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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Jul 06. 2022

나만의 작은 서재

갖고 싶은 공간이 있습니다.


거실에 TV 대신 커다란 책장을 놓고 싶었다. 그리고, 긴 원목 테이블.

그런데 막상 '어떤 정해진 틀'처럼 당연하게도 그 자리에는 TV와 소파 그리고 좌식 테이블을 놓게 된다.

그리고는 '역시 거실에는 TV가 있어야지' 하면서 만족해한다. 하지만 무언가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사실은 나 TV보다 책장을 놓고 싶었는데 말이야.'


마음속에 서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우리 집은 3층에 방이 두 개다.

신랑은 결혼 전부터 방 하나를 자신의 공간으로 갖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방 하나에 뭐할 거냐고 묻자 신기하게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꼭 비싼 책상이 아니더라도 책상과 책장을 갖고 싶다는 것.


"나도 서재 공간이 꼭 필요했어!"

그래서 탄생한 서재.

우리가 인테리어 전문가도 아니기에 특별히 거창할 건 없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방이 있다는 것 만으로 만족한다.



2.5인용 책상으로 의자를 두 개를 샀다. 각자가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데도 희한하게 널찍해야 좋다.


바닥에 원형 러그를 깔아놓아서 바닥에서도 보드게임도 하고, 책도 보기도 한다.

그리고 위스키, 브랜디가 있어 종종 서재에서도 책을 마시며 한 잔 마시기도 한다. 저녁에 조명을 켜놓고 책을 읽으면 제법 술 마시는 책방, '책 bar'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서재에 책이 많지 않다.  

이사 오면서 많은 책을 정리했다. 지금은 주로 선물 받은 책들만 갖고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주로 도서관을 애용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빌리는 책의 경우 기한의 정함이 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읽는다. 신작의 경우에는 구입해서 읽는 편이지만, 베스트셀러는 전자책으로 대여해서 본다.

그래서 현재는 이곳에 책은 많이 없지만, 빈 공간이 좋다. 언젠가 다시 또 보고, 읽고 싶은 '소장용 책'들로만 채우고 싶어 지니까.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보통 우리는 1층 거실에서 TV를 본다. 그러다 피곤해지면 2층 침실에 가서 잔다.

  


 "나 3층 갈게"

말이 별거 아닌데, 우리 부부에게는 조금 의미가 있다.

 

"오호-, 나도 갈래!"

"그래!"



3층 서재가 주는 공간의 힘이 크다. 함께 달력에 일정을 체크하기도 하고 올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들과 버킷리스트도 상기시킨다.

'자격증 공부를 한 번 해볼까?'

괜히 '끄적끄적' 손글씨로 일기도 쓴다. 그러다 보면 문득 잊고 있다가도 생각나는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그러면서 종종 우리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다.




사실 나도 언젠가는 서점을 차리고 싶은 꿈이 있다. 서점이 주는 공간이 좋아서, 그리고 책을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앉아서 쉬다갈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만 구성한 공간. 북큐레이터의 전문성을 갖추진 못하더라도.

나만의 서점에서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책을 추천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좋다. 마치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해주는 것처럼. (한적한 바닷가면 더욱 좋을 거 같다.)


나에게 서재 공간은 꿈을 잃지 않기 위해 상기시켜주는 작은 공간이기도 하다.

주말 중 하루는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 공간이 좋다면, 언젠가는 서점을 해도 괜찮겠지.

그게 북카페든 책바인지는 아직은 어떤 형태일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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