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거리는
"우리는 책만 읽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시련을 통해서만 배운다. - Swaminarayan Sampraday
8월의 세 번째 월요일에 세 번째 데이트가 끝나고 이틀째 되던 수요일 저녁.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친한 친구와 함께 도쿄로 3박 4일간의 짧은 휴가를 다녀오는 그녀에게 여행 준비는 잘했는지 물어보고 싶었고, 며칠 동안 전화하기 어려울 것 같아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그녀의 목소리는 그리 밝지 않았다.
"할 일이 너무 많아, 회사 프로젝트가 갑자기 급하게 진행되었어. 아직 짐도 못 쌌는데, 일을 마무리해야 해. 나 인천공항 가는 버스도 아직 예매를 못했어"
바쁜 그녀를 위해 그녀의 집 근처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알아보았다. 그녀의 집에서 도보 3분 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가 있었고, 시간표를 찾아 그녀에게 보내주었다. 잠시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 아무래도 여행을 가지 못할 것 같아, 아직 회사에서 휴가 승인을 해주지 않았어. 당장 급한 프로젝트여서 회사에서 안 보내줄 것 같아."
결국 그녀는 일본 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녀의 친구만 일본을 가게 되었고, 그녀는 다음날 평소처럼 회사로 출근했다. 기분이 많이 좋지 않을 것 같은 그녀에게 말했다.
"이번 주말에 만나자, 맛있는 것도 먹고 같이 시간 보내면 기분 나아질 거야."
그녀는 대답했다.
"이번 주말에는 그냥 집에서 쉴래, 요즘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고 싶어."
그렇게 우린 주말에 보지 못했다. 다음 주 주말은 나도, 그녀도 각종 일정과 선약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평일에 만나자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평일에 퇴근 후 나를 만나고 집에 늦게 들어가면 다음날 일할 때 너무 피곤하다며 평일에 만나는 것을 거절했다.
결국 주말에만 나를 만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다음 주말에는 그녀가 이틀 모두 일정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또 그다음 주말까지 기다려야 했다. 데이트 간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되면 거의 3주 넘게 못 보는 거야. 텀이 너무 긴 것 같아. 평일에라도 봤으면 좋겠어."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널 좋아하고 더 알아가고 싶지만, 매주 주말마다 혹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은 부담이 돼. 우린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고 알아가는 사이잖아. 그리고 평일에 만나면 다음날 출근해서 너무 피곤해."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불과 2주 전에 나를 바라보며 이미 사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던 그 입에서 이렇게 다른 말을 뱉어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변한 걸까. 아니면 애초부터, 내가 느끼던 온도와 그녀의 온도가 달랐던 걸까. 나는 언제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가면서 만났다.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만들어서 그 사람을 보러 가는 행위가 애정이고 사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서로의 차이라고 받아들이기엔 그녀의 온도와 나의 온도가 너무나도 달랐다.
우리는 이미 언쟁을 한 탓에 서로가 조금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며칠 뒤 그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주말 동안 와인 바에서 누군가와 단둘이 와인을 마시는 사진과, 누군가의 차에 앉아 꽃 선물을 받은 사진을 올렸다.
남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와인 바의 분위기와 와인잔을 잡은 손을 보니 남자 손 같았다. 또한 꽃 선물도 남자가 여자에게 줄 법한 그런 꽃이었다. 게다가 꽃 선물을 받은 사진은 그녀의 손은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스토리를 보고 그녀에게 연락해 마음에 드는 다른 남성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오히려 내게 짜증을 냈다.
"너의 이런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 네가 질문하면 모든 것을 꼭 대답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겨. 그리고 마음에 드는 다른 남자 없어. 있었으면 진작에 너에게 말했을 거야. 너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너를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보다 너에 대한 실망이 더 커져."
나에게 이미 사귀는 것 같다고 말하던 그녀는 내가 의심을 할만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그 사진에 대해 묻자 오히려 나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녀와 미래를 그려 나가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쟁을 벌인 후 이틀 정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해서 그녀와 다시 이야기를 했다. 나의 솔직한 감정을 말했다.
"첫 번째 데이트를 하고 나서 우리 관계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 연락하고 있던 다른 여자들도 있었지만, 그녀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고 솔직하게 말했어. 우리가 가진 시간이 별로 없다 보니 난 하루라도 너를 더 만나서 너를 더 알고 싶었고, 여행 전에 우리 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싶었어."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우리 관계를 빨리 정의 내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난 너를 천천히 알아가고 싶어. 내게는 시간이 더 필요해. 네가 나를 여자친구로 만들고 여행 가서 다른 여자들과 즐길 것 같은 생각도 들었어. 나는 너의 옵션이 되고 싶지 않아."
서로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녀는 처음엔 내 여행이 우리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와의 데이트를 하며 나에 대한 감정이 커질수록 여행 때문에 멀어지는 우리 사이에 거리와 시간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커졌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멈추기로 했다. 내가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서로 마음이 남아있으면 그때 다시 만나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인간은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존재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서로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만큼의 크기라면 그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나와 그녀는 서로의 차이로 인하여 멀어지기도 했지만, 더 큰 원인은 우리의 타이밍이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