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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Jul 17. 2022

나의 첫 유럽여행

14일 차

파리의 아파트들은 다 작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한 채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던 걸까? 내가 예약한 파리의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에다가(한국식으로 계산하면 7층) 당연히 프랑스답게 에어컨이 없었고 화장실도 공용화장실이었다. 이런 곳을 4박에 370,000원이나 지불했다니... 파리에 대해 정보가 더 많았어야 했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럽다. 옷을 다 벗고 자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어난다. "적응해야지. 적응하면 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의 첫 코스는 하수도 박물관. 파리 뮤지엄 패스 4일권 중 마지막 날이라서 최대한 뽕을 뽑아보자는 마음에 이곳저곳을 다녔다. 하수도 박물관은 사실 갈 생각이 없었는데 뽕을 뽑자는 목적과 구글맵에서 사람들이 올려놓은 리뷰의 사진이 너무 예뻐서 갔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다. 일단 냄새가 정말 너무 심했다. 난 원래 비위가 약했는데 군대 가서 비위가 강해졌기 때문에 하수도 정도의 냄새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역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서 그런 것일까. 강해진 내 비위는 다 없어졌고, 결국 난 10분 만에 박물관에서 나왔다. 냄새와의 싸움에서 지다니...

하수도 박물관에서부터 걸어서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했다. 너무 더운 파리. 최대한 그늘이 진 곳으로만 찾아 걸어 다녀도 내가 메고 있는 힙색 그리고 카메라가 내 옷을 젖게 만든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생각보다 굉장히 작은 미술관이었는데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난 뮤지엄 패스가 있으니 기다리지 않고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파리 여행 준비하는 사람들은 꼭 뮤지엄 패스를 사기를 바란다. 나처럼 1주일 이상 있을 거면 4일권을 구매해서 촉박하지 않게 여유 있게 구경했으면 좋겠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내 기대 이상이었다. 이름만 들어본 모네의 그림은 정말 훌륭했다. 이름만 들어봤지 사실 어떤 그림이 있는지, 또 왜 그렇게 모네의 그림들이 유명한지는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이번에 파리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그림 혹은 예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정말 없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사실인 것이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으니 이번 파리 미술관들 그리고 박물관에서 아는 것들이 정말 보이지 않아 흥미가 떨어졌다. 다음번엔 공부를 좀 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주의 깊게 보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점심으로 초콜릿 도넛과 크루아상 그리고 카푸치노를 마신 후 바로 앞 뛸르히 정원 그늘에 앉아서 그 어느 때보다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파리에 와서는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왠지 파리지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여유로운 파리 생활을 하겠다는 나의 목표를 이루는 것 같다.


자꾸 눈이 감긴다. 감았던 눈을 뜨고 보니 30분이 지나있었다. 깜짝 놀라서 혹시 가방이나 아이폰이 없어지지 않았나 체크부터 한다. 다행히 아무것도 없어지지 않았다. 힙색과 아이폰 줄이 나의 30분 낮잠을 도왔다.

낮잠을 자고 간 곳은 그 유명한 오르세 미술관. 고흐의 작품들을 보니 역시 예술의 나라 프랑스이구나 하는 생각과 고흐의 도시 아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파리 외의 프랑스 다른 도시를 다녀온 사람들은 항상 프랑스는 파리보다 소도시들이 더 아름답다고 했으니까.

오르세 미술관을 보고 파리지앵 친구 알리다를 만나서 치즈와 하몽을 먹었다. 파리에 오면 꼭 한 번은 먹어야지 했던 음식이라서 너무 기대하고 먹었는데 기대한 것보다는 너무 짜서 먹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아마 술 없이는 절대 못 먹지 않았을까... 그래도 프랑스에 와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 먹으니 기분은 좋았다. 그것도 파리지앵 친구랑 먹으니 정말 파리지앵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ㅎㅎㅎ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는 바토무슈를 타는 것. 당연히 알리다와 함께 갔다. 이미 여러 번 바토무슈를 타봤다고 하는 알리다. 그래도 내가 타자 고했을 때 정말 기뻤다고 한다. 

알리다와 함께 탄 바토무슈. 그것도 일부러 마지막 시간에 탔다. 내가 일부러 야경을 보고 싶어서 그 시간에 예약을 했다. 바토무슈를 타면서 파리의 야경을 쭉 보는데 알리다가 말하기를 자기는 항상 파리에 사니 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 종종 잊어버린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살아도 매일 보면 아름다운 것을 잊어버리는 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파리에서 태어났다면 파리가 아름다운 도시인지 몰랐을까?

파리의 야경처럼 나와 알리다와의 시간도 점점 깊어져 갔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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