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차
파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아침. 늦잠을 잤다. 마지막 날이라고 부지런히 다니고 싶지 않았다. 이미 1주일 동안 볼 수 있는 대부분을 보고 왔고 피로가 많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은 더 여유롭게 다니는 것을 선택했다. 숙소를 나서 처음 향한 곳은 바로 셰익스피어 서점.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인 '비포 선셋'과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오는 서점. 외부도 너무 이쁘지만, 실내는 더 예뻤다. 내부가 너무 예뻐서 내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서 내부 촬영은 하지 못했다. 촬영은 못했지만,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고 왔다. 관광객인 나와는 다르게 진짜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고, 거울을 이용해서 자신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책들은 내가 다 읽을 수 없는 책이지만, 서점 내부의 아름다움과 분위기에 빠지기에는 정말 충분했다.
파리의 골목골목을 더 걷다가 파리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애피타이저로 모차렐라 토마토 샐러드 그리고 메인 요리로 까르보나라 파스타에 와인. 너무나 훌륭한 조합이었다. 난 분명 와인을 15CL을 주문했는데 내 생각보다 너무 큰 사이즈의 와인이 와서 의문이 들었지만, 음식이 너무 맛있고 와인도 내가 좋아하는 맛의 와인이라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너무 배부르게 먹고 계산하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주문한 와인은 50CL이었다. 분명 난 15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그렇게 알아들은 거니ㅠㅠㅠ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지 만약에 맛없게 먹었더라면 정말 짜증 났을 것이다.
너무 배불러서 일단 걸었다. 걷고 또 걸으며 그늘진 공원이 있으면 잠시 앉아서 쉬었다 가고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날이니 파리의 숨겨진 곳까지 더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워낙에 유명한 카페인 레 되 마고와 카페 드 플로르에도 다녀왔다.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100년도 훨씬 전에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니. 다음엔 이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루브르 박물관에 이렇게 예쁜 자동차를 빌려서 온 커플을 보니 너무 부러웠다. 파리를 제대로 여행하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그 순간만큼은 저 커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마지막 날이니 내가 좋아하는 공간. 뛸르히 정원에서 다시 시간을 보내며 파리에서의 순간들을 정리해보았다. 내가 이곳에서 보았던 것들, 만난 사람들, 먹었던 음식들. 모두 만족스러웠으며 더 먼 미래에서 나의 파리 여행을 돌아보았을 때 더 큰 행복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날이니 에펠탑을 가까이서 한 번만 더 보자는 생각 걸어온 에펠탑.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이 풍경은 그대로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파리는 예술의 도시가 아닌 도시 자체가 예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