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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Jun 29. 2022

게으른 부부가 사는 집

타운하우스 관리하기 어렵지 않나요?


결혼 후 신혼집을 어디로 구했냐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어딜 가나 내 또래에 대한 단골 질문이 항상 결혼과 집 얘기, 그다음 아이 계획인 듯하다.


 "신혼집 어디야?", "아파트야 주택이야?"

회사에서 친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그냥 주택에 산다고 말할 때도 많다. 타운하우스에 산다고 말하면 호기심 가득한 눈들로 질문 세례를 받기 때문이다.

이건 남편도 똑같이 겪었다고 한다.


"몇 평이야, 마당까지?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 보여줘"

"와 잔디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하기 좋겠다"


"관리하기 힘들지 않아?, 벌레도 많지?


질문에 대한 답은 직접 살아보니 생각보다 관리할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신랑과 나는 둘 다 게으른 성품이다.

결혼 전 나는 내 방에 옷으로 탑 쌓기와 책상에 물건을 올리는 걸 좋아했고, 신랑도 자취방에 자주 가봐서 필요 없는 짐(?) 모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걸 잘 안다.


그랬던 우리가, 타운하우스부모님에게 단독주택이라고 설명하며 신혼집을 구한다고 하니 "너네가 관리할 수 있겠어?" 라며 걱정부터 하셨다.


그럴만도 한게 둘 다 요즘 유행하는 mbti 끝자리가 J가 아닌 P유형. 나도 계획적인 성향과 반대되는 즉흥적인 편이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누워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걸 좋아한다. 

설거지조차 식세기에 넣어 이틀간 묵혔다가 하고 빨래나 청소는 보통 주말에 몰아서 하는 편이다.

(이건 현재도 크게 바뀌진 않은 듯 하다.)



게다가 나는 벌레도 무서워한다. 이상하게 벌레만 보면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날파리나 모기조차 손바닥으로 못 잡고 전기채를 쓰는 수준이다.


나는 청개구리 성향이라 하지 말라면 이상하게 오기가 생긴다.

 '못 살게 어딨어 다 적응하겠지.'


사실 아직도 벌레는 무섭다. 그래도 자주 봐서 그런지  놀라는 일이 좀 줄긴 했지만. 여름만 지나면 괜찮다.





잔디도 여름에만 깎아주면 되는 데, 7월부터 9월까지 총 3번 깎았다. 한 달에 한 번 꼴이고 요즘은 기계가 좋아서 1시간이면 충분하다.

잔디는 처음 깔아줬을 때 중간에 틈이 많았었다. (멀리서 보면 약간 탈모 같다.) 이후 잔디에 씨가 올라오는데 그게 잡풀인 줄 오인하고 다 뽑아버렸다. (이런 젠장.)

그래서 틈이 매워지는데 좀 오래 걸렸다. 관리라고 하기엔 비료 한 번 뿌려주고 초반에 큰 돌멩이를 골라준 일, 장맛비를 맡고 잡초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 2주에 한 번씩 풀 뽑기를 하고, 무더운 날엔 물 주는 일 정도?

 해 질 무렵 TV를 끄고, 잔디에 물을 뿌리고 있으면  또한 힐링 된다.



해충이 생기거나 잡초가 덜 나게 하기 위해서는 겨울 철에 미리 약을 쳐야 한다고 한다. (작년 겨울에는 빈 곳이 많아서 약을 안 쳤다)

사실 특별히 관리를 안 했는데도 잘 자랐다.






나는 밖순이었는데 이사 온 후로 집순이가 되었다.  하루라도 안 나가면 답답해 죽을 거 같던 내가,



집에 일주일 내내 있어도 답답하지 않은 건 초록 초록한 마당이 있어서 아닐까.


주말 중 하루는 신랑과 오전이든 오후든 시간을 정해서 청소하고 마당을 보며 티타임을 갖는다.


쉬는 날이면 누워서 TV만 보던 일상에서 조금은 부지런해졌다고 자부한다. 물론 아직도 게으름은 여전하지만. (실은 아직도 CCTV 설치를 미루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을 초대하면 언제든 바비큐를 해줄 수 있다는 게 또 하나의 기쁨이 되었다. 친구들이 오면 펜션에 놀러 온 거 같다고 좋아했다. 

어떨 땐 정말 펜션 사장님이 된 기분이 든다.

미리 장을 보고, 청소해놓고, 3층에 게스트룸에 향초를 피우고 이불을 준비하면서 잘 놀다갔으면 하는 마음이겠구나 싶다. 조금 귀찮긴 한데, 즐겁게 쉬고 가면 나 또한 기분이 좋다.



게으른 사람도 타운하우스에 잘 살고 있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는 건 조금은 부지런해져야 한다지만, 사실은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느리게, 천천히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몸은 가끔 피곤해도 마음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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