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만 보는 브런치 합격 시스템
독서모임을 가졌던 첫 날에 만난 젊은 여성분께서 브런치 작가를 준비하는 중이라 하셨습니다.
저는 브런치를 블로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준비? 블로그 운영하는데 준비가 필요한가요?"
라고 묻자 브런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시험받고, 인정받은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흥미가 안 생길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20살부터 글쓰기 외에 모든 것을 끊어내자는 심정으로 글을 썼는데. 신춘문예에 낙선만 반복했습니다.
"재능이 없나?"하는 공포심과 함께 자신감이 추락하던 중, 저를 시험하고 싶어 졌습니다.
에세이는 가벼운 마음으로 쓰는 편인데. 어떤 글은 이틀씩 걸렸습니다. 단편소설을 쓸 데와 같은 심정으로 무겁게 쓴 글 1개, 가볍게 쓴 글 1개, 예전에 썼던 단편 소설 1개를 올렸습니다.
모두 전혀 다른 주제였지만 바로 통과했습니다.
남들이 실패한 것을 나 혼자 통과한 적은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워낙에 요령이 없던 탓에 남들보다 뒤쳐지게 살았는데. 엘리트에 우수한 집안에서 자란 그녀가 떨어진 시험에 한 번에 붙었단 사실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아~역시 나한테 글쓰기뿐이야!"
브런치 합격 후, 인기 있는 주제를 찾던 중, 브런치 합격 비법을 공유하는 글을 봤습니다.
아아, 역시나. 예체능은 프로보다 교사가 많습니다.
그리고 교사가 많으면 당연히 각자의 방식으로 비법을 공유하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들의 방식과 제 합격은 괴리가 컸습니다.
너무 커서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브런치 합격 팁과 제 합격 답안은 정반대였거든요.
1 작가소개: 작가님이 누구인지, 어떤 활동을 보여주실지
2.활동계획: 발행하고 싶은 글의 주제, 소재, 목차
3. 글 작성 샘플 3가지.
4. 활동중인 sns
여러분들, 충격적일 수도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팁이나 합격 비법과 제 답변은 반대였습니다.
1번, 2번 질문에 온갖 정성을 들이거나 어떤 형식을 가지라 말하지만.
저는 물음에 딱 한 줄 썼습니다.
1 작가소개: 작가님이 누구인지, 어떤 활동을 보여주실지
ㄴ20살 때 대학을 자퇴하고, 4년 동안 신춘문예를 준비하다. 제 생각을 쓰고 싶어 지원합니다.
2. 활동계획: 발행하고 싶은 글의 주제, 소재, 목차
ㄴ소설, 오타쿠 문화,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이성친구에게 이렇게 보냈다간 안 좋은 일 있냐 물을 정도로 성의 없는 답변이지만, 저는 1번 질문과 2번 질문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생각했습니다.
회사에 보내는 자기소개서는 물음 하나에 무게가 실립니다. 왜냐하면 한 줄에 따라 그 사람의 인간성을 관통하는 퍼즐조각들이 떨어져 있거든요. 그가 어떤 인간인지 한 문장 한 문장이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브런치는 퍼즐조각이 필요 없습니다.
1번과 2번은 책 겉표지에 있는 작가 소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이 저자가 어떤 성향인지 아는데 겉표지보다 좋은 재료가 있는데, 굳이 왜 그런 걸 읽겠습니까?
1, 2번보다 3번에 등록한 샘플 글을 읽는 게 압도적으로 유용합니다. 퍼즐조각을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글은 완성된 퍼즐입니다. 이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모두 보여줍니다.
글을 읽어도 작가가 안 보인다고요?
그럼 아마 떨어질 겁니다.
추측 글이 난무하는 브런치 합격 팁에서 제가 유일하게 공감하는 게 바로 작가가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3. 글 작성 샘플 3가지.
버튜버 회사, 홀로라이브의 경영철학
멕시코 경계근무 1화
대학교, 3일 만에 자퇴했다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써라!
"네! 이건 공감합니다."
글을 읽는 순간 작가가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게 빠졌습니다.
"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이 뭔데요?"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 개성. 너만이 가진 장점.
이게 참, 정답에 가장 가깝지만,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듯이 정답에 가까울수록 모호하고 확실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려면 몇 년을 넘어 평생을 걸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뭔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역으로 묻고 싶게 됩니다.
흔히 자신만의 경험이라는 예시를 들 때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ex) 마케팅 팀장일 때 겪은 고초+ 두 아들을 키우며 느낀 경험+마케팅 팀장이 말하는 마케팅의 철학
예시를 보면 아시겠지만 상투적으로 느끼는 경험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을 쓰란 뜻인데. 직관적으로 느끼기 힘들지 않나요?
내 경험이 모두가 겪은 일인지, 나만 겪은 일인지 잘 모릅니다.
이럴 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치부'를 들추는 겁니다.
성공의 종류는 천 편인율적입니다. 성공을 주제로 담은 자기 개발서는 유행을 타고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치부를 사용하는 문학은 몇 백 년이 지나도 사연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배경과 연출 방식만 달라지면 새로운 트렌드가 됩니다. 그만큼 불행은 조금만 바꿔도 흥미로운 주제가 되는 것이죠.
톨스토이가 말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말처럼, 그 실패를 통해 자신을 들출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실패만 해서 징징거리는 글이 아닌,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적는다면 사람들이 더 호감을 가지겠죠.
결론) 브런치는 실력만 있으면 합격합니다. 브런치는 사회에서 바라는 관료주의가 없습니다. 겉치레는 접고 3번에서 실력을 보여주면 됩니다.
독서모임에 가서 미숙한 저에게 감평을 부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좋은 글과 나쁜 글은 존재하지 않으니, 트렌드나 감상을 말하고 마지막에 항상 같은 말을 합니다.
"당신이라면 당신 글을 시간 내서 읽고 싶으신가요?"
이 물음에 "네!" 하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말할 수 있다면 다음 도전에 합격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