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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유럽여행

10일 차

by 여행자 빅토르

파리에서의 첫날. 런던에서의 첫날과는 느낌이 다르다. 아마도 파리에서의 첫날은 파리지앵 친구 말로와 함께 보내기로 해서 마음이 더 편한 것 같기도 하다. 완전 구린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긴 후 밖으로 나오니 말로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화상채팅으로 알게 된 말로. 7월엔 내가 파리로 8월엔 말로가 한국으로 여행. 엄청난 우연에 우리는 서로의 도시에서 서로 가이드해주기로 약속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처음 만났다. 말로에게 광장시장에서 사 온 우리나라 전통 파우치를 선물로 주니 엄청 좋아한다. 그렇게 좋아해 주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한국에 오면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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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와의 첫 코스는 몽마르트 언덕. 내가 파리에 가기 전부터 말로가 몽마르트에 자기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고 거기에 같이 가자고 해서 간 카페. 몽마르트 언덕이 너무 잘 보이는 카페였다. 프랑스에서 마신 첫 커피는 말로가 좋아하는 라테를 따라 시켰다. 한국에서 마시는 라테와는 맛이 달랐다. 일단 우유가 덜 들어가고 덜 달았다.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내 입맛에는 한국 라테보다 프랑스 라테가 더 입에 맞았는데, 한국분들이 마시기에는 한국식 라테가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앞으로 단체 동양인 관광객이 지나간다. 지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없을 텐데? 하면서 쳐다보니 맨 앞에 가이드가 인터파크 투어가 적혀있는 깃발을 들고 간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었던 것. 한국에서 만든 유럽 패키지여행 스케줄이 그렇게 피곤하다고 들었는데 다들 탈 안 나게 건강하게 여행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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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에는 이렇게 예쁜 골목. 이 올드카는 여행자들에게 빌려주는 렌터카인데 엄청나게 비싸다고 한다. 이렇게 예쁜 골목에 이렇게 예쁜 주황색 올드카있으니 어찌나 예쁘던지. 골목 하나 조그만 사물 하나가 모두 다 예술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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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와 몽마르트 언덕에서 내려와 몽마르트 묘지도 구경한 후 사랑의 벽으로 갔다. 이 세상에 정말 다양한 언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벽! 역시 한국인이라 그런지 한국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말로에게 한국어가 여러 개 적혀있으니 찾아보라고 하니 열심히 찾는데 잘 찾지 못하는 말로. 근데 말로가 한국어 찾는 속도보다 내가 불어 찾는 속도가 더 느렸다... 말로에게 한국어는 한국만 쓰지만, 알파벳은 많은 나라가 쓰니 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유치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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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벽 보고 말로가 어디 가고 싶냐고 묻길래 에펠탑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말로는 바로 가자며 지하철을 타고 에펠탑으로 왔다. 이 지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을 드디어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정말 웅장하고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100배는 더 예뻤고, 날씨까지 따라주니 더더욱 예뻐 보였다. 날씨가 좋으니 피크닉 오는 파리지앵들과 관광객들이 아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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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해는 파리의 건조한 날씨 덕에 나랑 말로도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잔디에 1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파리지앵들처럼 여유롭게 이 분위기를 즐기면서 말로와 이야기를 했다. 돗자리가 있었다면 누워서 파란 하늘과 에펠탑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한강 돗자리 사업을 이곳에서 하면 돈벌이가 나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말로에게 하니 정말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말로ㅎㅎㅎ 우리 둘 다 에어포스를 신어서 나란히 신발 사진 찍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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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도 보았다. 내일 전망대 올라가서 야경 찍을 건데 제발 사진 좀 잘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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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소는 캬후셀 가든. 루브르 박물관과 뛸르히 가든 사이에 있는 곳. 날씨가 좋으니 어떤 풍경이든 다 예쁜 파리. 이곳에서도 말로와 잔디에 앉아 여유 있게 시간을 보냈다. 역시나 돗자리는 없었고 여기서도 돗자리 사업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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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첫 식사. 오늘 하루 종일 커피랑 물만 마셔서 너무 배고팠다. 나오자마자 엄청 맛있게 먹었다.

말로와 함께한 파리 첫날 절대 잊지 못할 하루다. 헤어질 때 서로 아쉬우니 꼭 안아주고 한국에서 만나면 더 재미있게 놀자고 약속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걸은 걸음 수가 30,000보 이상... 어쩐지 다리가 아프더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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