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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Jul 10. 2022

대벌레 공포

벌레 이겨내기


내가 입주한 시기는 무더위가 한참이던 여름이었다.

하필 곤충과 벌레가 가장 많은 계절.

무성하게 자란 잔디마당에는 아스팔트가 항상 깔려있던 도시에서 보기 힘든 방아깨비와 잠자리, 거미, 나비와 벌들 심지어 개구리까지 볼 수 있었다.

종종 말벌도 나타나기에, 마당에 나오면 두리번거리며 혹시나 내 몸에 곤충이 날아들까 항시 눈을 크게 뜨고 레이더망을 켜곤 했다.



나는 모기 외에 좀만 커도 죽이지도 잡지도 않는다. 아니 못 잡는 거다. 진짜로.

그래서 모든 벌레는 남편한테 토스한다. 남편은 겨우 이런 것도 못 잡냐며 한번 잡아보라고 하지만, 나는 여자로 남고 싶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내가 아줌마처럼 확-  잡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더니 그 뒤로는 잡아준다.)



우리 집은 갈색의 고벽돌의 집이다.

그날도 평상시처럼 마당을 한 바퀴 돌며 뒷마당을 둘러보던 중,



"이게 뭐지? 벽에 나뭇가지가 붙어있네."


 자세히 보니 다리가 달렸고 더듬이가 있다.

처음 보는 비주얼에 소름 돋고 당혹스러웠다.


"으아- 벌레인가 봐. 이런 거 처음 봐"

"나도!"

뭘 먹고 자랐는지 크기도 크다.


"유익충 아닐까? 그럼 놔두자."

(나름 철학이 있다.)


검색해보니 이름은 대벌레.

최근 지구 온난화로 서울시 은평구에 한 공원을 뒤덮어 한바탕 난리가 났던 그 벌레이다.


"너무 징그럽다"

다자란 성충은 한 마리당 알을 700개씩 낳는다니,

몇 마리가 붙어 있어 발로 밟아 죽였다.


그리고 여름 내내 하루에 두세 마리씩 발견되었다.

 녀석들은 꿋꿋하게도 벽돌을 타고 올라간다. 벽돌색이 마치 나무색이라서 그런가. 어딘가 있을 이파리를 먹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올라갔지만 불행히도 우리 집 벽 위엔 아무것도 없다. 

 뜨거운 햇볕에 말라버린 건지, 바닥에 사체가 떨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마른 나뭇가지 같았다.


 무더위가 좀 지나자, 신기하게도 어디로 다 갔는지 사라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뉴스에 나왔다. 공원, 등산로에 대벌레 떼 방역작업을 미리 시작한다는 것.


'설마 우리 동네도 저렇게 뒤덮이지 않겠지'

 가끔 무서운 생각도 든다.


 타운하우스에 일 년이나 살았기에 그래도 벌레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자부한다. 그나마 전보다 조금 덜 놀란다. (그전엔 좀 민망하지만 자주 소리를 질렀었다.)

 벌은 이제 소소한 친구가 되었다. 신랑과 농담으로 "저기- 친구 왔네?"라고 하며 문을 열어 내보내 준다.  직접 잡지는 못해도 문은 열고 방충망을 톡톡 치는 정도? 텃밭도 소소하게 키울 정도니.

개구리도 있고 심지어 두꺼비도 자주왔다.



그럼에도 대벌레는 아직도 공포의 대상이다.






대벌레는 사실 라바에 캐릭터로도 나오고 외국에서는 사육용 애완 곤충으로 키우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마리당 만원에 판매했고, 나름 값이 있던 녀석이다. 야행성이라 낮에는 주로 붙어있고 밤에만 느릿느릿 움직인다. 주로 몸을 보호색으로 바꿔서 보호하는 '의태'를 사용하며, 건들이면 죽은 척하기도 하여 사육용으로 키운단다.



단지, 사이즈가 너무 크다. 세계에서 긴 곤충으로 10cm 정도 몸통에 더듬이가 있어 사마귀처럼 보이지만 사실 날지 못한다.

그리고 언뜻 보면 나뭇가지와 착각하기 때문에 갑자기 발견되어 좀 놀라게 한다. 무엇보다 떼로 출몰한 뉴스 덕분에 공포스러운 존재가 되버렸다.







"우리 집에 말이야. 나뭇가지 벌레 알아?"

이따금씩 친구에게 재밌는 썰(?)을 풀듯 이야기하면


 "그게 뭐야? 아 뉴스에서 봤어."하고 놀란다.

 모습을 보고

"응. 방아깨비 개구리도 있어. 장난 아니야"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얘기하며 놀란 표정의 친구를 보며 킥킥거리기도 한다.

(사실 나도 아직 무서운 데 말이야.)





안녕 오랜만이야.


며칠 전 우리집도 올해 처음으로 대벌레가 왔다.

여름의 시작이구나.

부디 조금만 나타나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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