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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Jul 18. 2022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데크 설치


마당에 데크를 깔기로 했다.

요즘 셀프 시공도 유행한다기에 데크를 사서 직접 시공해볼까도 생각했는데, 과정을 보니 도저히 못하겠더라.

괜히 목재를 구입해서 작업하다가 망치기라도 하면 그것조차도 난감한 상황이란 생각도 들었다.

앞마당과 뒷마당을 할 생각이었고 데크를 옆 사이 공간으로 연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작업이었다.


대신 업체를 여러 군데 비교해서 비용을 절감해서 하기로 했다. 사이즈를 대략 측정하여 견적을 받았다. 데크 자재에 따라 단가 차이가 나서 데크를 먼저 정해야 했다.

방부목은 저렴한 반면, 일 년에 한 번씩 오일 발라주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고 한다. 합성 데크가 방부목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습기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아서 오래간다는 말에, 바로 합성 데크로 결정했다.

업체 분이 오셔서 사이즈를 같이 쟀다. 생각했던 위치보다 조금 수정하였고 높이도 의논하여 정했다.

공사는 4일 정도면 끝난다고 하였다. 공사 기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데크 설치가 복잡한 줄로만 알았는데 업체만 잘 찾으면 어려울 게 없는데?'

다음 날부터 공사는 진행되었다. 목재를 실어 마당에 가져다 놓고, 데크 아랫부분 각관을 용접하여 설치했다. 각관 설치만 하루하고 반나절 정도 진행된 것 같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옆집 아주머니께서 찾아오셔서 데크 공사를 안 하면 안 되냐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여름철 데크 아래가 습하여 뱀이나, 쥐 나 벌레들이 들어가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아랫집인 옆집에서는 우리 옆 마당 데크 아래가 훤히 다 보이기 때문에 미관상도 문제가 되고, 벌레도 많이 넘어오게 될 것이 염려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데크 아래쪽에 빈틈없이 막을 수 있게 설치한다고 잘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데크에서 빗물이 튀니까 옆 라인만 철거하도록 요청하시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이미 용접을 다 해놓고 견적을 내놓고 진행하고 있어 철거는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대신 빗물이 튀지 않도록 철판으로 가림막으로 덧대어 주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안된다며 오히려 철거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이유가 다소 황당했다.  이웃에 피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서 시공하겠다고 했고, 엄연히 우리 집인데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 게다가 옆집은 이미 데크를 설치했고 심지어 마당에 테라스 형태의 건축물을 지어놓으셨기 때문이다. 그분들도 설치 당시에 본인들도 옆집에서 빗물이 튄다는 이유로 빗물 통로를 따로 만들었다며 이웃한테 피해가 안 가도록 양보하며 지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아니 그래서 우리도 배려해서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추후에 피해가 발생 시 철거하게 된다면 그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지금 잘 판단해서 하시라는 얘기였다.


공사를 중단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중에 불편한 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타운하우스를 시공해주신 소장님을 찾아서 현장을 확인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아무래도 현장을 잘 아시기도 하고 이웃들도 잘 알기 때문에 우리의 사정을 듣더니 흔쾌히 와서 봐주셨다.


 "혹시 피해가 갈까요..?"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그런 이유로 하지 말라고 하는 거면 친구한테 내가 진짜 실망할 거 같어. 건축 일하던  분인데, 더 잘 알지. 잘 얘기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말에 너무 감사했다. 설령 얘기가 잘 되든 안 되든지 우리 입장을 이해해준 것만으로도.


얼마 뒤 아주머니께 문자메시지가 왔다. 빗물 튀지 않게 잘 가려서 공사 마무리 잘하시라는 내용이었다. 추후 소장님한테 들었는데, 아저씨는 전혀 그렇게 얘기하신 적 없고 아주머니가 잘 모르셔서 그렇게 얘기하신 것 같다고 하셨다고 한다. 뭐 어쨌든 해결되었으니 공사를 진행했다.


 '아파트에서 못 살고 예민한 사람들이 타운하우스로 이사 온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마당에 나와서 마주칠 때 조금 불편한 마음에 슬쩍 못 본채 하고 들어간 날도 많았다.

이상하게도 잘못한 게 아닌데 잘못을 한 것 같은 찜찜함은 뭘까. 다행히도 몇 달이 지난 지금 우려했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분들 입장에서는 혹여나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었겠구나 싶다. 특히 은퇴하고 들어오셨으니, 여기가 평생 살 집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을까 싶다.  조용하게 마당에 정원을 가꾸고 차를 마시는 모습이 가끔 보이셔서, 텃밭에서 키운 작물을 몇 개 가져다 드렸다.

 


미국 어느 주에서는 잔디관리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낸다고 한다.  MZ세대인 나로서는 사실 미국까지 아니더라도 개인주의 문화가 더 편하다.

 단, 개인주의라는 것은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타운하우스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주거방식이다. 어떤 경우는 마당을 반으로 나눠서 공유하는 형태도 있다. 아파트와는 또 다르게 이웃과도 갈등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생활영역도 존중하되, 이웃과도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지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웃사촌이라는 명칭으로 품앗이를 하는 동네가 있을 정도로 이웃과 정을 나누는 게 익숙한 문화인데, 나 같은 경우는 도시에서 쭉 살아왔기 때문에 전혀 느껴보지 못했었다.

타운하우스로 이사 와서 새로웠던 것은 촌장님 부부가 직접 집에 오셔서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시기도 하고 단체 연락방을 공유해주시기도 했다. (차 마시러 놀러 오라고도 하셨는데 아직까지 방문하진 못했다.)

젊은 부부가 마당에서 텃밭 가꾸는 게 보기 좋다며 뒷마당 데크가 멋지다고 칭찬해주고 가셨다.


나는 이런 관심들이 다소 불편하다고 생각했으나 기존에 살았던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새로운 곳에도 어느 정도 스며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피해가 없게'가 첫 번째라면 그다음에는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 이런 태도라면 갈등 상황에도 잘 넘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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