이라도 손목을 보호하려면 버티컬 마우스 사용을 추천한다. 디자인이나 가격대는 다 비슷비슷하다. 2만원 대 심플한 디자인의 무선 마우스를 쓰는 것이 적당하다. 흰색은 예쁘지만 때가 금방 타므로 검정색을 추천하고, 수신기 분실 방지를 위해 수신기는 본체에 보관 가능한 모델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보면 코어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보면 머리가 점점 앞으로 튀어나가고 허리가 구부정해져 곧 거북이가 될 것만 같다. 보통 컴퓨터 작업을 하면 집중하느라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갖는 것도 잊어버리는데, 이렇게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어깨와 목이 뻐근해진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자세 교정 방석을 여러 개 찾아보던 도중 백조이 제품을 알게 되었다. 이 제품은 앉았을 때 골반을 안정적으로 받쳐주어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나의 경우 학교에서는 트랙션을, 집에서는 코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격은 4만원 대로 조금 나가는 편이지만 척추 수술은 3,000만원임을 기억하자.
코로나 이후 체육 수업 시간에도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일반 호루라기를 불기가 힘들어졌다. 마스크를 내리고, 호루라기를 잡아서, 부는 과정이 점차 너무 번거롭게 느껴졌다. 선배 교사들은 일반 호루라기로도 균일한 소리로 잘만 불던데, 왠지 나는 호루라기를 불 때마다 소리 크기가 달라져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구매하게 된 것이 바로 전자 호루라기! 앞선 과정 없이 전원을 켜고 버튼만 누르면 '삑'하고 씩씩하게 호각이 울린다. 건전지를 넣어 사용하는 방식인데, 4년째 사용하면서 건전지를 2번 정도 교체했던 것 같으니 효율도 괜찮은 편. 가격은 보통 1만원 대다.
교사가 컴퓨터 작업만큼 많이 하는게 자르는 작업이다. 매일 같이 수업 자료를 프린트해서 자르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학생 때부터 어쩐지 자르는 능력이 영 떨어졌다. 가위질을 하면 어느새 오른쪽으로 손이 기울어지고 칼질을 하면 종이를 찢어먹었다. 교사가 되고 나서는 작두형 재단기를 쓰면서 많은 종이를 못쓰게 만들고 지구에게 미안해하던 차, SNS에서 트리머 재단기 추천글이 보여 구매했다. 디자인이 적당하여 교실 미관을 해치지 않고, 사이즈가 작아 비교적 좁은 교탁 서랍에도 잘 들어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칼, 작두형 재단기에 비해 종이를 자르는게 쉽고 실패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트리머 재단기로 똥손은 구원 받았다. 가격은 1만원 대고, 학습준비물비로 사는 것을 추천한다.
지구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라벨은 교사의 노동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준다. 사물함, 신발장, 서랍장, 교실 물품 등 다양한 곳에 붙여 놓기도 하고 수업 활동을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은 교실 프린터를 이용해 라벨지에 인쇄하지만 소량의 라벨이 필요할 경우도 왕왕 있다. 방안을 고민하다 추천 받은 것이 바로 라벨 프린터다. 전원을 켜고 인쇄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입력한 후 인쇄 버튼을 누르면 끝. 간편한데다 라벨지를 적게 쓴다는 장점이 있다. 앱이나 컴퓨터 연결을 이용해 더 편리하게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가격대가 좀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브라더 모델은 6만원 대고,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한 모델은 7-8만원 대까지 나가기도 한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교탁 위에 지우개 가루, 자르고 남은 활동기 귀퉁이가 굴러다니게 된다. 학기 초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다짐하다가도 시간이 갈수록 교탁에 신경 쓸 시간과 기력이 사라진다. 언젠가 먼지가 수북한 교탁 아래까지 청소해주려는 아이들 때문에 얼굴을 붉힌 적도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던 2022년 초, 청소용품비로 7만원을 써야하는 상황이 생겼고 이때다 싶어 청소기를 사기로 했다. 내가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조건은 '사용이 간편할 것'이었다. 충전이 복잡하고 선 정리가 안 되면 사놓고도 청소를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래서 무선으로 된 핸디 청소기를 구매했다. 보통 무선 청소기는 USB로 충전이 가능한데,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 교탁 아래에 두고 일과 후 책상 위/아래 한 번 쓱 돌려주면 나름 깔끔하게 유지된다. 창틀이나 교실 귀퉁이처럼 일반 청소기나 빗자루가 들어가기 어려운 곳도 가끔 청소해주면 더 좋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지만 7만원 이내의 제품으로 사는 것을 추천.
신규 때는 정리의 개념이 없어서 학기 초에 샀던 온갖 학습 준비물, 교실 용품을 교탁 서랍에 때려 넣었다. 그랬더니 물건들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 필요한 물건을 원하는 때 찾지 못하고, 어떨 때는 서랍장 깊숙이 박혀 있는 물건이 없는 줄 알고 새로 사곤 했다. 그래서 다음 해부터 8칸짜리 투명 수납 정리함을 사서 자석, 스티커, 스테이플러 심, 클립 등 자잘한 용품을 보관하고 있다. 다만 8칸은 조금 부족한 감이 있어 여유가 된다면 12-24칸 정리함을 추천한다. 가격대는 2-3만원 대.
한 해에 교사가 보관해야하는 출석 관련 서류는 어마어마하다. 체험학습 신청서, 결과 보고서, 결석 관련 증빙 서류, 여기에 학기 초에 학생/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지나 1년 내내 보관해야 하는 개인 정보 문서까지. 그런데 이런 서류는 개인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보니 그냥 책상 위에 두거나 교탁에 보관하면 안 된다. 그래서 열쇠가 달려 있는 서류함을 사야하는데, 못생긴 서류함은 사용하기 싫다면? 시스맥스 서류함을 강력 추천한다.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서류함을 보고 있으면 괜히 흐뭇해진다. 나는 시스맥스 서류함 위에 투명 정리함을 얹어서 사용 중이다. 시스맥스 제품은 대부분 예쁘고 실용적이지만 가격이 다소 사악한 편이니 참고 바란다. 가격은 2만원 후반-3만원 초반.
오늘은 선생님들을 위한 교실 물품 추천 글을 써 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특정 브랜드를 광고하는 바이럴이 아니니 안심하시고 구매하시길(광고 받으면 정말 좋겠다). 물건들은 구매한 후 복지포인트로 청구하거나, 학급 운영비로 구매하면 좋다. 학교에 사비는 쓰지 마시길,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