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길 위에서

by 김영창

퇴직을 앞둔 대부분의 직장인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현역 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직장이 주는 소속감과 타이틀의 무게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이야 큰 문제는 없다고 해도 영영 수입이 끊긴다고 생각하면 재정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을 하는 마당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다시 일 속으로 들어가려는 자신을 의식하면 한편으로 마음이 울적해지고 이래저래 퇴직자의 빈 가슴은 스산하다.


퇴직을 앞두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평소에는 거의 생각지도 않고 살던 철학적인 주제에 골몰하는가 하면, 평범한 일상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등 세상 보기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언제 이렇게 세상이 달라졌을까? 퇴직을 하고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양지바른 곳에 앉아 햇볕을 쬐면서 살갗을 스치는 바람결을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허둥지둥 5개월이 지났고 아직도 그 생각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런 것도 못하고 사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쫓기듯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무엇이 그토록 나를 허둥대게 하고 조급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조차 몰랐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 보다는 일자리 연장에 더 관심을 두었고 그 생각은 결국 벽이 되어 나를 가두고 말았다. 햇볕과 바람을 그리워하던 그때, 나는 어쩌면 자아(自我)를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먼 거리를 돌아서 오니 마음이 원하는 것을 제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는 직장 속에서의 내 능력이 전부인 줄로만 알았다. 무엇을 생각해도 그 잣대를 들이대서, 잣대를 넘어서면 포기하고 잣대를 어중간하게 걸치면 역시 또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오직 그것뿐이라 생각했으니 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세상이 답답해질 수밖에.


같은 고민 속에서 불면의 밤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꼭 자아(自我)를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 후반의 꿈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우선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할 줄 아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괴리는 배우고 익히면서 줄여 나가면 된다. “무엇이든 잘하려면 자주 해야 하고, 자주 하려면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라고 하지 않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어려움이 있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전반기 삶에 의지하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이제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설사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진 노력을 하다 실패한다고 해도 내가 손해 볼 것은 없다. 나는 내 꿈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꿈을 실현하기까지 힘들고 어렵겠지만, 떠올리면 행복해지는 그런 꿈을 가슴에 품고 살자. 가족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고 믿고 살아온 지난날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의 그 무엇도 아닌 나 자신만의 생(生)을 꿈꿔 보자.


당신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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