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이야기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열렸다. UN이 지난 2009년에 발표한 ‘세계 인구 고령화'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 국가가 2000년에는 6개국에 불과하지만 2020년에는 31개국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미 한국도 100세 이상 인구가 2017년 7월 현재 17,468명(행정안전부 -연령별 인구현황)이라고 하니,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EBS 역시 이런 주제에 관심을 두고, 2017년 7월에 <100세 쇼크>라는 3부작 다큐멘터리를 기획, 방영한 바 있다. 이 책은 당시 방송된 다큐 제작물을 텍스트로 옮기고 방송에서 못다 한 얘기를 덧붙인, 일종의 현장 탐사 보고서인 셈이다.
막연히 “수명 연장은 그래도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얼마나 무지하고 단순한 것인지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넘기는 책장마다 그만큼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노인 빈곤율 OECD 1위, 노인 자살률 OECD 평균의 3배, 평균 퇴직 연령 OECD 중 최저’가 우리의 현실이라는 수치를 대하면 “이게 과연 사실일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먹고 살 돈만 있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하고 생각했던 사람도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것 같다.
여유 있는 노후를 위해 돈은 꼭 필요하지만, 그러나 넉넉한 노후 자금만으로는 행복한 노년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한다. 100년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그래서 길어진 생존 기간에 대한 대비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동안 경제적인 부분만 걱정해온 것 같다.
100세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100세를 살아 본 사람이 많지 않으니 롤 모델이 많을 수 없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까지 ‘수업’ 받는 심정으로 시선을 꾹꾹 눌러 담으며 책장을 넘겼다.
책의 두께에 비해 새길 만한 내용도 많고 깊이도 있다. 다큐 제작물을 텍스트 화한 것이니 다양한 삶의 얘기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작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발로 뛰어 얻은 것이라 생생해서 더욱 가치가 있다.
특히 대한민국 노인 빈곤의 핵심 중 하나가 자녀에 올인하는 희생적 문화라는 지적에 공감을 하면서도, 은퇴 후에도 여전히 부모와 자식을 부양하느라 일을 멈출 수 없는 이 땅의 베이비부머 세대를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