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들이 아쉬운 마음에 계정은 지우진 않았으나 나의 각오에 대한 확신을 갖고 팔로워도 모두 끊었다.
얼마 있자 나만큼 열심히 하던 한 친구가 연락이 왔다.
"인스타 끊었네. 넌 sns의 부정적인 부분만 생각해서 그래. 잘 이용하면 얼마나 좋은데, 내가 가고 싶은 곳이나 물건도 이걸로 찾아볼 수 있어"
그래서 나는 내가 중독이어서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맞아, 나도 중독인 것 같아. 그렇지만 갑자기 삭제해버리면 사람들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할 거야"
라고 했고 한 명은 또,
"너 인스타 끊었네. 나도 그만하려고. 잘 나온 사진만 올려서 그런지 몰라도 이상한 애들이 자꾸 연락 와"
라며 나를 지지해주었다.
처음에는 특별하게 생각한 것들만 사진을 찍어 간직하려는 의미로 올렸다. 사람들이 내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자, 기분이 좋았다.
그게 점점 중독이다 싶을 만큼 내가 가는 곳, 먹는 것, 보는 것마다 찍어 올렸다. 인정받고자 하는 의미를 떠나서 '나 잘 지내고 있어, 봐봐'라고나 할까?
실제로, 인스타나 페이스북을 보고 오랜만에 연락이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팔로워 수도 늘어나자 업데이트를 안 하고 있으면 내가 아무 데도 안 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에 의무감으로 올리고 있었다.
SNS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도 이유 중에 하나이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친구들의 행적들을 보면서 그 친구의 일상을 마치 다 알고 있다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만나도 궁금한 게 없고 잘 지내는지 굳이 안부를 묻지 않아도 아는 것 같았다. 심한 경우에는, 사진이 자주 업데이트되는 친구의 경우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궁금하지가 않았다.
게다가 나 역시,
"저번에 거기 다녀왔더라. 너 인스타에서 봤어"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좋은 점도 있으나, 가끔은 무섭다. 내가 공유해놓고 마치 나의 일상을 다 알고 있으면 싫고, 감시당하는 아이러니한 느낌이랄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SNS 속 내 모습 외에도 나라는 사람은 다양한 일을 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보이는 모습, '이미지'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나는 내 이미지를 포장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럴수록 나의 이미지는 어떤 틀 안에서 규정되고 있었다.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그런 이미지를 쫓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자 사진을 찍고 태그 하는 행동들이 헛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안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 소식이 궁금하면 어떡하지?, 함께 만났는데 나만 모르면?'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 오히려 친구들이 궁금하고, 소소한 연락들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태그로 공유했던 많은 것들
'이렇게 예쁜 것을 나 혼자 보기 아깝네', '이렇게 맛있는 걸 나 혼자 먹기 아깝네'
'다음엔 OO랑 꼭 같이 와야겠다'라는 생각에 지인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옆에 있는 것보다 안 보면 더더욱 보고 싶고 떨어지면 더더욱 소중하고 생각난다.
오늘도, 우연히 동네 카페에서 책을 읽던 중 옛 직장동료를 만났는데 통 소식을 모르고 지내서 인지 무척 반가웠다. 이 근처에 회사에서 일한다기에, 바로 카카오톡으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아주 오래간만에 전 직장 동료들이 영상전화를 걸며 조만간 다시 보자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SNS가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발달되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는 너무나 빠른 소통을 위해 글보다 사진으로 공유하고 나눈다.
더더욱 고립되어가는 요즘, SNS를 잘 이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소통을 할 수 있지만 나처럼 자기 자신을 가두고 다른 사람들마저 잣대로 판단해버리는 수단으로써 이용되고 있다면 한번쯤 자신을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도 구독자나 하트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성찰을 위한 글쓰기를 해야겠다.
'복제품이 될 것인가 원본이 될 것인가는 자신의 선택이다' -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