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분야를 그만두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고 창 밖을 봤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
태니지먼트 강의를 듣고 나서 당장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 줄 알았다. 분명 강사님이 그런거 없다 그랬는데 내심 기대는 했다. 물론 갑자기 없는 능력이 생기거나 지원한 회사가 날 보러 와요 하는 그런걸 기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근자감이 날 가슴 뛰게 할 줄 알았단 말이다! 괜시리 허전한 맘을 털고 일어나서 늘 그랬듯 물에 레몬즙을 힘차게 짜냈다. 어떤 변화를 당장 이루고 싶은 조급한 마음을 대신하듯.
누군가를 돕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도움에 고마움을 느끼는 상대와 교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20대 이후 동시간에 최대한 많은 이를 돕고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아동센터'와 '보육교사'라는 직업에서 임하게 되었다.
아동분야에 종사하면서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초등,중등생들을 이해하게 되고 만 0세에서 만4세에 이르는 연령에 대한 애정도 느꼈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오해와 눈물로 이 시간들을 끝내고 싶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서 오는 순수한 애정과 용서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우리를 이해해주시는 어른들에게서 위로를 받아 매년 새학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래 그랬다. 하지만 현실은 내 맘 같지 않아서 더는 견디지 못하고 계약만료로 끝나게 되었다. 지금도 아이들의 올바른 정신적, 신체적 성장에 힘쓰시는 선배님들께 앞으로의 미래를 부탁드리며 현장을 나오며 그렇게6년의 시간이 정리됐다.
"그래서 너 이제 뭐할건데?" "준비는 했어?" "직장만 옮겨" "나이를 생각해" "생각하고 살아"
퇴사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 나도 안다. 그치만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도 자꾸 들으면 좀 그렇다.
어쨌든 당시에 나는 나와야 했던 상황이고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탐색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듣고 싶은 교육들에 참여했다(심리 검사, 글쓰기, (관심도 없던) 그래픽, 1일 엑셀 등).
백수 4개월 차. 허투루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준비 과정을 진중하게 배우며 '취업을 위한 장비' 를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태니지먼트 강점 검사를 한지 1달 뒤. 여전히 나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직전 직장보다 월급을 많이 주는 괜찮은 직장을 들어가야 해 라는 압력에 스스로를 누르며 이력서를 넣지도 않고는 취업이 안되면 어떡하지, 되면 어떡하지, 지역을 옮겨야 하면 나는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했다. 마치 모든 상황이 완벽히 준비되면 한 방에 취업할 수 있을 거라는 합리화였다.
중간에는 그냥 넣어봤던 회사에 '합격해버려서' (누군가에게는 절실했을) 당사에 정중하게 입사 포기 의사를 표했는데 나에게 '완벽한' 직업, 직장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것 역시 나는 빨리 내게 '맞는' 직업을 선택해야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될거라는 촉박함에 비롯된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안해봤던 일이지만 무서워말고 수습기간이라도 경험 해볼걸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시엔 얼마 안하고 나오는 것, 물경력으로 시간만 흐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심했다)
그렇게 나는 또 다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AI추천 공고' 항목을 눌렀다.