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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Jul 13. 2022

소음으로부터 해방

조용한 동네


5살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아파트에서 살았었다.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웃집 싸우는 소리, 아이 우는 소리도 자주 들었고 어릴 때는 그저 그렇게 지내는 게 당연한 듯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또한 층간소음의 주범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형 오피스텔로 이사 간 곳에서는 조용했지만 바로 옆에 4차선 도로가 인접해서 차가 달리는 소리에 창문을 자주 열지 못했다.


이후 결혼하기 전까지 10년 간 3층 다가구주택에서 살았는데, 꼭대기 층이었기 때문에 층간소음에 대해 잘 몰랐었다. 대신 동네에 다양한 소음이 있었다.


내가 살았던 곳은 주택가가 밀집된 동네로, 인근에 회사들이 많아 젊은 20, 30대가 유입되는 동네였다. 도로와 바로 인접하지 않았음에도 창문을 열면 골목에서 전화 통화하는 소리, 차 지나가는 소리, 대화내용도 들릴정도로 떠드는 소리, 고양이 울음 소리도 들려오기도 했다. 

 

 그러다 배달 서비스가 성행할 무렵, 50m 남짓 떨어진 주택가 1층에 배달 전문 업체가 생기더니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생기기 시작했다.

창문을 닫아도 오토바이 특유의 시동 거는 소리와 '삑-' 하는 경적의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배달은 밤마다 늦은 새벽 시간까지도 계속되었다.

오토바이를 개조를 했는지 "부와 아아 앙-" 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민원을 넣을까도 생각했지만 문신을 새기고 형형색색의 염색을 한 어디서 좀 놀아본 듯한(?) 배달 기사분들 모습에 혹시나 뉴스 기사 속 칼부림의 희생자가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실행에 그치진 못했다.  

오토바이 소음은 안 당해보면 모를 정도로 괴롭다. 오죽하면 아빠도 밤 12시의 오토바이 소음에 "아주 시끄러워서 못 살겠네"라고 할 정도였으니.

 

 이런 탓에 층간소음보다는 주로 도시에서 들리는'소음'에 더 민감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골목에서 사람 사는 생생한 소음이 좋아서 일부로 주택에서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 회사에서도 늘 사람들이 오고 가는 소음 속에서 일했기 때문에 주말이면 더더욱 소음을 피해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났는지도 모른다.


 한 시간을 달려서 논밭과 호수가 있는 풍경에 카페에서 멍하니 쉬다 오는 것이 나에게 커다란 힐링이었다.

층고가 높은 대형 카페를 가게 되면 그마저도 시끌벅적한 소리에 스트레스를 오히려 받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이렇게 예민했었나.


온통 거리에 시끄러운 소리,  트로트 열풍으로 거실에 항상 켜 있는 TV 소리, 직장에는 일에 대한 불평불만과 주식과 코인 얘기들. 아마 이러한 소리도 피로감으로 느껴지는 시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결혼하면 한적한 동네, 조용한 시골 동네에서 살고 싶어"

엄마는 나더러 젊은 애가 벌써 그런 생각이 드냐며 신기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결혼 후 이사 온 지금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신랑 하고도 자주 얘기하는 부분.

가만히 TV를 보다가 껐는데, 순간 정적-


 "진짜 조용하다" (끄덕끄덕)

고요함만 흐른다. 

평소에도 느끼는 거지만 자주 얘기한다.


창문을 열어도 마찬가지. 어떤 날은 '이 정도로 조용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때도 있다.

어쩌다 "멍 멍- " 하는 개 짖는 소리가 날 때 빼고는.


 타운하우스 단지 내에서 개를 많이 키운다. 짖음 문제 때문에 주택 내에서 오히려 골치 아픈 경우도 많이 봤다. 우리 동네는 다행히도 개들을 실내에서 키우기 때문인지, 마당에서 산책시키거나 하는 경우에만 종종 짖는 소리가 들려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대부분 아마 실내견 일 것이다.

 그리고 혹여나 짖는 소리가 신경 쓰이면 창호를 닫으면 괜찮다. 이중 창호라 닫으면 외부 소리와 단절된다.

무엇보다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에서 개를 키우는 경우에는 짖음 훈련이 되면 좋겠지만, 개는 원래 어느 정도 짖어야 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해가 가긴 한다. 참고로 나는 현재 개를 안 키운다. 대신 이웃집에 배려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물론 아파트도 같겠지만 말이다.



도시에서 들을 법한 소음들이 사라지자,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새소리, 바람소리, 빗소리, 귀뚜라미 소리, 개구리 소리.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 잎이 부딪치는 소리 등

소음이 아닌 계절이 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도시에서는 몰랐는데, 새가 '지저귄다', '짹짹거린다' 정도만 알았지 노래를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 오는 택배 차와 이웃집에서 시끌시끌 파티하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질 정도니.


제일 좋은 건 집에서 가끔 노래방을 켜고 신나게 소리 지르고 놀거나 춤을 실컷 추기도 한다.


"뛰지 마. 밑에 집에서 시끄럽다고 하겠어"


"우리가 주인집인데 뭐라 하겠어?"

씩- 웃으며 시시한 농담도 주고받는다.



밤이 되면 낮의 고요가 적막으로 바뀐다.

누군가는 나에게 혼자 있으면 무섭지 않냐고 묻지만 나는 여기가 집이기에, 적막한 이곳이 좋다.


저녁이면 불 켜진 이웃집 창문 위에 밤을 비추는 달과 반짝이는  그리고 풀벌레 우는 소리.

아침이면 해가 뜰 것이고 새소리도 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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