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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Jul 15. 2022

3층 집에 대한 편견



처음 타운하우스를 결정할 때 마냥 걱정이 없었던 아니었다. 특히, 차가 없으면 다니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과 3층 집에 대한 편견이 컸다.


 이웃집과 간격, 소음, 전망 등을 고려해서 고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보로 상가 접근성이 떨어졌다. 도보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면 당연히 편하겠지만

 '둘 다 차도 있는데 뭘.' 이런 생각이 더 강했다.


남편에게도 "나이 들어서는 상가나 병원, 오히려 도보로 이용하기 쉬운 곳에서 사는 게 맞는 것 같아." 라며 설득했다. 무엇보다  다 직장과 차로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선택이 수월했던 것 같다.


 계약 전 부모님에게도 타운하우스는 집을 보여 주기 전까지 다소 생소한 곳이었다. 계약할 집이 3층이라고 하자 계단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불편하지 않겠냐고 하셨다.

그러면서 기왕의 넓은 평수의 2층 집이면 좋겠다고 하셨으나 타운하우스는 대체로 3층으로 높게 짓는다.

아무래도 용적률 때문이겠지.


'계단이 많으면 운동도 되고 좋지 않을까?'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나름이라지만, 실제로 살게 되면 불편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나 역시 걱정을 하긴 했었다.

그렇지만 젊을 때 못 살면 나이 들어서는 더욱 못 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살아보니

오히려 3층 집이라서 느낀 장점이 의외로 많다.



우리 집은 1층에 부엌 겸 거실, 2층에 안방, 3층에 서재와 게스트룸이 있다. 물론 3층은 평소 자주 가지 않고 주로 1층과 2층에서 생활을 하지만, 층이 나뉜 덕분에 더욱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요즘처럼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3층에 독립적인 공간이 있으면 더욱 좋다. 나 또한 재택근무 시에 자주 3층에 있었는데 업무에 몰두하기 좋았다.

 집들이로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와서 자고 갈 때도 3층은 유용하다. 층고가 달라 분리된 느낌이 있다. 3층 게스트룸 옆에는 화장실이 있어 별도로 사용하기 편하다. 또한 문을 닫으면 2층에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서로의 숙면에 방해되지 않는다. 주인인 우리와 손님 또한 편히 잘 수 있다.


 부엌 겸 거실이 있는 1층과 옷과 침실이 있는 2층 안방이 분리되어 있는 점도 좋다. 요리할 때도 분리되어 있고 거실에서 TV를 봐도 2층 문을 닫으면 들리지 않아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좋다. 

남편과 같이 있으면서도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서로 방해받지 않는 느낌. 외동으로 자란 남편은 이 부분을 가장 좋아라 하는 부분이다. (조금 씁쓸하지만 인정.)


 세탁실과 옷장은 되도록 같은 층에 위치하는 것이 동선 상에 편하다. 1층에 세탁실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옷을 들고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할 것 같아 2층에 세탁실을 만들었다.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얼마 전 집들이로 온 가족이 온 적이 있다. 어린 조카들이 계단을 보더니, 재미있는지 마구 뛰어올라 갔다. 그러더니 계단 위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장난치기도 했다. 다행히도 아이들에게는 3층 집의 구조가 재미있었나 보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소리 지르며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뛰어다녔다.

나 역시 계단이 주는 공간이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계단 사이 창문을 통해 보는 뷰가 매력적이다. 특히 3층에서 보는 전망이 제일 좋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이사 올 때 계단을 통해 짐을 못 올려서 스카이차로 창문을 통해 올렸었다. '상가도 아니고 일반 가정집에 이사하는데 스카이차라니'  생소한 경험이긴 했다.

 그리고 외출하려고 나왔다가도 무언가 '아, 지갑 두고 왔다.' 2층으로 후다닥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훗날 3층 구조가 아기가 생기면 힘들고 불편할 수도 있다. 그때는 옷장을 정리하고 '아기침대는 안방에 두어야겠지'라는 상상도 한다. 게다가 어린이집에 갈 때쯤이면 픽업 문제도 생기겠지.


어쩌면 우리가 신혼부부라서 이 집을 선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서, 두려울 것도 없었다. 아파트에서 아이를 낳고 살다가 왔었으면 불편할 수 있겠지만 비교 수 없어 오히려  지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건너편 이웃집에 몇 달 전 아기가 태어났다. 잔디마당에 부부가 종종 아기를 안고 나와 산책하거나 커피도 마시며 답답함을 해소하는 듯했다.

'아기가 조금만 더 크면 코로나 혹은 층간소음 걱정 없이 잔디마당에서 뛰어놀겠지.'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어릴 때, 이런 집에서 자랐으면 참 좋았었을 것 같아"

"우리 아이도 분명 좋아할 거야"

아직 낳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누군가 3층 집이 불편하냐고 물어본다면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 있게 "전혀, 오히려 장점이 많아"라고 답할 수 있다.  단, 편견을 없애려면 직접 살아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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