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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Jul 08. 2022

옆집 고양이

관찰자 시점에서


입주 전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차고지에 고양이 울음소리 났다.


거기에는 길고양이로 추정되는 어미 고양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고양이들이 있었다.

어미묘의 경계가 심한 거 같아 그냥 보고만 왔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들의 존재를.



그런데, 입주 후 보니 옆집에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궁금한 나머지 옆집 아주머니께 물어봤다.


"혹시 고양이들 여기 있던 길고양이 새끼들 맞아요?"


" 맞아요. 졸졸 나만 쫓아다녀서 아주 골치 아파. 데려다가 키워요"


아주머니는 불쌍해서 밥을 몇 번 줬더니 새끼 마리와 어른 냥이 두 마리가 옆 집 마당에 아예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말씀은 이렇게 하지만 밥을 챙겨주시는 것 같다.



옆 집에서 거둬들인(?), 아니 고양이들이 눌러앉은 덕분에 매일 뒷마당과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코밑에 점이 있어 점박이로 불렀던 녀석.

노랑이 세 마리와 검둥이 세 마리 총 여섯 마리가 산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뒷마당 창문 쪽으로 어떤 물체가 후다닥- 움직인다. 그럴 때마다 그쪽을 보면 고양이들이다.




창문 너머로 가까이 들여다 보자 내 얼굴에 놀랐는지 새끼 고양이가 갸우뚱 하며 쳐다본다. 귀여운 모습에 신이 나서 마당으로 달려나가 새끼 야옹이에게 다가가자, 노란색 어미묘가 경계의 눈초리로 앞을 막는다.



그러면서 빤히 본다. 호박색에 눈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어미의 눈에 나는 공격하지 않는 사람으로 읽혔는지 애교스러운 눈으로 "메오 메오"하며 다가왔다.

 

 밥을 달라는 것 같아 냉장고 진미채를 몇 번 던져 줬더니 철망 안 쪽 우리 집 쪽으로 넘어오려 몸을 기웃거렸다.

  이를 본 신랑은 네가 키울 거 아니면 밥 주지 말라며 고양이가 넘어오지 못하게 쫓았다.


"왜? 키워도 된다는데"


"안돼"


안타깝게도 신랑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게다가 친정에서 키우던 10살된 진돗개 천둥이를 년부터 맡아 달라고 하셨었다.(현재는 아직도 친정에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래 그럼 그냥 보는 걸로 만족하지 뭐."라며 마음을 단념했다.



그런데, 며칠 뒤부터 검둥이 두 마리가 저녁에 몰래 우리 집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하더니 부모님이 사주신  블루베리 화분에 똥을 싸기 시작했다. 그것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다른 건 몰라도 냄새가 어마 무시했다.

우리집에 실거주가 아닌 화장실로만 이용하니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에휴 어쩌겠어 그냥 거름 준다 생각해야지'

그렇게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화분 27개가 똥 테러(?)를 당해 흙을 뒤집어놔서 들쑥 날쑥 엉망이 되었고 블루베리 나뭇가지들도 몇 개 부러뜨려져 있었다. 그 무렵 마당에 텃밭을 가꾸려던 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뒤뜰과 대문에 망을 쳤다.



'미안한데 어쩔 수 없어.'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그 뒤로는 넘어오진 않았다.

대신 뒷산이나 다른 빈 마당을 이용하러 찾아가는 듯 보였다.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겨울에서 초봄 사이의 계절이었다. 뒷마당에 천둥이 놔뒀었다.

천둥이가 놀러 오면 자도록 이불을 깔아 둔 집이었다.


집에 놀러오신 친정 아빠가 개집 안에 젖은 이불을 말리려고 꺼냈는데, 거기에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얼어죽은 채로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아주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들. 래서 산에 묻어주고 왔다고 했다.

그때 나는 출근 중이라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 얘기를 듣고 조금 충격 먹었다.


 '누구 새끼였을까?'


눈이 많이 내린, 몹시  추운 겨울이었다.

고양이들이 걱정되어 집을 그 자리에 두었다.






봄이 되자 언제부턴가 노랑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미 한 마리를 포함해서. 생김새(색깔)에 따라 무리 지어 독립한 것일까? 아님 애초부터 형제가 아닌 두 마리의 어미가 각각의 새끼들이었을까?

잘은 모르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머지 검은 고양이들도 집을 자주 비우는지 보이지 않았다. 또 어디 떠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때쯤 종종 나타나 마당에서 노는 모습이 보였고 희한하게 안심이 되었다.




비가 오는 장마철이 되자, 부쩍 걱정이 된다.

신랑도 한동안 궁금했는지 고양이가 나타나면 반가운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저기- 고양이 왔어. 검둥이랑 새끼 고양이도 있네!"

"응 봤어, 새끼 낳았나봐. 점박이는 어디 갔을까?" 

"글쎄. 어디갔나봐."



요즘 신랑이 "고양이 키우고 싶어?"라고 먼저 물어본다.

잘 모르겠다. 마음을 쏟고 실내에서 키우지 못할 거면 아예 안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귀여워하던 점박이는 어디 갔을까?

그저 어딘가에서 잘 지내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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