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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Jul 08. 2022

나의 첫 유럽여행

2일 차

2022년 7월의 첫 번째 날. 난 지금 바르샤바 쇼팽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여행책에서 수없이 보았던 공항 노숙. 그 노숙을 내가 하게 될 줄이야. 오늘 아침 7시 35분 런던행 비행기를 잡았는데, 숙소를 잡아서 자게 되면 너무 푹 자는 바람에 비행기를 못 탈 것 같아 공항 노숙을 택한 것이다. 의외로 꽤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공항 바닥에서 자고 어떤 이들은 의자를 침대 삼아 가방을 베개 삼아서 잔다. 또 어떤 이는 아이들이 노는 간이 놀이터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그렇게 이른 비행기를 기다린다. 나는 의자를 침대 삼고 내 힙색을 베개로 삼아 3시간 정도 잠을 잤다. 긴 시간을 잔 것은 아니지만 깊게 잠들어서인지 새벽 4시에 일어났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어제 고장 난 유심이 다행히 다시 작동이 되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카페에 가서 초코머핀과 따뜻한 라테를 시키고 맥북을 켜서 어제 바르샤바 올드타운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정했다.

사진 보정을 하다가 비행기 편명이 나오는 모니터를 보는데 내가 타야 할 비행기가 모니터에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LOT항공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 가보니 한 동양인이 그 옆에 큰 모니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국인인 것 같아서 "한국인이세요?" 물어보니 한국말할 줄 알고 한국에 사는데 한국인은 아니라고 한다. 이 동양인도 나와 같은 런던행 비행기를 타는 거였는데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다고 한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큰 마음먹고 온 첫 유럽 배낭여행 첫날부터 유심 고장, 공항 노숙 그리고 비행기 결항까지 이런 선물세트가 없다 싶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물어보니 기계적인 이유로 결항이 되었으니 오늘 저녁 8시 15분 런던행 비행기로 바꾸어 준다고 해서 그 동양인이랑 같이 비행기를 다시 잡고 바우처 3개를 받게 되었다. 


그 동양인은 한국에 사는 중국인이었고, 나랑 띠동갑 형이었다. 우린 금세 친해졌고, 둘 다 너무 씻고 싶어서 갈아입을 티셔츠와 칫솔 치약을 구하기 시작했다. 쉥겐 비자가 없는 형은 논쉥겐쪽을 돌아보았고, 나는 면세구역을 빠져나가 공항 안을 뒤져보았다. 다행히 기념품 가게에 바르샤바가 적혀있는 티셔츠가 있었고 기념품 가게 맞은편 편의점에 칫솔과 치약이 있었다. 공항에서 필수품을 사다니... 어쩔 수 없는 지불이 안타까울 뿐.


내겐 라운지 1회 이용이 남아있어서 형과 잠시 떨어져 쉥겐 지역에 있는 라운지를 이용했다. 라운지에 들어가자마자 샤워부터 했다. 물을 적시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유럽에 와서 깨닫다니! 갈아입을 티셔츠는 있는데 속옷은 없었기에 속옷을 뒤집어서 입었다. 30시간 만에 샤워 성공! 자리를 잡고 사진 보정을 마친 후 배를 채웠다. 어제 이용한 인천공항만큼 음식이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술은 다양했다. 

라운지 이용 가능시간이 최대 4시간. 4시간 다 채우고 다시 형을 만나 노숙을 시작했다. 몇 시간 지났을 때 비행기가 30분 지연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4종 선물세트를 받은 여행자라는 생각에 계속 웃음이 났다. 나 같은 여행자는 정말 드물 거야 분명!


20시 45분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담았다. 옆자리에 안나라는 영국인 여자가 탔다. 서로 인사하다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안나는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인지 나에게 농담을 많이 했다. 대화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니 어느덧 런던에 도착했다. 안나가 입국심사와 짐 찾는 걸 도와줘서 신속하게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제 숙소로 가는 일만 남았다. 지금 시간은 23:59분.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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