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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Jul 12. 2022

배달비가 비싸서

타운하우스에서 살면서 바뀐 점


내가 사는 타운하우스는 지하철 역에서 1.5km가량 떨어져 있다.


반경 3km 이내에 스타벅스, 맥도널드, 롯데리아 등 단독 상가가 있음에도 전원주택의 느낌이 나는 건 역에서부터 꽤나 산으로 올라가는 지형이라 그런 듯하다. 아무래도 산속에 있으니까.

대학가 맛집과 영화관이 있는 번화가까지 약 4km, 차로 약 7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 배달이 되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응, 배달이 되긴 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배달앱에서 주문했을 당시 기본료만 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거리당(km)으로 바뀌면서 아예 'XX동 타운하우스 7천 원'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역 근처에 가게들은 기본료만 내지만, 번화가에 밀집된 맛집은 배달료가 7천 원. 메뉴야 뭐 다양하게 많지만 너무 심하다.

'와.. 4천 원이나 올렸네. 차라리 외식을 하고 말지'


그래도 "배달되는 게 어디야"라고는 했지만, 그 뒤로 배달을 시켜먹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대신 퇴근하거나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뭐 포장해갈까?"라고 물어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마치 어릴 적에 우리네 아버지처럼.

 


타운하우스로 이사 오기 전에는 치킨, 곱창, 족발 등 종종 시켜먹었다. 그 덕에 결혼하고 3-4킬로가 금방 쪘었다. 요리도 잘 못하는 데다가 배달음식은 또 맛있으니까.


그랬던 우리가, 타운하우스에 살게 된 이후부터는 비싼 배달료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집에서 해 먹기 시작했다. 

물론, 외식하러 나가기가 귀찮은 경우가 더 많다.


매주 장을 보러도 다니지만 필요한 경우, 다음 날 도착하는 쿠× 로켓 배송을 자주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밀키트로 시작했는데, 다소 재료의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맛이 질릴 때가 많아 재료를 사서 직접 해 먹게 되었다.

 대신 귀찮을 때 필요한 냉동식품으로 닭갈비, 떡볶이, 돈가스, 피자, 칵테일 새우 등 그리고 각종 면류 냉면, 소면, 파스타면, 메밀면, 쌀국수면과 각종 양념장들, 소스류도 가득.  


요리에 관심이 없었는데도 해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요리 좀 하는 집(?)에만 있다는 페퍼론치노, 가쓰오부시, 쯔유 간장, 트러플 오일, 그라나 파다노 치즈, 페타 치즈, 올리브 어느샌가 냉장고가 좀 차 있어야지 마음이 편하다고나 할까.



"나 요알못인데.. 1년 사이에 좀 늘은 거 같아."

신랑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바질도 매번 사서 먹다가 안 되겠다 싶어 겨울부터 키우기 시작했다.(로즈메리도)

 

화분 두개로 시작해 현재는 여덟 개가 되었다.

너무나 잘 자라준 녀석.


바질 키우기에 재미가 들렸을 때쯤 봄이 찾아왔고, 재미로 키워본 대파가 잘 자라자 본격적으로 농작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퇴근 후 집에서 해 먹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남편이 볶음요리와 파스타 요리는 제법 하기 때문에 번갈아가면서 하니까 그래도 가능한 것 같다.

애매모호한 집에서 파스타를 먹을 때에는 차라리 신랑이 해준 '알리오 올리오'가 생각난다.


배달비가 아깝다는 핑계로 집에서 자주 먹게 되었지만

사실 나는 집밥, 집에서 만든 요리가 좋다.

식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우리가 직접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 주는 의미가 좋다랄까.

'팟타이' 같은 새로운 음식을 해 먹는 재미도 있다.



"오늘은 뭐 해 먹을까?"

"글쎄. 부추전?"

"그래! 그럼 막국수도 같이!"


남편과 요리를 해 먹는 뿌듯함도 있다.

같이 한 음식이 쌓일 때마다 추억도 하나씩 쌓인다.

아직은 많이 미숙한데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나의 요리도 조금씩 늘고 있다.  아니, 늘어날 거라 믿는다.


그리고  조금은 건강해지는 기분도 든다.

요리를 하게 되면서부터 재료를 준비하며 제철 음식이란 걸 알게 되고, 그 덕에 현재 텃밭도 키우게 되기 시작했으니까.  


텃밭에서 재배한 것들


희한하게도 직접 재료로 만들어 먹으면서 어떤 때는 나를 위로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신랑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로. '행복이 별거 없구나'란 생각도 든다.  


퇴근 후에 함께 준비한 저녁 식사 시간,

"짠-"

"오늘도 수고했어"


저녁 식탁이 풍성해질수록 서로를 위한 '고마움'이 자리 잡는다.

집밥이 주는 따스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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