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것은 하나의 여정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을 지나는 여행이다.

by 세 번째 달

나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굉장히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최근 기독교 상담의 고전 중 하나인 <상한 감정의 치유>라는 책을 읽고 있다. 기독교를 믿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님을 만난 구원의 경험이 순간적으로 기적을 일으켜 한 번에 상한 감정이 치유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기적적인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게 없다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성화의 과정처럼 모든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 과정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자기 인식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우정하는 친구로부터 나의 책에 대한 리뷰를 받게 되었다. 그중에서 "아픔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회복의 첫 시작인 것 같다."라는 문장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자기 사랑이 시작된다. 자기 인식 - 자기 용서 - 자기 중립 (마이너스에서 0이 되는 과정) - 자기 사랑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자기를 향한 사랑은 굉장히 어렵다.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도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용서'라는 과정이 담기기 때문이다. 타인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내 생각엔 주로 자신을 용서하기 힘든 죄책감에서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용서를 강요할 수는 없다. 무조건적인 용서에 대한 강요나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에서부터 2차 가해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차별과 가해는 명시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만, 은밀하게 이뤄질 때가 더 많다. "가족이니까 용서해야지, 그래야 네가 더 편해질 수 있어."와 같은 쉬운 조언은 아픔을 겪고 있는 당사자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당사자주의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전문가의 조언이나 진단 이전에 당사자의 이야기에서 회복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 사람의 서사를 잘 살펴보면 어떤 것 때문에 아픔이 찾아왔는지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당사자의 주권을 가족이나 전문가에게 강제로 뺏어서 가져다줘 버린다. 회복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사가 강제로 약을 다량 투여하여 살아있게만 하는 것이 회복이 아니다. 회복은 당사자의 꿈과 삶의 회복을 모두 응원하는 마음으로 다정하게 이를 행해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내가 듣고, 신뢰할 수 있는 멘토들로부터의 조언도 듣고, 신앙의 회복도 겪으며, 사회적 지지체계도 형성되는 등 다양한 요소가 합쳐졌을 때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어떤 순간에 기적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쉽게 포기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과정을 봐야 한다. 한 사람은 얼마나 귀한가.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본다는 것과 같다. 그 모든 이야기를 천천히 다 들을 수 있을 때 그 자체만으로 치유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혹시 주변에 마음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우선 따뜻한 음식을 먹여라.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다 들어라. 그리고 함께 걷고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해라. 자연을 가까이하고 좋은 곳에서 그 사람의 얘기를 듣다 보면 조금은 더 편한 숨을 쉴 수 있는 마음이 될 것이다. 그 사람이 지금은 회복이 바로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좋은 기억 하나로 긴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과 위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도 한 친구가 제일 힘들어할 때,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도망가자>를 정승환씨 버전으로 틀어줬던 기억이 있다. 그 좋았던 기억 하나로 얼마나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었는지 모른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일련의 과정을 꼭 지나야 한다. 그렇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을 대했으면 좋겠다. 한 순간의 기적이 아니라 일상을 잘 보내려고 노력할 때 기적은 오히려 찾아온다. 뮤즈를 찾는 법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순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루틴 속에서 뮤즈가 찾아올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라는 한 예술가의 말처럼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회복이 순간이라는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연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 수 있지만, 회복은 과정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도 동일하다. 우리는 꼭 지나야 하는 것을 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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